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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하는 SNS는 가라!” 비리얼(BeReal)이 뜨는 이유

김민호 프리랜서 기자

2022. 05. 27

가장 멋진 모습을 하고 있는 화면 속 내가 정말 나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용자가 늘면서 기존 SNS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공유한다는 콘셉트의 ‘비리얼(BeReal)’이 SNS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까.

김민호 기자의 비리얼 사용 모습.

김민호 기자의 비리얼 사용 모습.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소피아 베닝(22) 씨는 최근 독특한 경험을 했다. 학교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던 중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알림 소리에 맞춰 학생들이 자신의 주변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기 시작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최근 미국 대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비리얼(BeReal)에 업로드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신생 SNS 비리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SNS가 작동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하루 한 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진짜를 보여줄 시간(Time to BeReal)”이라는 푸시 알림이 온다. 사용자는 2분 안에 휴대폰으로 자신의 주변 환경을 찍어 업로드해야 한다. 후면 카메라가 먼저 작동해 사진을 촬영하면 전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사용자의 셀카를 찍는다. 그렇게 사용자는 주변 환경과 현재 모습을 앱상의 친구들과 공유한다. 모든 사용자는 동시에 알림을 받아 친구들은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게 된다.

스마트폰 앱 데이터 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만에도 못 미치던 일일 다운로드 수는 올해 4월 120만을 넘어섰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500만을 돌파했으며 그중 320만이 올해에 이루어졌다.

2019년 12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비리얼은 지난 3월 프랑스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뒤 미국, 영국, 스페인, 덴마크, 멕시코 등 유럽과 미주 전역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 캐피털 투자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로부터 3660만 달러(4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면 비리얼을 떠나라”

시카고에 거주하는 캐시 드안 씨는 “인스타그램이 자랑하고 싶은 인생의 한 부분이라면 비리얼은 지루한 단면”이라며 “SNS는 SNS일 뿐 우리가 사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캐시 드안 씨는 “인스타그램이 자랑하고 싶은 인생의 한 부분이라면 비리얼은 지루한 단면”이라며 “SNS는 SNS일 뿐 우리가 사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리얼은 ‘진솔해지라(BeReal)’는 앱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연출된 ‘인생 숏’을 올리는 기존 SNS와 거리를 둔다. 앱 설명란에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머무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비리얼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이 제공하는 보정 필터도, 영상 촬영 기능도 없다. 해시태그로 불특정 다수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도 없다. 사진은 친구들과만 공유된다.



연출된 사진도 거부한다. 알림이 울리고 2분이 지난 뒤 사진을 올리면 지각했다는 낙인이 찍힌다. 재촬영한 사진은 몇 번째 찍은 것인지 문구가 남는다. 사진을 공유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볼 수도 없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초라한 모습이라도 당당하게 내보이라는 취지다.

비리얼의 창업자들은 과시가 주된 목적이 된 기존 SNS에 피로감을 느껴 앱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동 창업자인 알렉시스 바레야와 케빈 페레루는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사관학교라 불리는 IT 교육기관 ‘에콜42(E’cole42)’ 동문이다. 바레야는 테크 전문 매체 ‘프로토콜’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이유에 대해 “나의 반복적인 일상과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삶 사이에 큰 괴리를 느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과 정반대 포지션을 취한 것이 비리얼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미지에 지친 사용자를 겨냥해 하루에 한 번 사진을 찍어 올리기만 하면 되는 극도의 단순함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미국 채프먼대학교에서 SNS를 주로 연구하는 니클라스 마이허 교수는 “진정성과 자연스러움은 SNS의 성장 초기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성공한 SNS의 초기 유저들은 떠오르는 생각이나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올리는 식으로 플랫폼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SNS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증명해내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마이허 교수의 지적처럼 지난해 10월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페이스북)가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 이용자에 끼치는 심각한 심리적 해악을 인지하고도 수익 증대를 위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이허 교수는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을 내세우는 SNS가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일 수 있다”며 “사용자는 지인들과 교류할 목적으로 SNS를 이용할 것이고, 플랫폼은 많은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마케팅 컨설턴트 클라크 보이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돼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10~20대의 젊은 유저들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일상을 온라인에 드러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워싱턴DC의 한 신용카드 회사에 다니는 프라나브 카자(26) 씨는 자기가 타인의 화려한 일상에 자신을 비교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그는 비리얼을 이용 중인데, 앱 상의 친구는 12명에 불과하다. 그는 “비리얼 친구가 50명이 넘어간다면 비리얼을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며 “(비리얼을) 친한 친구들과 바쁜 일상 중에 잠깐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유저는 10~20명가량의 가까운 지인들과만 비리얼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도 괜찮은 사람들과 친구를 맺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수백 명을 팔로잉하는 인스타그램, 틱톡과 확연한 차이다.

비리얼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과시의 수단으로 전락한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서 
진솔함을 추구하는 비리얼(BeReal)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과시의 수단으로 전락한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서 진솔함을 추구하는 비리얼(BeReal)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기존 SNS의 ‘안티테제’를 자처한 비리얼이 그들의 성장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리얼은 최근 명문대를 중심으로 일부 학생을 홍보대사(ambassador)로 선정하는 마케팅을 시작했다. 비리얼이 선정한 홍보대사는 기업이 지원한 자금으로 파티를 열고 앱을 다운로드한 학생만 입장을 허용한다. 또한 앱이 없는 학생이 비리얼을 설치하면 즉석에서 50달러(약 6만원)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보이드는 “이 전략은 페이스북이 론칭 초기 하버드, 프린스턴, 컬럼비아 등 미국 명문 대학의 인싸들을 통해 홍보한 모습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마케팅 수법은 미국 대학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2월 15일 “비리얼이 주최한 무료 파티에는 앱을 내려받고 5명 이상을 친구로 추가한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지타운대 교내 신문인 ‘더 호야’는 “비리얼이 캠퍼스 내 사교 모임이 주최하는 파티를 지원하고 있다”고 다뤘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신생 SNS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마이허 교수는 비리얼이 가장 어려운 고비는 넘겼다고 분석했다. 인기몰이를 통해 충분한 가입자 수를 거느리면서다. 그는 “향후 비리얼의 성패는 유입된 사용자들의 관심을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보이드 또한 비리얼의 남은 과제에 대해 “진정성과 자연스러움이 부각되는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사용자의 궁금증과 흥미를 돋워야 하는 SNS의 본질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이드는 손쉬운 영상 편집 툴을 제공하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뤄낸 틱톡의 사례를 들며 “비리얼 또한 사용자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리얼의 수익 창출 모델 또한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마이허 교수는 “온라인 수익 모델은 크게 광고, 유료 구독자 확보, 제품 판매, 중개 수수료 부과라는 네 가지 방법으로 나눠진다”며 “비리얼은 아마도 광고와 제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랜드 굿즈 판매 및 기업과의 광고 연계 또한 고려해볼 수 있다. 가령 기업이 비리얼을 통해 상품 인증 숏 올리기 캠페인을 진행, 사용자들에게 자사를 홍보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비리얼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SNS가 지루해지는 시점은 생각보다 빠르게 올지도 모른다. 시카고에 사는 캐시 드안(23) 씨는 “비리얼을 설치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지루하다”며 “처음에는 알림이 오면 신이 났지만 지금은 무덤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이 자랑하고 싶은 인생의 한 부분이라면 비리얼은 지루한 단면”이라며 “SNS는 SNS일 뿐 우리가 사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리얼 #안티인플루언서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사진 김민호 프리랜서 기자 
사진출처 비리얼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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