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외 기업들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 속에 발 빠르게 대응한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포착했다. 이 가운데 종합 생활용품 기업 깨끗한나라도 선전했다. 지난해 2월 마스크 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손소독 티슈, 손소독 스프레이, 손소독젤 등 위생용품을 선보여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2019년 1월 대표이사 부사장에 이어 2020년 3월 사장에 오른 최현수(42) 대표이사가 있다.
1997년 창립 31주년을 맞은 대한펄프는 토종 기업에 걸맞은 브랜드 ‘깨끗한나라’를 론칭했다. 그해 시설 투자를 시작해 화장지, 생리대, 기저귀 설비를 확장해나가는 한편 수출 확대에도 나서 중국의 베이징, 광저우 사무소를 중심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기존 일본, 미국, 호주 등의 수출 시장 이외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 판로를 다변화해 2000년 수출 규모 1억1백25만 달러를 기록, 아기 기저귀 ‘보솜이’와 생리대 ‘매직스’ 등 분야별 신제품을 쏟아내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해나갔다. 2011년에는 아예 사명을 깨끗한나라로 바꿨다.
최병민 회장의 장녀인 최현수 사장은 깨끗한나라가 확장 일로에 있던 2006년에 입사했다. 최 사장은 중학교 시절 유학을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해 홀로 영국에서 4년간의 공부를 마친 후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에서 심리학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귀국해 제일기획에서 광고, 프로모션, 마케팅 관련 업무를 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2004년 게이오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며 선대 때부터 교류하던 다이오 제지에서 일을 배우고, 2년 뒤 깨끗한나라 생활용품사업부 주임으로 회사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입사 2년 뒤인 2008년 최병민 회장은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깨끗한나라는 전문 경영인 체제에 들어갔다. 최현수 사장은 당시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된 윤종태 전 GS리테일 부사장 밑에서 일하며 리더십과 경영 실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판매 관리비를 절감하는 등 경영 개선 작업을 통해 취임 2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내는 등 공을 세웠다. 이후 최현수 사장은 마케팅팀, 제품개발팀장을 거쳐 2013년 경영기획실장, 2014년 생활용품사업부장, 2015년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거처 2016년 전무 자리에 올라 제지 사업 및 생활용품 사업을 총괄했다.
경영 실무를 착실하게 해나가던 최 사장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 생리대 파동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것. 이 사태로 깨끗한나라 실적은 2016년 매출 7천60억원, 영업이익 1백83억원에서 1년 뒤 6천2백34억원, -2백53억원으로 떨어졌다. 다음해까지 실적 악화가 이어진 가운데 2019년 1월 최현수 사장은 실적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고 대표이사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최현수 사장은 흑자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경영 구조 개선에 나섰다. 당시 10년 가까이 적자를 기록하던 제지 1호기와 화장지 초지 1호기 가동을 멈춰 컵지, 화장지 일부 생산을 중단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또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 주식 액면가를 5천원에서 1천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단행해 차익으로 누적 결손금을 상쇄하고 자본 잠식을 해소해 부채 비율을 대폭 낮췄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PI(Process Innovation)를 전개, 직원들의 자발적 개선 제안 활동으로 성과를 창출했다.
이 시기 무엇보다 최현수 사장이 주력한 ‘애자일(Agile) 조직’ 체계 도입은 큰 성과로 꼽힌다. ‘날렵한, 민첩한’이란 애자일의 뜻처럼 소비자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조직으로의 혁신을 추구한 것. 이런 노력 끝에 깨끗한나라는 2019년 매출 5천9백38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마스크, 손소독제, 손소독 티슈 등 위생 제품을 출시해 사업을 발 빠르게 전환시키며 위기에 대응했고, 1~3분기 매출 4천4백74억원, 영업이익 4백62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최현수 사장은 지난해 3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현수 사장은 성과를 통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오너 경영인이다. 그러나 회사 지분만 놓고 보면 경영권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최 사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은 보통주 7.7%다. 이는 여동생인 최윤수 나라손 대표와 같은 수준. 현재 깨끗한나라의 최대주주는 최현수 사장의 남동생인 최정규 씨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6.03%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올해 30세로 현재 깨끗한나라 기타비상무이사에만 이름이 올라 있다.
이러한 오너 일가의 지분 조정은 7년 전인 2014년에 이뤄졌다. 앞서 최병민 회장은 2008년까지 깨끗한나라 지분 67.58%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채 비율이 1495.9%에 이를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되자 사돈 그룹이자 범LG가인 희성전자에 지분을 넘겼고, 2009년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 지분 70.5%를 가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병민 회장의 아내는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구미정 씨다.
