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최근 한정판으로 출시된 메디큐브 짱구에디션. 2 APEC 정상회담 당시 선물용으로 제작된 AGE-R 부스터 프로 일월오봉도 에디션. 3 4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와 메디큐브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 광고판. 5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픽’한 제로모공패드와 톤업 선크림. 6 팝업에는 글로벌 셀럽 켄달 제너도 깜짝 방문했다.
APR이 K-뷰티의 대표 주자로 약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APR은 2023년 유니콘기업(설립 10년 이하,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회사)에 선정된 데 이어 2024년 2월 코스피 상장, 다시 1년 8개월 만인 지난 11월 3일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했다. 11월 주가가 잠시 주춤해 11월 17일 종가 기준 8조2000억 원으로 내려앉았지만, 아모레퍼시픽(7조4400억 원)과 LG생활건강(4조4200억 원)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계속되던 K-뷰티 양강 구도에 균열을 냈다.
APR이 11월 6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은 매출 3859억 원, 영업이익 9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2%, 253% 증가했다. 누적 매출은 9797억 원으로, 올해 연 매출 1조 원 달성이 확실시된다. 이 같은 성장세의 중심에는 메디큐브 화장품 사업이 있다. 특히 연어에서 추출한 피부 재생 성분이 함유된 PDRN 라인은 글로벌 누적 1500만 개 이상 팔려나가며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토너·세럼·크림·팩 등 전 라인업이 ‘효능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며 국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소비층을 넓힌 것이다. 뷰티 디바이스인 AGE-R 역시 3분기 매출 1031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1500억 원을 돌파하며 단일 국가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APR의 고성장은 창업자 김병훈 대표의 전략적 판단과 맞물려 있다. 1988년생인 그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실직을 계기로 사업에 대한 꿈을 다졌다고 한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4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화장품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에이프릴스킨을 론칭했다. 이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메디큐브를 론칭하고 2017년 APR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본격적인 확장에 들어갔다. SNS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소비 트렌드가 국가 단위를 넘어 실시간으로 수렴된다는 점에 주목해 그는 틱톡·인스타그램 기반 콘텐츠 제작 역량과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빠르게 구축했다.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제품 테스트·출시 속도를 높인 점, 팬데믹 이후 ‘홈 케어’ 시장의 확장 속에서 20만~30만 원대 디바이스로 소비자 접근성을 크게 높인 점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APR이 상장 1년 8개월 만에 시총 10조 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상장식 당시 모습.
MSCI 지수 편입으로 글로벌 자산 유입 기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기존 K-뷰티 대기업은 오랜 기간 R&D 중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축해왔다. 이들 대기업이 12~18개월의 개발 주기를 거친다면, APR은 디지털 수요 분석·테스트 기반으로 신제품 출시 속도를 크게 단축했다. 또 대기업들이 화장품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APR은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제품력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해외 시장 확장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창업자 본인이 MZ세대에 속해 소비자 감각을 직접 제품·마케팅에 반영한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김병훈 대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직접 운영하며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그러나 APR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향후 필요한 조정과 리스크 관리도 분명 존재한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에 비해 기초 연구·소재 개발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기술 비중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식 가격 상승에 힘입어 김병훈 대표는 단숨에 30대 자수성가형 부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APR 지분 1195만3660주(31.35%)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가액은 약 2조5640억 원(1월 17일 종가 기준)이다. 지난 7월 서울 성수동의 고급 주상복합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펜트하우스(전용면적 264㎡)를 약 290억 원에 매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곳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 단 4세대만 있는 복층형 펜트하우스로, 배우 전지현도 동일한 평형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APR이 4분기에도 4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대표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 신규 편입돼 글로벌 펀드를 비롯한 기관 자금 유입도 기대(11월 24일 리밸런싱)된다. 이러한 APR의 성공 사례는 신흥 브랜드의 성공을 넘어 K-뷰티 산업 구조 자체가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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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APR 사진출처 APR 김병훈 대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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