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혜련(55)은 누가 뭐래도 ‘도전’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 “우리 집안은 여자는 대학 못 간다”던 엄마의 말에 청개구리 심리가 발동해 공부했고, 한양대 공대에 갈 정도의 성적을 받아놓고 “너같이 재미있는 사람은 연극영화과를 가야 한다”는 친구들의 권유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했다. 1993년 KBS ‘청춘스케치’에 출연하며 KBS 10기 특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데뷔, MBC ‘오늘은 좋은날’의 ‘울 엄마’ 코너와 ‘코미디하우스’의 ‘골룸’ 캐릭터에 이어 KBS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 코너에서 활약하며 개그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개그우먼으로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늘 새로운 판을 벌였다. 2003년 ‘태보’ 다이어트 비디오를 발매하고, 2005년 ‘아나까나’와 2010년 ‘숑크숑크숑’ 등 다양한 음원으로 가수 활동을 하는가 하면, 일본 방송에도 진출해 ‘도전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올해 활동도 과연 조혜련다웠다.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연극 ‘사랑해 엄마’ 전국 공연을 진행하는 가운데, 5월 밴드 페퍼톤스와 함께 그룹 ‘메카니즘’을 결성하고 음원 ‘고장난 타임머신’ ‘나 요즘 파이됐대 (π)’를 발표하며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7월에는 개그우먼 이경실, 개그맨 이선민과 함께 유튜브 토크쇼 ‘신여성’에서 언니들의 인생 조언을 가감 없이 전달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런 도전이 힘에 부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혜련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성취감을 느끼는 공부,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활동이라면 뭐든 기쁘다”고 말했다.

조혜련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연극 ‘사랑해 엄마’. 올해 10월 12일 LA에서도 공연을 올렸다.
‘사랑해 엄마’에서 ‘메카니즘’까지
다시금 찾아온 전성기를 실감하시나요.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하고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뭘 할지를 생각하는데, ‘내가 많이 바쁘구나’ 싶어요. 나이가 50을 훌쩍 넘어섰는데도 활발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연극 ‘사랑해 엄마’의 연출과 주연을 맡게 된 계기가 있나요.
6년 전 ‘사랑해 엄마’를 보고 너무 감동받았어요. 그런데 당시 연출자였던 분이 연극 시장이 어려워서 ‘사랑해 엄마’ 연출을 그만둔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연극이 중단된다는 게 아쉬워서 남편이 제작하고 제가 연출과 배우를 맡기로 결정했죠. 다행히 결과는 성공이에요. 그 이야기로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의 ‘제2회 핑계고 시상식’에 나갔어요.
제2회 핑계고 시상식에서 그룹 ‘메카니즘’이 만들어졌죠.
시상식에서 ‘사랑해 엄마’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우연히 ‘메커니즘’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유재석 씨랑 출연진이 빵 터졌어요. 그래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페퍼톤스의 이장원 씨한테 메커니즘이라는 단어를 알맞게 사용했는지 물어봤어요. 그러자 유재석 씨가 농담처럼, 저도 ‘아나까나’로 음원을 냈고 페퍼톤스도 가수니까 “같이 음반을 발매하는 것도 좋겠다”는 말을 꺼냈죠. 그 후 진짜로 유튜브 프로그램 ‘핑계고’ 제작진에서 ‘메카니즘’이라는 이름으로 그룹을 만들자고 연락이 왔어요. ‘이건 기회다’ 싶었죠.
타이틀곡 ‘고장난 타임머신’은 어떻게 만든 건가요.
어렸을 적 꿈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아이디어 회의에서 페퍼톤스의 이장원 씨와 신재평 씨가 “어른이 되면 다 좋을 줄 알았는데, 월세며 카드값이며 감당하기 힘든 부분도 많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 ‘어릴 적 상상과 다른 지금의 모습이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니 앞을 향해 달려보자’는 내용을 담아 남편과 제가 가사를 썼죠.

조혜련과 페퍼톤스의 팀 활동 ‘메카니즘’. 올해 5월 30일 KBS ‘박보검의 칸타빌레’에 출연했다.


