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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자녀들의 근황 ‘팩트 체크’

정세영 기자

2024. 03. 13

그룹 경영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스펙 빌드업에 열 올리는 후계자가 있는가 하면, 적성을 찾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MZ세대 재벌가 자녀들의 최신 근황을 취재했다.

Part 1
아버지 뒤이은 후계자 코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는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지난해 연말 전무 승진과 더불어 롯데지주에 신설된 미래성장실 실장 및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며 그룹 차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신 전무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아버지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그는 1986년 신동빈 회장이 영국의 노무라증권 지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런던에서 태어났다. 일본 유명 사립학교인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게이오대에 진학했으며, 아버지의 모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를 수료하고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신 전무 역시 신동빈 회장이 근무했던 노무라증권에서 2008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2020년까지 근무했다. 그리고 같은 해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신 전무는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의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듬해 일본 롯데파이낸셜 최대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로 선임됐고,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처음으로 한국 롯데에서 활약하게 됐다. 그간 신동빈 회장이 해외 출장, 해외 기업 총수와의 만남 등 중요한 자리에 아들을 대동해 승계 구도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신 전무가 그룹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 아버지의 행보를 따른 그가 어떤 경영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부사장

슬하에 1남 3녀를 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현재 치열한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다소 복잡한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이 최근 그룹 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며 이슈가 됐다.

1989년생인 최 본부장은 중국 베이징국제고등학교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학생 때 뇌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거나 미국 하버드대 물리화학연구소 및 국내 한 제약 회사의 인턴으로 근무하며 차근차근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5~2017년에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일했으며 2017년 SK그룹에 입사했다. 당시 직책은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 선임 매니저로 대리급이었는데, 2년 뒤 휴직을 선언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명정보학 석사학위 과정을 밟으며 전문성을 높였다. 2021년 7월 SK에 복직한 그는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을 이끌며 본격적으로 리더 자질을 보여줬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하며 입사 6년 만에 임원 배지를 달았다. 특히 그가 맡고 있는 바이오 분야는 SK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핵심 사업이라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이끌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농심그룹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상무

장자승계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농심그룹이 신상열 농심 상무를 중심으로 3세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사실 신상열 상무는 장손 프리패스에 힘입어 일찌감치 농심 후계자 자리를 굳혔다. 2024년 임원 인사를 통해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로 올라선 것.

현재 농심은 신춘호 창업주의 장남인 신동원 회장이 이끌고 있다. 차남 신동윤 회장은 계열사 율촌화학, 3남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와 기타 계열사를 각각 물려받았다.

신 상무는 슬하에 1남 2녀를 둔 신동원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졸업 직후인 2019년 농심에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했으며, 대리와 부장을 거쳐 2021년 구매담당 상무로 임원에 올랐다. 당시 나이 28세로 최연소 임원 승진이었다.

농심은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미래사업실을 출범하고 미래사업실장에 신 상무를 임명했다. 미래사업실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과 신규 사업 등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업무를 담당한다. 미래 사업은 신동원 회장이 2021년 7월 취임과 동시에 발표한 비전, ‘뉴(NEW) 농심’의 핵심이다. 현재 추진 중인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인수합병(M&A) 등 신 상무가 맡고 있는 미래 사업이 성과를 보인다면 경영 승계도 빨라질 전망.

농심 관계자는 “아직 건기식 인수합병에 대한 방향이 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천호엔케어 인수 실패 이후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오너 경영 승계 관련해서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 상무

담서원 상무는 오리원그룹 장자승계 기조에 따라 담철곤 회장에 이은 후계자로 유력하게 꼽힌다. 1989년생인 담 상무는 담철곤 회장의 1남 1녀 중 첫째로, 미국 뉴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2020년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근무하다 2021년 7월 오리온에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또 입사 후 1년 5개월 만인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리온의 후계 구도가 장남으로 굳어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담 상무는 오리온 입사 직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AI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과정에서 물류 선진화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 현재는 중장기적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오리온이 사업 영역을 확대함에 따라 담 상무는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오 사업은 기존 식품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고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도움이 돼 뚜렷한 경영 성과가 날 수 있는 분야다.

