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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홈플러스, 회생할 수 있을까

엄지용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 대표

2025. 03. 20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3월 4일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지난해 티메프 사태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모습이다. 납품업체들의 정산은 지연되고 있고, 소비자들은 홈플러스 상품권을 빠르게 소진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과연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는 ‘제2의 티메프 사태’로 이어질까? 

매출 규모 6조9315억 원(2023년 3월~2024년 2월 회계연도 기준). 이마트에 이어 국내 2위 대형마트 운영사 홈플러스가 3월 4일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홈플러스가 제기한 기업회생 신청의 이유는 ‘신용등급 강등’이다. 2월 27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홈플러스 입장에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더 높은 이자율이 적용돼 금융비용이 올라간다는 걸 의미한다.

홈플러스는 2024년 2월 마무리된 회계연도 기준 연간 금융비용만 4573억 원 상당을 부담했다.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MBK파트너스 부회장)의 3월 14일 기자간담회 발언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 여러 계열사로부터 1조2000억 원, 증권사로부터 1000억 원 이상의 채무를 갖고 있다. 협력사에 지연 이자를 주기로 하고 정산을 늦춘 ‘매입채무 유동화 금액’도 약 7000억~8000억 원 규모다.

이에 앞으로 벌어질 유동성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홈플러스의 입장이다.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회사가 3개월 안에 갚아야 할 채무가 있는데, 3개월 안에 이 금액을 한 번에 갚아야 하면 회사가 부도날 위험이 있다”며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회생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법정관리 절차 돌입에 따라 홈플러스의 금융 채무는 동결됐고, 회생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만기 도래하는 채무 상환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가 사실상 ‘채무 불이행’ 상태에 돌입했다고 판단해 3월 4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최하 등급인 D로 강등했다.

흔들리는 홈플러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위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는 지적과 함께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 책임을 문제 삼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동사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2조7000억 원 상당의 막대한 외부 차입금을 활용했다.

MBK파트너스 인수 전후를 겪은 홈플러스 한 임원 출신 인사는 “MBK파트너스는 이후 채무를 상환하는 것과 단기적인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면서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차입금 상환을 위해 매출이 높은 주요 점포를 매각하고 이를 다시 임차하는 ‘세일즈앤드리스백’ 방식의 경영이 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미진하게 만들었고, 금융비용은 낮췄지만 오히려 운영비용은 높아지는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홈플러스 임원 출신 인사는 “유통업은 제조 공장 이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신규 점포를 오픈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물류 시설, 기존 노후 점포, 설비, 시스템 교체에도 모두 돈이 들어가는데 MBK파트너스는 여기 투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MBK파트너스가 밝힌 홈플러스 법정관리의 직접적인 이유는 ‘신용등급 강등’이지만, 신용등급 강등의 책임에서 MBK파트너스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밝힌 홈플러스 신용등급의 A3- 강등의 이유는 크게 ‘영업실적 부진’,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인데, 여기에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침이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직전 법인은 물론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어음(CP)을 판 것으로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기업회생에 들어가면 기업가치와 기업어음은 폭락하는 만큼, 이는 사실상 사기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티메프 사태와는 달라”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는 지난해 유통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닮았다.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홈플러스에 상품을 납품하거나 임차 매장을 운영하는 협력사들의 대금 정산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물론 홈플러스는 협력사들에 순차적으로 대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 협력사들의 공포로 인해 납품이 중단된다면 홈플러스의 영업 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이에 따른 현금 유동성 악화로 대금 정산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티메프 사태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다만 홈플러스의 법정관리가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티메프 사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는 티몬, 위메프와 다르게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절대적이다. 티메프 사태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던 이유 중 하나는 정산 지연에 불만을 품은 일부 판매자들이 소비자 대상 상품 배송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2025년 회계연도 기준 전체 매출의 80%일 정도로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크고,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과 다르게 상품 결제와 수령이 동시에 일어난다. 온라인 판매에서도 직매입 비중이 큰 대형마트 업태 특성상 소비자가 결품으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지 못할지언정, 결제를 하고 상품을 받지 못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항간에서는 티메프 사태처럼 홈플러스 상품권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의 우려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영향은 티메프 사태에 비해 제한적이다. 티메프 사태에서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 피해가 컸던 이유는 티몬과 위메프가 단기적인 현금 유동성 창출을 위해 할인 상품권과 항공권을 의도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상품권과 항공권은 소비자 결제 시점과 정산 시점이 다르다는 특성이 있고,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티몬캐시’와 ‘W머니’란 이름으로 자사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할인 상품권뿐만 아니라 해피머니 등 외부 채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티메프의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면서 대금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한 상품권 제휴처들은 해당 상품권들의 사용을 중단했고, 이는 소비자들의 큰 피해를 야기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경우 티몬과 다르게 상품권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3월 13일 기준 상품권 잔액은 400억 원 수준으로, 전액 모두 현재 홈플러스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는 티메프와 다르게 홈플러스는 법적으로 40~60일 안에 판매 대금을 정산해주는 것이 의무다. 제휴처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인 안정성은 보장될 수 있다.

