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 모 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실거주를 이유로 전세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참에 아예 매수를 하려 하지만 전세 낀 매물 외엔 마땅한 집이 없다. 이 씨는 “현재 사는 집 전셋값이 2년 전보다 4억원 올라 이사를 예상하긴 했지만, 대출이 나오는 15억원 이하 바로 입주 가능한 매물을 찾으려니 쉽지 않다”며 “아이 학교 때문에 멀리 이사 갈 수도 없고 이러다 반전세도 놓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전경.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2021년에도 매매와 전세 시장 모두 상승세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와 유동성 효과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집값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시장의 열기와 매수 전환 움직임도 상승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올 상반기 절세용 매물 출시가 예상되는 반면 대출 규제로 투자 수요가 일부 제한되면서 입지별로 양극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 역시 2021년 부동산 매매·전세 시장이 대체로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시장 변수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부양책과 저금리 기조, 신규 아파트 입주 감소, 수도권 규제를 피한 지방의 외지 수요, 전세 계약 기간 연장,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 등을 꼽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상반기에는 전세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으로 매매 가격 강보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늘어나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예정돼 있어 매물 부족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세 시장은 전세 물건 품귀에 따른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1년 전세 가격이 전국 4%, 수도권 5%, 서울 3%씩 각각 상승한다고 예상(2020년 12월 1일 발표)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영향 외에도 입주 가능한 신규 물량 부족으로 인해 전세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만5천5백20가구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해(5만2백89가구)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결국 전셋값이 치솟다 보면 갭투자 수요가 생기고, 이에 매매가도 연쇄적으로 올라가는 악순환이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무주택자의 거주 불안정도 심각하지만,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수한 1주택 실거주자 또한 집값이 올라가면 그만큼 보유세가 증가해 대출 이자와 세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내 집이 있든 없든 녹록지 않은 한 해가 점쳐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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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는 그래도 청약이 답!

특히 2021년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행되는 첫해여서 기회도 늘어날 전망. 사전청약제는 본청약 1~2년 전 미리 당첨자를 선정해 본청약까지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면 100% 입주를 보장해주는 제도로, 2021년 7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2022년까지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를 포함해 모두 6만 가구가 사전청약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3기 신도시 청약 시 주목할 부분은 교통이다. ‘대한민국 청약지도’의 저자인 정지영 아이원 대표는 2020년 12월 열린 ‘2021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3시 신도시 지역 중 △총 3만7천 호의 주거벨트가 생길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 △신안산선을 타고 서울 여의도 출퇴근이 가능해질 안산 장상 △교통망이 4개인 남양주 왕숙 △3기 신도시 중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하남 교산 등을 유망한 곳으로 꼽았다. 또 “특공의 경우 신혼 외에 중소기업, 노부모 공양, 다자녀 등 다양하므로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자신의 청약 가점을 꼼꼼하게 계산하고 청약 시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자세하게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부적격자로 판명돼 당첨이 취소되는 경우가 당첨자의 9.8%에 달한다. 한 세대에서 2명 이상 청약하거나 가점을 잘못 입력해 청약 규정 위반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아파트 당첨이 취소되는 건 물론 1년간 청약이 제한되기 때문에 애초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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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세금 덜 내는 ‘경우의 수’ 찾기