이후 건강 악화 및 지분 감소로 회사를 떠났던 최병민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2014년 지분 되찾기에 나섰다. 2014년 7월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 주식 1천1백66만 주를 최정규 씨를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시간외매매로 넘겼다. 이때 최정규 씨가 보통주 5백97만1천5백26주를 매입하며 최대주주에 올랐고, 최현수 사장은 2백86만8천7백4주, 최윤수 나라손 대표는 2백86만7천3백26주를 매입했다. 최병민 회장과 구미정 씨 부부도 각각 1.62%, 4.92%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런 지분 구조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최정규 씨가 언젠가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9년 흑자 달성은 사실 펄프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호재로 작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최현수 사장의 경영 능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재벌은 장자 상속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향후 최정규 씨가 경영 일선에 참여할 경우 최현수 사장과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 사장은 최대주주에 비해 지분이 현저히 낮고, 여동생을 우호 지분으로 끌어들여도 최대주주 지분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라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사진제공 깨끗한나라 홈페이지
펄프 회사에서 종합 생활용품 기업으로
깨끗한나라는 최화식 창업주가 1966년 펄프 국산화와 국내 제지 산업의 부흥을 위해 설립한 대한펄프공업주식회사를 모태로 한다. 당시 초기 자본금 3천4백만원으로 펄프 이외 산업용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와 종이컵 원지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홍콩 등에 수출하면서 물량이 부족해져 1976년 신양제지를 인수해 사세를 확장했다. 1983년 최화식 회장의 장남인 최병민 대표이사(현 회장)는 취임과 함께 2세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2년 뒤 최 대표는 금강제지를 인수해 화장지 사업에 뛰어들었고, 독자 기술로 여성용 생리대와 아기 기저귀를 생산해 생활용품 사업의 다각화에 성공했다. 1991년에는 대한펄프로 사명을 변경했다.1997년 창립 31주년을 맞은 대한펄프는 토종 기업에 걸맞은 브랜드 ‘깨끗한나라’를 론칭했다. 그해 시설 투자를 시작해 화장지, 생리대, 기저귀 설비를 확장해나가는 한편 수출 확대에도 나서 중국의 베이징, 광저우 사무소를 중심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기존 일본, 미국, 호주 등의 수출 시장 이외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 판로를 다변화해 2000년 수출 규모 1억1백25만 달러를 기록, 아기 기저귀 ‘보솜이’와 생리대 ‘매직스’ 등 분야별 신제품을 쏟아내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해나갔다. 2011년에는 아예 사명을 깨끗한나라로 바꿨다.
최병민 회장의 장녀인 최현수 사장은 깨끗한나라가 확장 일로에 있던 2006년에 입사했다. 최 사장은 중학교 시절 유학을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해 홀로 영국에서 4년간의 공부를 마친 후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에서 심리학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귀국해 제일기획에서 광고, 프로모션, 마케팅 관련 업무를 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2004년 게이오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며 선대 때부터 교류하던 다이오 제지에서 일을 배우고, 2년 뒤 깨끗한나라 생활용품사업부 주임으로 회사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입사 2년 뒤인 2008년 최병민 회장은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깨끗한나라는 전문 경영인 체제에 들어갔다. 최현수 사장은 당시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된 윤종태 전 GS리테일 부사장 밑에서 일하며 리더십과 경영 실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판매 관리비를 절감하는 등 경영 개선 작업을 통해 취임 2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내는 등 공을 세웠다. 이후 최현수 사장은 마케팅팀, 제품개발팀장을 거쳐 2013년 경영기획실장, 2014년 생활용품사업부장, 2015년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거처 2016년 전무 자리에 올라 제지 사업 및 생활용품 사업을 총괄했다.
경영 실무를 착실하게 해나가던 최 사장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 생리대 파동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것. 이 사태로 깨끗한나라 실적은 2016년 매출 7천60억원, 영업이익 1백83억원에서 1년 뒤 6천2백34억원, -2백53억원으로 떨어졌다. 다음해까지 실적 악화가 이어진 가운데 2019년 1월 최현수 사장은 실적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고 대표이사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경영 능력 인정받아 사장 승진, 지분은 남동생에 밀려
1 부모님과 함께한 젊은 시절의 최현수 사장. 2 1979년 최병민 회장과 구미정 부부 사이 첫째로 태어난 최현수 사장. 3 2020년 1월 개발실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최현수 사장(맨 왼쪽).
이 시기 무엇보다 최현수 사장이 주력한 ‘애자일(Agile) 조직’ 체계 도입은 큰 성과로 꼽힌다. ‘날렵한, 민첩한’이란 애자일의 뜻처럼 소비자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조직으로의 혁신을 추구한 것. 이런 노력 끝에 깨끗한나라는 2019년 매출 5천9백38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마스크, 손소독제, 손소독 티슈 등 위생 제품을 출시해 사업을 발 빠르게 전환시키며 위기에 대응했고, 1~3분기 매출 4천4백74억원, 영업이익 4백62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최현수 사장은 지난해 3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현수 사장은 성과를 통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오너 경영인이다. 그러나 회사 지분만 놓고 보면 경영권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최 사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은 보통주 7.7%다. 이는 여동생인 최윤수 나라손 대표와 같은 수준. 현재 깨끗한나라의 최대주주는 최현수 사장의 남동생인 최정규 씨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6.03%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올해 30세로 현재 깨끗한나라 기타비상무이사에만 이름이 올라 있다.
이러한 오너 일가의 지분 조정은 7년 전인 2014년에 이뤄졌다. 앞서 최병민 회장은 2008년까지 깨끗한나라 지분 67.58%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채 비율이 1495.9%에 이를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되자 사돈 그룹이자 범LG가인 희성전자에 지분을 넘겼고, 2009년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 지분 70.5%를 가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병민 회장의 아내는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구미정 씨다.
이후 건강 악화 및 지분 감소로 회사를 떠났던 최병민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2014년 지분 되찾기에 나섰다. 2014년 7월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 주식 1천1백66만 주를 최정규 씨를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시간외매매로 넘겼다. 이때 최정규 씨가 보통주 5백97만1천5백26주를 매입하며 최대주주에 올랐고, 최현수 사장은 2백86만8천7백4주, 최윤수 나라손 대표는 2백86만7천3백26주를 매입했다. 최병민 회장과 구미정 씨 부부도 각각 1.62%, 4.92%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런 지분 구조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최정규 씨가 언젠가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9년 흑자 달성은 사실 펄프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호재로 작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최현수 사장의 경영 능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재벌은 장자 상속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향후 최정규 씨가 경영 일선에 참여할 경우 최현수 사장과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 사장은 최대주주에 비해 지분이 현저히 낮고, 여동생을 우호 지분으로 끌어들여도 최대주주 지분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라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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