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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따라 즐기는 유튜브 토크쇼 TEST

조지윤 기자

2024. 05. 13

60초도 채 안 되는 쇼츠가 범람하는 유튜브 세계에서 1시간 이상의 콘텐츠가 매번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곤 한다. 게스트 두어 명이 나와서 대화만 나누는 토크쇼들이 그 주인공. 도파민 넘치는 세상에서 이 간소하디 간소한 콘텐츠는 어떻게 인기를 모았을까.

유튜브 토크쇼 ‘요정식탁’(위)과 ‘슈퍼마켙 소라’.

유튜브 토크쇼 ‘요정식탁’(위)과 ‘슈퍼마켙 소라’.

“다행이다, 신세계 아니라서.”

2009년 ‘무릎팍도사’ 이후 15년 만에 유튜브 토크쇼 ‘요정식탁’에 출연한 배우 고현정이 덤덤하게 꺼낸 말이다. 다소 파격적으로 들리는 말이지만 그 배경을 곰곰이 살펴보면 그럴 법하다. 절친한 친구인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과 함께 집에서 편안하게 와인 잔을 기울이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으니 말이다. 1990년대 공개 연애를 했던 모델 출신 이소라와 방송인 신동엽도 유튜브 채널 ‘슈퍼마켙소라’에서 다시 만나 “우리가 그때 결혼했어도 2~3년 만에 무조건 이혼했을 것”이라며 쿨한 대화를 나눴다. 배우 손석구는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해 자신이 게이 차트에서 1위에 등극한 것을 언급하며 엉덩이 노출에 관한 이야기도 터놓았다. 그는 “제작부에서 뒤만 나오는 것이니 불편하면 대역을 써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하겠다고 하고 직접 했다”며 “대역 분을 오해해 게이 차트에 올라가면 또 공평하지 않다. 내 실력으로 올라간 게 아니지 않나. 나중에 배신감 주면 안 되니까” 하고 말했다.

이들이 격 없는 이야기를 꺼내놓은 무대는 모두 유튜브 토크쇼다. 유재석(핑계고), 신동엽(짠한형 신동엽), 이경규(르크크 이경규) 등 톱 MC들의 주무대가 TV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에서 유튜브로 넘어갔다. 그들이 운영하는 채널의 주 콘텐츠는 ‘토크쇼’. 걸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혜리의 ‘혤’s club’, 가수 성시경의 ‘성시경의 만날텐데’, 그룹 동방신기와 JYJ 출신 김재중의 ‘재친구’ 등 MC 출신이 아닌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개인 채널의 주 콘텐츠 소재 역시 ‘토크’다. 토크 콘텐츠를 운영 혹은 출연해본 적 없는 연예인을 찾기가 더 힘들다. 스타 PD인 김태호도 채널 ‘TEO’를 통해 개그우먼 장도연과 함께 토크쇼 ‘살롱드립’을 제작하고, 나영석 PD는 ‘채널십오야’에서 직접 토크프로그램 ‘나영석의 나불나불’ 진행자로 나섰다.

그간 예능계의 주축을 담당해온 토크쇼인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보기엔 섣부르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 토크쇼가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진행된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초반의 화제성과 달리 하락세를 걷다가 2%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1인 정통 토크쇼의 부활로 기대감을 높였던 MBC ‘배철수 잼(Jam)’ 또한 최고 시청률 5%를 돌파하지 못하고 8부작으로 끝마쳤다. 박재범, 이효리 등 화려한 진행자 라인업을 자랑한 KBS 음악 토크쇼 ‘더 시즌즈’도 1%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상반되게 방청객도 없이 MC와 게스트 한두 명으로 구성된 유튜브 토크쇼는 수시로 인기 급상승 동영상 목록에 오르내린다. 웹 예능 러닝타임은 10분 내외가 ‘국룰’로 여겨졌지만 토크쇼는 30분은 기본, 1시간이 넘어가는 영상도 조회수 수백만을 기록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유튜브 토크쇼에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높아서다. 수치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서도 필요한 인력이나 장비, 각종 비용은 TV프로그램에 비해 적다. 가수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이나 가수 조현아의 ‘조현아의 목요일 밤’ 등은 가수 자택에서 촬영하는 만큼 장소 섭외에 대한 부담도 없다. 게스트 또한 진행자가 친한 지인을 초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섭외가 수월한 편이다. 제작자 입장에선 MC를 맡아줄 인물만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연예인들 또한 기존 전통 미디어와 달리 하고 싶은 콘셉트와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토크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튜브 토크쇼 ‘핑계고’는 프로그램의 콘셉트이자 목표가 “찐친들과 편안하게 수다 떠는 것”이라고 말한다. SES 출신 가수 바다는 지난 1월 유튜브 채널 ‘이렇게 귀한곳에 귀하신분이’를 개설하면서 술 없이도 텐션 높은 토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토크쇼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게스트들도 신규 앨범이나 방송, 영화에 대한 홍보 목적 없이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 출연하기도 한다.

핵심은 이때 이뤄지는 대화는 ‘연예인 가십’이 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동경하던 스타가 화려한 꺼풀을 내려놓고 울고 웃고 인간적인 고민을 꺼내놓는 데서 시청자들은 묘한 동질감과 위안을 느낀다. 지금은 다소 과시적이라거나 방송용이라 인위적으로 꾸며낸다는 지적을 받는 관찰 예능들이 한때 가감 없이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를 공격하지도 않고 자신을 포장하지도 않는 담백한 대화는 도무지 싫어할 수가 없다. 깊이 알면 아름다운 구석이 없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믿거나 말거나 토크쇼 취향 테스트

범람하는 유튜브 토크쇼, 인기가 많다고 해서 봤는데 딱히 재미도 없고 거기서 거기인 것만 같다면? 토크쇼에도 장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예능형, 대화형, 왁자지껄형 등등 무수한 갈래 속에서 당신의 취향을 아직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유튜브 토크쇼에 영 재미를 못 느꼈다면 테스트를 통해 취향에 맞는 토크쇼를 파악하고, 한 번만 더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튜브토크쇼 #웹예능 #여성동아

사진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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