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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설탕과 헤어질 결심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4. 08. 06

365일 다이어트 중인 친구,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남편, 당뇨를 걱정하는 부모님, 대학생 조카까지 모두가 입을 모아 혈당 관리의 중요성을 논한다. 알고 보면 더 심각한 당의 유혹, 그 해결책을 알아보자.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핫한 단어는 ‘혈당’이다. 성인병을 걱정하는 중장년층만 혈당 관리에 힘쓰는 건 아니다.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를 꼼꼼하게 따져서 식단을 구성하는 건강 지킴이는 물론이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방법이든 시도해보는 프로 다이어터도 혈당 체크에 진심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혈당다이어트를 태그한 게시물은 1만3000건이 넘는다. 유튜브에서도 ‘살을 빼려면 혈당 스파이크를 잡아라’ ‘-40kg 직접 체험한 ‘혈당 다이어트’ 끝판 정리’ 등의 콘텐츠가 넘쳐난다.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는 월 검색량 3만8000여 건을 상회할 만큼 인기다. 삼시 세끼를 기록하면서 혈당을 트래킹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앱스토어 건강 피트니스 카테고리 상위에 랭크된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모두가 혈당에 주목하는 것일까.

당뇨 인구 600만, 당뇨 전 단계 2000만 시대

당뇨가 모든 성인병의 근원이라는 건 익히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 수는 눈에 띄게 증가 중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공개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당뇨병 인구는 570만 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당뇨병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 상태의 인구는 1497만 명으로 추정된다. 국민 2000만 명 정도가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향후 앓게 될 거라는 뜻이다. 당뇨 환자는 70세 이상(28.6%)이 가장 많고, 60대(27%), 50대(26.2%), 40대(13%), 30대(4.6%) 순으로 집계됐다. 위험 신호는 당뇨병 전 단계의 인구분포에서 포착된다. 2020년 기준 30대 당뇨병 환자는 12만1500여 명으로 4년 전보다 25%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당뇨병 유병률은 무려 47%나 늘었다. 이제까지 없던 ‘젊은 당뇨’의 등장 및 증가세에 의학계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혈당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젊은 층에 발생하는 당뇨는 주로 비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서 식습관 개선을 통한 다이어트 지도에도 적극적인 분위기다.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혈당을 낮춰라

젊은 다이어터 사이에서 혈당 관리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때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다이어트 주사제 ‘삭센다’나 일론 머스크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알려진 ‘위고비’ 모두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다가 비만치료제로 사용됐다는 사실은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렇다면 혈당은 어떻게 체중에 영향을 미칠까? 음식 속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분해된 포도당이 흡수되는 과정에서 혈액 내 포도당, 즉 혈당이 오르게 된다. 혈당이 감지되면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포도당을 세포로 유입시킨다. 세포는 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는 세포가 다 쓰고도 남을 만큼의 포도당이 공급됐을 경우다. 남은 포도당은 간이나 근육에 우선 공급되고, 그래도 남으면 지방으로 저장된다. 결국 몸이 다 소화하지 못할 만큼 당을 섭취할 경우 지방으로 저장되는 것.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혈당 스파이크’다. 다량의 인슐린이 포도당을 빠르게 처리하면 혈당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뇌가 이 급격한 변화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식욕 촉진 호르몬을 분비하면 흔히 우리가 ‘당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상태가 된다. 이 타이밍에 단 간식을 먹으면 뇌는 세로토닌을 분비해 행복감을 느끼지만, 혈당과 인슐린은 또다시 치솟는다. 뇌부터 소화계, 내분비계까지 정제 탄수화물이 만드는 끈적한 늪에 서서히 빠져드는 이 과정을 마약 중독과 비교해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저탄고지, 키토… 내겐 너무 어려워

