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이 씨는 이 과정을 꾸준히 기록한 끝에 최근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로 명문대 진학하기’라는 책을 펴냈다. 자신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들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 씨를 만나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 입학 방법과 교육 방법을 직접 들었다.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빠의 주재원 생활이 끝나면서 싱가포르 현지 대학교에 입학한 첫째는 남겨두고 둘째만 저희와 함께 귀국해야 했어요. 마침 국제중학교에서 편입학 TO가 났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운 좋게 추첨을 통해 합격할 수 있었죠. 둘째는 언니처럼 싱가포르 국립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국제중학교 진학이 자연스러운 해외 진학의 발판처럼 느껴졌어요. 겉으로 보면 글로벌 교육의 정석을 밟고 있는 듯했지만, 막상 둘째가 입학해보니 모든 것이 학교에서 해결되는 구조는 아니더라고요. 결국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방식이라는 걸 보면서 ‘이 경로가 정말 우리 아이에게 맞나?’라는 질문을 계속했어요.
그 무렵, 한국에 있으면서도 미국 정규 고등학교 학력을 온라인으로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처음엔 코로나 시절 경험했던 가벼운 줌 수업을 떠올렸어요.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보니 정규 커리큘럼과 과제량이 그대로 유지되는, 말 그대로 미국 고등학교 자체가 온라인으로 옮겨온 형태더라고요. 해외 유학비를 들이지 않고도 안정적이면서 실질적인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온라인 고등학교라는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해외 대학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를 선택할 필요가 없나요.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세요. 또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 입시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하세요. 국내 대학 입시부터 말씀드리면,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는 자동으로 ‘해외고 전형’ 자격이 생기지 않아요. 국내 대학의 해외고 전형 기준은 학교 소재지가 아니라 해외 거주 일수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경우 대부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죠. 따라서 국내 대학 진학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검정고시를 통해 한국 고교 졸업 자격을 별도로 갖춰야 해요.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는 해외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는 좋은 선택지이지만, 국내 대학을 병행하려면 제도적 요건을 정확히 파악한 뒤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하죠.

현지 시간에 맞춰 진행되는온라인 수업 장면.
저희 아이도 처음부터 자기 주도가 탄탄했던 건 아니었어요. 자기 주도는 타고나는 재능이라기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길러지는 ‘근육’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고등학교에는 ‘러닝 코치(learning coach)’ 제도가 있는데, 대부분 부모가 그 역할을 맡아요. 학습 일정을 함께 점검하되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코치하는 구조죠. 그래서 핵심은 ‘아이 성향이 원래 어떠냐’보다 부모가 옆에서 환경과 구조를 얼마나 잘 만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느꼈어요. 물론 아이의 성향이 영향을 주지 않는 건 아니에요. 온라인 고등학교엔 과목별로 소규모 라이브 수업, 1:1 튜터링, 프로젝트형 수업 등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의 성향에 맞는 수업 리듬과 학습 루틴을 찾는 게 더 중요해요. 내향적인 아이는 1:1 피드백 중심 수업에서 자신감을 얻고, 외향적인 아이는 토론식 라이브 수업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결국 성공 여부는 자기 주도를 할 수 있느냐보단 아이의 성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고등학교는 특수한 경우의 대안학교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온라인 고등학교가 대안학교처럼 보이는 건, 아침에 교복을 입고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노트북으로 수업을 듣는 모습 자체가 낯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에 일부 업체들이 ‘관리형’ ‘패키지’ ‘컨설팅’ 같은 마케팅 용어를 내세우면서 온라인 고등학교 전체가 사교육 상품처럼 비친 면도 있고요. 하지만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의 본질은 정규 고등학교 교육 과정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형태예요. 학교마다 인가 여부, 커리큘럼 수준, 교사진 자격, 대학 진학 실적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고 기준도 명확해요.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선택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면, 온라인 교육은 ‘어쩔 수 없는 대안’이 아니라 ‘미래형 학교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부모가 한국에 머무르며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무엇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현실적으로 제일 먼저 보셔야 할 건 영어 학습 역량이에요. 미국 고등학교 수준의 수업을 영어로 듣고, 읽고, 에세이와 리포트를 작성하고, 토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해요. 그다음 단계는 학교 선택이에요.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는 생각보다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그래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정식 인가 여부, 학비와 장학 제도, 수업 방식, 대학 입시 지원 시스템을 하나씩 확인해야 해요. 저희 아이가 들어간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고등학교는 연간 학비가 2000만 원 수준이에요. 커리큘럼 수준이 높은 학교의 경우 연간 학비가 4000만 원이 훌쩍 넘기도 해요. 저희는 국내 재학 중이던 국제중학교 등록금 수준을 기준으로 잡고 학교를 선택했어요. 학비, 장학금 제도, 규정 등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관심을 끄는 학교가 있다면 반드시 직접 이메일로 최신 정보를 문의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한송이씨는 “온라인 수업에서도 토론과 팀 프로젝트, 그룹 미션 등을 통해 아이가 협력과 소통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에서 배우는 시간, 가족이 함께 만든 루틴

학사모와 졸업 가운을 대여해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은 한승이 씨의 딸.
