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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스카프, 어디든 괜찮아요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6. 03. 06

만년 조연이던 스카프가 주연으로 돌아왔다. 목에 두르는 정공법 대신 가슴과 어깨, 허리춤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정해진 규칙을 벗어나는 순간 스타일은 한층 새로워진다.

올봄 유독 스카프에 눈길이 머문다. 계절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이번 시즌 스카프의 행보가 분명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간 스카프는 재킷이나 코트 깃 사이로 슬쩍 보이거나 셔츠 칼라 아래를 단정히 정리하는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2026 S/S 컬렉션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액세서리에 불과하던 스카프가 톱과 스커트, 드레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주연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컬러와 패턴, 스타일링 방식에 따라 분위기는 극적으로 달라진다. 이 한 장의 천이 컬렉션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이번 시즌만큼 자주 본 적이 있나 싶다. 

스카프는 본래 기능성 액세서리로 출발했다. 고대 이집트와 중국, 로마에서 목을 보온하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던 천 조각이 중세에 이르러 장식성을 더하며 귀족과 상류층의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염색과 직조 기술의 발전은 스카프를 사치품의 반열에 올렸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소재와 형태로 대중에게 확산됐고, 그중에서도 윤기 나는 고급 실크 스카프는 여행과 휴양, 자동차 문화와 맞물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이 됐다. 1920년대 코코 샤넬은 간결한 저지 드레스와 슈트에 스카프를 더해 여성의 활동성과 우아함을 강조했고, 1930년대 에르메스는 정사각 형태의 실크 스카프를 선보이며 하이엔드 스카프의 기준을 세웠다. 이렇듯 패션의 역사에서 스카프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시대의 취향을 담아내는 매개체와도 같다. 

이제는 옷이 된 스카프 

다시 돌아와, 2026 S/S 시즌 스카프는 더 이상 두르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옷으로 추앙받는다. 에르메스는 에스닉한 프린트를 적용한 스카프 셔츠와 브라톱에 다시 스카프를 겹쳐 넣는 방식으로 트렌드를 공고히 했다. 걸을 때마다 나부끼는 스카프 자락은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셀린은 전통적인 스카프 문양을 활용한 저지 톱에 스카프를 한쪽 어깨에 묶은 뒤 길게 늘어뜨려 오프숄더처럼 연출하는 색다른 신을 보였다. 또 알베르타페레티는 판초처럼 두른 스카프 톱에 동일 패턴의 쇼츠를 매치하고 헤어 스카프로 마무리해 이야기가 담긴 듯한 서사를 완성했다.

고급스러운 실크 소재의 스카프를 드레스로 확장한 시도도 눈에 띈다. 마이클코어스와 페라가모는 보디라인을 타고 흐르는 스트라이프 패턴 실크 스카프로 우아한 해답을 내놓았고, 베르사체는 체인 모티프 스카프 블라우스에 강렬한 팝 아트 프린트 실크 스커트를 셋업으로 매치해 색과 패턴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메종마르지엘라 역시 꽃과 식물 문양 스카프를 여러 겹 감아 늘어뜨린 드레이프 드레스로 스카프의 즉흥성과 하우스 특유의 해체적 감각을 동시에 드러냈다.

재킷이나 코트에 벨트처럼 스카프를 끼워 넣거나 허리에 칭칭 감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대표적으로 코페르니는 올 블랙 룩에 시어한 블루 스카프를 가죽 벨트와 함께 여러 겹 꼬아 묶어 실루엣에 변화를 줬다. 스텔라진은 점프슈트 위에 실크 스카프를 둘러 독특한 개성을 드러냈고, 랑방은 기하학 패턴 드레스에 격자무늬 스카프를 길게 늘어뜨려 움직임에 따라 패턴이 교차하는 대담한 연출을 보였다. 



이렇듯 한 장의 천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스카프를 목에서 해방하는 순간 스타일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장된다. 그 작은 변화가 분명한 스타일의 차이를 만든다. 그러니 이번 시즌만큼은 스카프를 목에 둘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두어도 좋겠다. 

#스카프 #스카프연출법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베르사체 알베르타페레티 코페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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