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무인 셀프빨래방 및 무인 카페 창업 설명회에 몰린 사람들
무인 카페,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소리 없이 강하다
박상돈(29) 씨는 2020년 11월 대전 서구 주택가에 50㎡(약 15평) 크기의 무인 카페를 열었다. 투자금은 총 3500만원. 인터넷 카페에서 인테리어 사업자를 직접 찾아 1100만원에 내부 공사를 마쳤다. 여기에 커피머신 1500만원, 간판 100만원, 기타 집기·가구 구매 200만원, 에어컨 구매·설치 260만원이 각각 들었다. 추가로 폐쇄회로(CC)TV, 인터넷, 음향 시설 설치에 300만원가량이 소요됐다. 박 씨는 이후 코로나19 영업 제한 속에서도 매달 10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내고 있다.박 씨는 창업 준비 과정부터 경영 성과까지 전부를 유튜브 채널 ‘김대리의 독립일기’에 업로드했다. 이후 창업 컨설팅 의뢰가 빗발치자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컨설턴트로 나선 상태. 카페 입지 선정과 상권 분석 등을 도와주는 대신, 신규 점포에 자신이 영업을 맡은 커피머신을 설치하게 한다. 현재까지 박 씨가 컨설팅해 개업한 무인 카페는 60여 곳에 달한다.
박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상권 분석. 그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무인 카페는 임대료가 비싼 도심보다 경쟁이 적고 임대료가 저렴한 주택가에 창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무인 카페 매출로 번화가의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렵고, 비슷한 가격대의 카페가 있다면 소비자는 사람이 만든 커피를 선호한다는 게 그 이유다. 박 씨는 “냉정하게 말해 무인 카페는 ‘메가커피’나 ‘빽다방’ 같은 저가 프랜차이즈와 경쟁이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배후 수요가 큰 지역 창업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 카페와는 입지가 일부 겹쳐도 괜찮다고 한다. 주력 상품과 고객층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박 씨가 컨설팅 과정에서 무인 카페 업주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월 매출은 대략 250만~400만원 사이, 수익은 매장 10곳 중 6곳 정도가 100만원에서 200만원 선이다. 3년 전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무인 카페를 창업한 장 모 씨도 월평균 25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순수익은 100만원가량이다. 장 씨 점포 월세가 무인 카페치고는 비교적 높은 1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입지가 좋을 경우 장 씨 이상의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을 만하다. 단, 여름과 겨울 사이 매출 차이가 큰 편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매출이 평월 대비 15% 정도 상승하는 반면 겨울 비수기엔 20% 정도 하락한다. 무인 카페 컨설팅을 해온 박 씨는 “월평균 매출이 300만원 수준인 매장의 경우 비수기인 1~2월에는 240만~260만원 정도, 성수기인 7~8월에는 330만~350만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기승전‘목’,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풍경.
임 씨는 퇴근길에 자녀를 위해 한 번에 3만~4만원어치씩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자기 모습을 보고 개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가 많은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리면 자녀 학원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간을 적게 투자해도 되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임 씨는 “겨울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여름에는 이틀에 한 번 정도씩 가게를 방문한다. 한번 들를 때 가게 정리와 물품 입고에 한두 시간 걸린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기승전‘목’, 즉 가게 입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연령층 소비자가 많으면서 지갑을 여는 부모의 동선에 가까운 곳을 찾는 게 핵심이다. 그는 “배후 수요가 충분하며 경쟁업체가 추가로 들어올 여지가 적은 ‘항아리 상권’”을 최적의 위치로 꼽았다. 예를 들어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경쟁업체가 없다면 최적의 입지다. 임 씨는 창업 이전, 두 달 정도 상가 매물을 찾아다녔고 마침내 대단지 아파트 2곳의 정문이 겹치는 위치에 가게를 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인근에 중형 할인 마트가 있을 경우 상권이 아무리 좋아도 피해야 한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도매가로 판매하면 무인 매장이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 인근 편의점과의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편의점과의 출혈 경쟁으로 매출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에 따르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창업에는 약 1200만~17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 도매업자가 냉동고까지 무상으로 대여한다. 또 소비자가 오래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인테리어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취재에 응한 업주들은 인테리어 비용으로 600만~1100만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선반, CCTV, 키오스크, 에어컨 구매 및 설치 비용은 약 200만원 수준이다. 또 초도 물량 구입비로 약 400만원이 소요됐다.
단, 창업 장벽이 낮은 점은 양날의 검이다. 언제든 주변에 경쟁업체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 특히 매출이 잘 나오는 지역의 경우 항상 새로운 점포의 출현을 각오해야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웹사이트(www.semas.or.kr)에 접속하면 지역별·업종별 상권 분석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임 씨 가게 주위를 보니 걸어서 7~8분 거리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7곳이나 모여 있다.
“10명이 차려서 9명이 망하는 게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예요.”