특히 다주택자라면 올해 바뀌는 세율을 꼼꼼하게 살펴 주택을 더 보유할지 매도할지 점검해야 한다. 만약 매도로 결정 내렸다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 되는 2021년 6월 1일 이전에 처분하는 편이 낫다. 이후부터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을 보유한 경우 과세표준 구간별로 최대 6%의 종부세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조정대상지역 2주택 세 부담 상한율도 종전 200%에서 300%로 상향해 보유세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주택을 팔 때도 2주택자가 6월 1일 전에 양도하면 기본세율에 10%가 중과되지만 6월 1일 이후 양도하면 기본세율에 20%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중과세율이 적용될 때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없다.
따라서 다주택자는 종부세, 양도세, 증여세 등을 고루 따져보고 자신에게 더 유리한 쪽을 택해야 한다. 여기에 상가 건물 임대인이라면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도 눈여겨볼 것. 임대료 인하액의 50%를 임대인의 소득세·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하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의 적용 기한이 2021년 6월 30일까지로 연장됐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주택을 팔면 양도세를 내고, 갖고 있으면 보유세를 낸다. 대체로는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 보유세가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냐, 부동산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냐 이 두 가지가 다주택자들이 거취를 결정하는 데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의 기조는 규제 위주의 기형적 정책이라 정상화시킬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 부담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가치가 높은 똘똘한 주택을 남기고 처분을 고려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적기는 다주택자들이 절세용 급매물을 내놓을 2021년 상반기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한편으론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주택을 증여하거나 거주 주택 외 1주택은 월세 수익을 얻는 수익형 상품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1주택자가 알아둬야 할 달라지는 부동산 정책 핵심은 실거주다. 그동안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간 1년당 8%p씩 늘어났지만 2021년 1월부터는 보유 기간에 거주 기간 요건이 추가돼 보유 기간 1년당 4%, 거주 기간 1년당 4%씩으로 나눠 이를 합산해 공제율을 적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또 분양권 관련법도 달라졌다. 2020년 8월 11일 이전까진 1주택자가 분양권을 보유하더라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8월 12일 이후는 취득세 산정 시만, 2021년 1월 1일 이후 새로 취득하는 분양권부터는 취득세, 양도소득세 산정 때 모두 주택 수에 포함된다. 만약 2021년 6월 이후 분양권을 양도하면 지역에 관계없이 양도소득세율이 1년 미만 보유는 70%, 1년 이상은 60%로 크게 오른다. 이는 2021년 6월부터 적용되는 1주택자가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인 세율이다.
한편 종부세와 관련해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선택의 폭이 커졌다. 공동명의 1주택자가 현재와 같이 부부가 총 12억원(각각 6억원)을 공제받거나, 1세대 1주택자와 같이 9억원을 공제받은 후 고령자·장기보유공제(최대 80%)를 적용받는 것 중에서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초기 10~20년 안팎은 공동명의로 세금을 내고 고령·장기보유특별공제 합계가 40~80%가 되는 시점을 골라 단독명의로 갈아타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파르다면 단독명의로 갈아타야 하는 시점이 더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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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전세, 공실 공공임대 등 틈새 공략

물론 가장 난감해지는 건 급등한 전월세가 부담스러운 전세난민이다. ‘총알(현금)’이 부족한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은 대안이 될 수 있다. 2020년 12월 11일 경기도 화성 동탄 공공임대주택 1백만 호 기념 단지를 둘러본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공공임대주택 2백만 호 시대를 열겠다”며 “공공임대주택 입주 요건을 중산층까지 확대하고 2025년까지 중형 임대주택 6만3천 호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중심보단 공공 부문의 주택 공급으로 현 주택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부동산 정책 방향성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질 좋은 공공임대’의 가능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에서 당장 2021년부터 다양한 공급 확대가 이뤄진다. 특히 공공전세는 공공주택사업자가 도심 내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등 신축 주택을 매입해 중산층 가구에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공급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공임대다. 소득 기준 없이 모든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경쟁이 벌어지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입주자를 뽑는다. 선정된 입주자는 시중 전세가(보증금)의 90% 이하로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다. 2021년과 2022년 서울 및 수도권에 9천 호씩 총 1만8천 호를 공급하며, 당장 2021년 상반기에 전국 3천 호(서울은 1천 호), 하반기에 전국 6천 호(서울 2천 호)가 나온다.
3개월 이상 공실 상태인 공공임대주택을 전세로 전환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공실 활용 전세형 공공임대’도 추진된다. 2020년 12월 첫 공고가 있었고 2021년 3·6·9·12월 중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역시 무주택자라면 자산과 소득에 관계없이 신청 가능하지만 신청자가 많을 경우에는 소득 수준이 낮은 이가 우선으로 선정된다. 입주자는 기본 4년 거주할 수 있고 이후 수요가 없을 때 2년 추가로 재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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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받을 땐 고정금리로

2021년 바뀌는 부동산 정책과 세법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2021년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다만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영끌 매수자는 대출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주담대를 받을 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어느 쪽을 택해야 유리할까.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 대출을 받을 경우 고정금리를 추천했다. 금리 하락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면 변동금리가 낫겠지만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선 앞으로 오를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 임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주담대 계약 시 고정금리 비중이 훨씬 높다. 그게 주택 금융이 건전해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동아DB 뉴시스 뉴스1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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