30대 젊은 임원인 담 상무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을 좋아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소탈한 성격이라고. 지난해 초 예상치 못한 승진 인사로 담 상무의 프로필 사진이 필요했던 찰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을 홍보팀에 보낸 것이 현재 공식 프사로 활용되고 있다. 격식을 갖춘 슈트 차림이 아닌, 블랙 목폴라 니트를 입고 선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담 상무의 소탈한 성격을 대변한다.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부회장

현재 HD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주역은 바로 정기선 부회장이다. 슬하에 2남 2녀를 둔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으로,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재무팀 대리로 입사해 2022년 3월, 13년 만에 등기이사를 달았다. 그는 2021년 사장을 거쳐 지난해 11월 부회장 자리에 올라 막강한 책임을 지게 됐다. 198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계에 진출한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현대그룹이 사실상 다시 오너 경영 체제에 돌입한 셈. 현재 HD현대그룹은 미래 먹거리로 수소·자율운항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를 진두지휘하며 세계 시장 공략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인 조선, 석유화학, 건설기계 분야에 AI와 친환경 가치를 접목해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Part 2
적성 찾아가겠습니다!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외동딸 
이원주 씨

슬하에 1남 1녀를 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막내딸 이원주 씨는 2004년생으로 올해 20세다. 현재 시카고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가 최근 미국 비정부기구(NGO) 단체 ‘글로벌 시카고 시몬스 센터’에 인턴으로 입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직원 3명에 인턴 4명으로 이뤄진 글로벌 시카고 시몬스 센터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자선가, 사회적기업가 및 비즈니스 커뮤니티 파트너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곳이다.

현재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원주 씨의 영어 이름 매디슨 리(Madison Lee) 인턴에 대한 소개 글이 올라와 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서울에서 왔고,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시카고대학교에서 데이터과학을 전공하는 2학년 학생’이라고 쓰여 있다. 또 ‘늘 내가 속해 있는 사회와 지역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다니던 고등학교 안팎에서 지역사회 봉사 단체 활동에 참여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원주 씨의 장래를 앞서 예견하긴 무리지만,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준법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사과하며 자식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재용 회장과 전 부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 사이에는 이원주 씨 외에 아들 이지호 씨가 있는데, 이지호 씨 역시 캐나다에서 학업에 매진 중이다.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의 맏딸 
문서윤 씨

이명희 회장 외손녀이자, 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하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맏딸인 문서윤씨는 여동생 문서진 씨와 함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아버지는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이다.

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어머니와 대조적으로 활발한 SNS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서윤 씨는 평소 패션 등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서윤 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8만 명 이상으로 웬만한 셀럽을 능가한다. 이런 인싸력 때문일까. 그가 걸 그룹 데뷔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유인즉 SNS 계정에 연예기획사 더블랙레이블 연습생과 찍은 사진을 업로드한 것. 사진의 배경이 연습실인 까닭에 마치 걸 그룹 단체 사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 더블랙레이블에서 올해 상반기 새로운 걸 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린다.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일 서윤 씨가 연예계에 데뷔한다면 ‘재벌가 자녀 아이돌 1호’가 되는 셈이다. 한편 더블랙레이블에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아들 ‘로렌’ 이승주 씨도 소속돼 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장녀 
함연지 씨

아마 대중과 가장 접점이 많았던 재벌 2세를 꼽으라면 슬하에 1남 1녀를 둔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 함연지가 아닐까. 뮤지컬 배우인 그는 ‘햄연지’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약 46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대원외고 졸업 후 뉴욕대 티시예술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2019년 유튜브를 통해 소탈한 ‘재벌 딸’의 일상을 소개하곤 했는데, 한 달 전 돌연 유튜브 활동을 중단했다. 그동안 대중에게 보여준 부부의 생활이나 가족 이야기, 오뚜기 제품 소개 콘텐츠를 중단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 한편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규모 식품 박람회 ‘윈터 팬시 푸드 쇼(WFFS) 2024’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드디어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오뚜기 측은 “개인적인 참관이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과거 함연지는 유튜브에서 “미국 시장에 한국 음식을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칭 ‘라면집 딸’의 행보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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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뉴스원
사진출처 글로벌시카고시몬스센터 홈페이지 농심그룹 롯데그룹 오리온 HD현대 SK그룹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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