한 절도범이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 등을 훔친 뒤 가게를 빠져나가고 있다
장사가 잘되던 시절, 한 씨 매장의 매출은 월 500만원에 육박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 평균 마진율은 30%, 대략 150만원 정도가 남는 돈이다. 여기서 관리비와 전기료, 가게 임차료를 내고 나니 순이익은 수십만원에 불과했다. 이따금 발생하는 도난 사건도 골칫거리였다. 한 씨는 “말은 ‘무인점포’지만 점주가 꾸준히 매장을 청소해야 하고, 전화로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또 수시로 CCTV 모니터링까지 해야 해 업무량이 결코 적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 씨는 “한 달에 50만원 미만의 수익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분만 창업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들어는 보셨는가, 반려동물 셀프 목욕방
서울 은평구의 ‘견생목욕탕’은 포토 존을 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으로 많은 단골을 유치했다.
홍 씨는 집에서 반려견 목욕에 어려움을 겪는 견주들 고충에 주목했다. 쪼그려 앉아 화장실 욕조에서 반려견을 씻기고 나면 목욕 이후 수북이 쌓이는 털을 또 청소해야 한다. 수고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 불편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강아지 목욕 동선을 최적화하고, 드라이어 등 최신 기계도 설치했다. 물론 목욕 후 빠진 털 청소도 가게에서 담당한다.
매장 입지를 고를 때 가장 중점을 둔 건 지역 주민 평균 연령과 반려동물 비율이었다. △반려견이 많은 지역 △강아지 산책로나 공원이 인접한 곳 △주차시설이 구비된 곳 등을 중심으로 적절한 장소를 물색했다.
홍 씨 매장 한편에는 목욕탕 콘셉트의 포토 존이 있다. 홍 씨는 “반려동물 셀프 목욕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가 중요하다”며 “목욕을 마친 뒤 강아지 사진을 찍어 자기 계정에 올리고 싶어 하는 견주의 욕구를 포착해 포토 존을 마련한 게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홍 씨에 따르면 SNS에서 목욕방이 인기를 끌자 인근 아파트 단지 반려동물 커뮤니티 등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장과 3km가량 떨어진 은평 한옥마을에서까지 고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단골 고객도 생겼다. 홍 씨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점점 많아지는 만큼, 반려견 셀프 목욕방 시장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다른 무인점포보다 손이 많이 간다는 것. CCTV를 자주 모니터링하며 털이 많이 빠지는 대형견이 방문하면 점주가 바로 찾아가 뒤처리를 해야 한다. 또 반려견용 배변 패드를 설치하고 수시로 갈아주는 것도 필수다. 패드가 없으면 배변할 곳을 찾지 못한 강아지들이 매장 내 아무 곳에나 ‘실례’를 한다는 게 홍 씨의 경험담이다.
현재 직장인인 홍 씨는 퇴근 전후로 매일 가게에 들러 한두 시간씩 청소와 비품 관리에 신경을 쓴다. 이렇게 매일 매장을 정돈하지 않으면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홍 씨는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매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강아지를 만날 수 있어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무인 반려견 셀프 목욕방 창업이 솔깃하게 느껴진다면 이용찬 씨 말도 들어보자. 이 씨는 18개월가량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관련 매장을 운영하다 지난해 7월 가게 문을 닫았다. 이 씨의 ‘오답노트’에 따르면 매장 규모는 욕조 6개 이상인 게 적절하다. 견주 대부분이 산책 후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대에 고객이 몰리는 경우가 잦다. 이 씨는 “시설이 작으면 헛걸음을 하는 고객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한 “매장을 꾸밀 때 수도 및 전기 설비는 가장 큰 것으로 고르고, 전기온수기도 넉넉하게 설치하라”고 조언한다. 초기 투자 비용을 아꼈다가 피크 시간에 온수가 부족하거나 수압이 낮아지고, 누전 차단기가 올라가는 일이 생기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인점포는 손님에게만 무인이다”
“손님한테 무인 가게인 거지, 사장한테까지 무인 가게인 건 아니에요. 이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거든요.”무인 카페 컨설팅을 이어온 박상돈 씨 말이다. 무인점포 업주들은 시간 투자가 사업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어느 가게든 사장이 꾸준히 관리한다는 인상을 손님들에게 줘야 안정적으로 매출이 유지된다는 것. 취객이나 외부 음식을 무단 반입하는 고객, 노숙자 등에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무인점포라 해도 고객과의 소통 또한 중요하다. 박 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후기를 자주 확인하고 답장을 남기거나, 매장 내에 포스트잇을 비치하는 등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손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단골이 생기고 동네에 입소문이 퍼진다고 한다. 반려견 목욕방을 운영하는 홍 씨는 “무인 가게의 성패는 단골을 얼마나 모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업주들은 무인점포 사업을 주 수입원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생활비를 오롯이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윤이 나지 않고 안정적인 본업이 있는 투자자의 ‘용돈벌이’ 수준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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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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