혈당을 관리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식습관이다. 설탕이 듬뿍 들어간 디저트나 보기만 해도 달콤한 탕후루만이 길티 플레저는 아니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빵이나 면, 흰쌀밥이나 떡 등 정제 탄수화물을 주의해야 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밥을 안 먹으면 식사를 한 것 같지 않다’거나 ‘밥 배와 빵 배는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저탄고지’나 ‘키토’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래서 최근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조언하는 방법이 바로 ‘식사 순서 바꾸기’다. 인스타그램에서 글루코스 여신(@glucose goddess)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생화학자 제시 인차우스페는 “채소,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순으로 음식을 먹으면, 먼저 섭취한 채소의 섬유질이 장내에서 그물망을 형성함으로써 포도당의 분해와 흡수를 늦춰 혈당 스파이크를 막아준다”고 조언한다. 특히 식사의 첫 번째 순서에는 생채소를 올리는 것이 포인트. 샐러드와 스테이크, 식사 순으로 구성되는 양식의 코스 요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한식에 적용한다면 쌈 채소나 나물 등을 가장 먼저, 생선이나 고기반찬 등을 다음으로, 밥을 마지막에 먹는 식이다.

식전에 물 1컵에 사과식초 1큰술을 더해 마시는 이른바 ‘애사비 다이어트’도 인차우스페가 추천하는 방법이다. 식초의 아세트산이 인슐린이 급격하게 분비되는 것을 막고, 지방이 잘 연소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이유에서다. 식사 후에는 10분 정도만 걸어줘도 혈당 저하에 큰 도움이 된다. 근육이 움직이면서 포도당의 연소를 도와 인슐린 분비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이 ‘당 떨어지는 시간’이라고 부르는 오후 4시의 간식은 최대한 피한다. 공복 상태에서 일어나는 체내 활동의 흐름을 깨트리기 때문이다.

음료, 제로 슈거가 해답일까?

혈당 관리에서 식이 조절만큼이나 뜨거운 이슈가 바로 음료 섭취다. 2030의 젊은 당뇨 환자 증가 추세와 음료 섭취량의 증가세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탄산을 비롯한 음료류에 많이 쓰이는 액상과당은 우리 몸에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흡수도, 혈당 스파이크도, 지방 전환 속도도 빠르다. 과당은 분해 과정에서 독소 물질로 대사가 되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고도 지방간에 걸리는 원인이 된다. 여성의 경우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질병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식품업계가 앞다퉈 제로 슈거 음료를 출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완벽한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당뇨 환자가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보다는 제로 슈거 음료를 마시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은 사실. 대체감미료는 열량이 낮고, 섭취 후에도 혈당 상승이 없으며, 자연히 인슐린을 분비시키지 않는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로 슈거가 능사는 아니다. ‘저속 노화’라는 키워드를 유행시킨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주목하는 포인트는 ‘입맛’이다. 단맛에 길들면 음료 이외의 다른 음식에서도 점점 단 음료를 찾게 된다는 정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함유된 당류는 0이라고 해도, 우리가 마실 때 단맛을 느낀다면 뇌에서 인슐린을 분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요즘 인기인 ‘하이볼’은 알코올과 당분이 함께 들어 있어 절대 피해야 할 조합이다. 혈당을 조절하고 노화를 늦추고 싶다면 되도록 물을 마시는 습관을 갖자.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들이자

건강한 사람에게도 혈당 조절은 필요하다. 혈당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 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매일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마신 사람의 DNA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4.6년 빠르게 노화됐다. 당류는 체내에서 단백질이나 지방 분자와 결합하는 ‘당화’ 과정에서 염증을 유발하고 산화를 일으키는데, 우리가 잘 아는 ‘항산화’가 바로 이 산화를 막는 행동을 뜻한다. 하다못해 피부 속 콜라겐까지도 당에 의해 산화된다니, 늙어 보이는 외모가 걱정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달콤한 디저트는 자제하고 혈당 관리에 힘써보자.

#혈당관리 #혈당다이어트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참고도서 설탕 중독(부키), 설탕 디톡스(전나무숲), 글루코스 혁명(아침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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