부모는 감독자, 관리자도 아닌 동반자이자 코치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의 학습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앱과 시스템을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오늘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이번 주 과제 마감이 언제야?” 정도만 묻고, 계획을 세워 지키는 건 아이의 몫으로 남겨뒀어요. 월 1회 선생님과의 정기 면담도 있어요. 처음에는 늘 “숙제를 알아서 안 해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같은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저 자신도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서부터 한 걸음 물러서야 하는지를 배워갔어요.
온라인 교육을 하면 사회성이 부족해지진 않을까, 염려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이 집에서 컴퓨터로만 공부하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세요. 저희는 매일 아침 함께 산책하면서 아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꾸준히 가졌어요. 온라인 수업에서 있었던 일,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 힘들었던 점과 즐거웠던 점을 그 시간에 아이가 자연스럽게 말했고, 덕분에 저희는 아이의 마음 상태를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었죠. 사회성은 꼭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온라인 환경에서도 토론 수업, 팀 프로젝트, 그룹 미션을 통해 충분히 협력과 소통을 배워요.
온라인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아이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아이는 가장 먼저 “내 시간을 내가 설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말했어요.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던 한국 학교와 달리, 온라인 고등학교에서는 어떤 과목을 언제 듣고 과제를 언제 할지 스스로 계획해야 하거든요.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주도성과 책임감이 크게 자랐다고 느꼈어요. 물론 힘든 점도 있었죠. 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기에 체육대회나 축제 같은 학교의 소소한 부대낌을 부러워했고, 시차 때문에 새벽에 듣는 라이브 수업과 많은 과제로 인해 놀 시간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자주 표현했어요. 그럼에도 지금은 “쉽진 않았지만 잘 선택했다”고 말해요. 실제로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온라인 고등학교 때 사용하던 시스템과 비슷한 플랫폼 덕분에 친구들보다 수업과 과제 환경에 더 빨리 적응했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정규 과정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 교육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커리큘럼 자체는 미국 정규 고등학교와 동일한 수준이에요. 차이가 있다면 운영 방식이에요. 모든 출석, 과제, 시험 기록이 시스템에 남고, 각 과목은 담당 교사가 정기적으로 학생과 1:1로 소통하며 피드백을 줘요. 하루 일과는 한국 학교처럼 ‘등교–수업–하교’가 아니라 자신이 짠 시간표에 맞춰 수업과 과제를 배치하는 구조예요. 정규 교육의 탄탄함 위에, 유연한 학사 운영과 개별 맞춤형 피드백이 덧붙어 있는 셈이에요.
실제 입학 및 등록은 어떤 절차로 이루어지나요.
학교마다 입학 절차는 조금씩 달라요. 미국 명문 보딩스쿨처럼 입학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운 학교도 있고, 비교적 유연하게 에세이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교도 있어요. 저희 아이의 경우는 성적표와 추천서를 제출했고, 당시 갖고 있던 토플 성적을 참고 자료로 첨부했어요. 입학 에세이를 대신 써주는 컨설팅업체도 있지만, 비용이 수백 달러나 들더라고요. 저는 결국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과정도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해 업체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준비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심 있는 학교에 직접 문의해 최신 입학 요건을 확인하는 것이에요. 규정이 생각보다 자주 바뀌어요.
미국 명문 대학 지원 시 불리하거나 혹은 오히려 유리한 점이 있나요.
온라인 고등학교라고 해서 미국 명문대 입시에 특별히 불리하거나 반대로 유리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 아이가 대학에 합격한 후 주변 부모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AP(Advanced Place ment·대학 과목 선이수제)와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미국 대입 시험) 준비였어요. 미국 주요 대학 입학시험은 한국 수능처럼 국가 기관이 주관하는 게 아니라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라는 민간 비영리 교육기관이 운영하는데요. 여기서 AP, SAT의 커리큘럼과 평가 기준, 공식 교재, 연습 문제를 모두 공개해요. 특히 AP 시험은 이 공식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저희 아이도 기초 개념은 온라인 고등학교 수업으로 다졌어요. 실전 대비는 칼리지 보드의 자료를 중심으로 보완했고요. SAT도 마찬가지였어요.
AP, SAT 준비는 결국 아이가 따로 시간을 확보해서 해야 했어요. 하지만 공식 자료가 워낙 잘 정리돼 있어서, 그걸 꾸준히 따라가면 방향을 잃지 않아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온라인 고등학교에서 매주 선생님과의 정기적인 화상 미팅, 이메일, 헬프 데스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드렸어요. 어느 부분에서 막히는지, 어떤 개념이 부족한지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의 피드백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온라인 고등학교를 선택한 다른 학생들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사실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 막막함이 저희 여정을 글로 남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예요. ‘우리만 이런 길을 가는 걸까?’ 하는 불안이 늘 있었거든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지켜보며 제가 느낀 점들을 블로그에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 글을 보고 연락 주신 부모님들이 모여 어느새 150명 규모의 단톡방이 만들어졌어요.
같은 길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무엇보다 ‘완벽한 준비가 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으셨으면 해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돈보다 정보가 더 귀한 시대’라는 것이에요. 아이가 정말 해외에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영어로 수업을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있는지, 부모가 옆에서 끝까지 지켜보며 필요할 때 함께 공부할 각오가 돼 있는지 이 3가지를 천천히 점검해보셨으면 해요. 그리고 책이나 강연, 단톡방, 커뮤니티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셨으면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삶을 대신 설계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옆에서 묵묵히 함께 서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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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승환 사진제공 한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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