다만 일부 제휴처의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CJ푸드빌(뚜레쥬르·빕스·더플레이스), CGV, 에버랜드 리조트, 신라면세점, 서울랜드, 앰배서더 호텔 등 일부 제휴처에서는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회사 상품권의 96%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온라인몰 등에서 사용되고 홈플러스 외 제휴처 사용 비중은 4%다.


온라인 사업 확대가 관건

‌홈플러스의 법정관리가 미칠 당장의 영향은 소비자보다는 홈플러스의 임직원들과 파트너, 투자자들에게 크다고 볼 수 있다. 법정관리로 시간을 번 만큼 이후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점포 매각과 구조조정을 동반한 유동성 확보 및 채무 상환에 집중할 전망이다. 기업회생 절차의 향방에 따라서 더 많은 점포가 정리돼 일자리를 잃는 임직원들이 나올 수 있고, 노조의 반발은 이미 현실화됐다. 여전한 대금 정산 지연의 공포가 존재하는 와중에 구조조정이 실현된다면 홈플러스 파트너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가치 조정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홈플러스의 부활 가능성은 적격한 ‘인수자’를 찾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MBK파트너스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채널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타진했고, 거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쿠팡과 알리바바 등이 인수 후보자로 오른 바 있다. 기업회생 절차에 따라 홈플러스의 가치가 하향 조정된다면 홈플러스가 가진 남은 역량을 탐내는 기업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 인수 기업이 이러한 저력에 추가 투자를 한다면 홈플러스의 부활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법정관리 절차에 따라 추가 점포 유동화가 예상되는 만큼 홈플러스의 새로운 경쟁력은 ‘온라인 사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해석이 있다.

홈플러스는 경쟁 대형마트에 비해 점포 후방 공간을 넓게 설계했고,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주문 처리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오랜 대형마트 운영 경험으로 홈플러스의 식료품 소싱 역량은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점포 후방에 온라인 주문 처리를 위한 물류 투자가 진행된다면 점포를 도심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이커머스 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단, 전제가 있다면 투자 의향이 충분한 ‘전략적 투자자’가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까지 홈플러스 SCM본부장(전무)으로 재직했던 윤현기 새얼로지스토리 대표는 “테스코가 경영하던 시절 홈플러스는 매장 후방에 쌓여 있던 재고를 없애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점포 후방 공간을 확보했다”며 “이 공간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 처리에 대응하는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구축한 것이 홈플러스 계산점인데, 불과 40억~50억 원 정도를 투자한 인프라로 하루 1300~1500건 정도의 물량을 처리했다. 이를 여타 매장까지 확산한다면 전국에서 대응 가능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홈플러스 #여성동아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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