‘아나까나’에서는 제가 세고 강한 소리를 내잖아요. 그런데 ‘고장난 타임머신’은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큼한데 듣다 보면 어른들이 공감할 만한, 울컥하는 내용이 있거든요. 좀 더 차분하게 노래를 불러야 했죠. 이장원 씨와 신재평 씨는 굉장히 내향적이라서 티는 안 내도, 제가 센소리로 노래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어요(웃음). 다행히 부드럽고 예쁜 소리로 노래를 부르니까 안심하더라고요. 그래도 녹음하는 데는 4~5시간 정도 걸렸어요.
예전에 노래를 배운 경험이 있으시다고요.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1년 2개월 정도 나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있어요. 예전에 음원 낼 때는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어떤 소리를 내야 할지 감을 못 잡았어요. 그런데 한번 제대로 배워놓으니까 이렇게 예상치 못한 기회에 유용하게 쓰이더라고요.
‘고장난 타임머신’을 듣고 팬이 보낸 DM에 직접 답장을 한 게 화제가 됐어요.
이 곡은 요즘 20대, 30대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서 종종 DM이 와요.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한 것 같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잖아요. 그런 내용을 저에게 DM으로 보내줬는데, 오히려 제가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사실 멜론 차트 순위 안에 들지 못해 조금 실망하고 있었거든요(웃음). 하지만 제 노래가 누군가한테 이렇게 위로가 됐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어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답장을 진지하게 썼죠.
그 이후로도 진지한 DM이 꽤 온다고요.
그분이 제 답장을 SNS에 올린 이후로 ‘저한테도 답장 길게 써주세요’라는 내용의 DM이 많이 와요. 하하. 제가 모두에게 답장은 못 하지만, ‘꼭 이 사람은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답장을 드려요. 제 결혼 생활이나 인생 경험을 녹여서 진심을 담아 위로를 해주죠. 아무래도 진짜 경험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더 위로받더라고요.

‘신여성’ 조혜련의 아낌없는 쓴소리
‘인생 경험 만렙 언니들의 조언’을 주제로 한 유튜브 토크쇼 ‘신여성’도 인기예요.주변에서 “‘신여성’ 잘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 주변에 쓴소리를 해주는 어른이 없으니까, 이런 조언을 전하면 좋아하는 것 같아요. PPL도 많이 들어와서 아주 뿌듯하답니다. 하하.
‘신여성’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예전에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 씨와 박미선 언니, 이경실 언니랑 같이 밥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던 ‘누나랑 나’ 편이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하며 화제가 됐어요. 그걸 계기로 유튜브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얘기가 오갔죠. 그런데 미선 언니가 아프니까 제작진 측에서 조혜련, 이경실 2명으로만 가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경실 언니를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제작진을 피해 도망 다녔어요(웃음). 그런데 제작진이 연극 공연장까지 찾아오고, 개그맨 이선민 씨를 붙여주겠다고 제안하더라고요. 제작진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신여성’을 하게 됐죠.
‘신여성’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경실 언니도 손주가 생기다 보니까 많이 부드러워지고 더 성숙해졌어요. 다들 행복하게 촬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장 분위기는 아주 좋아요. 촬영 진행은 조금 즉흥적인 면도 있어요. 예를 들어 지난번 주제는 ‘술자리’였는데, 술자리에서의 전유성 선배 이야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법’으로 바뀌었죠. 이렇게 즉흥적으로 주제가 바뀌어도 제작진이 인정해주니까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신여성’에서 했던 조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뭔가요.
개그우먼 후배인 김지유 씨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예요. 김지유 씨를 보면 옛날의 저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본인을 남한테 강하게 어필하는 캐릭터인데,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거든요. 그래서 조언을 해줬죠. 항상 “너 잘한다”는 말만 하지 않고 쓴소리도 하는 것이 ‘신여성’의 매력인 것 같아요.
‘신여성’의 조혜련이 3040 워킹맘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3040 워킹맘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 거예요. 집값도 비싸고 아이들은 어리고 일도 많고요. 저도 30대와 40대를 거쳐 50대가 됐어요. 위로를 해주자면, 50대가 되면 그래도 조금은 즐길 만한 시간이 찾아와요. 아이들도 크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때가 오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노년에 자신 곁에 남을 “배우자에게 미리 잘해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대단한 건 없어요. 술자리도 즐기지 않고, 남는 건 시간이니까요.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어요. 뭐라도 해야 남는 게 있죠, 물론 아무것도 이뤄지는 게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과정은 남잖아요. 결국 경험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에요.
연예계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일본에서 활동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30대, 40대 때 유독 인생의 공허함을 느꼈고 그 허전함을 채우려고 일본 활동을 선택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바쁘고 성과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많이 힘들었죠.


올해 7월 오픈한 유튜브 토크쇼 ‘신여성’. 첫 번째 에피소드 ‘배우자의 조건’은 조회수 61만 회를 달성했다.
DNA에 새겨진 ‘끈기’가 원동력
그런데 어머니께서 “버티라”고 하셨다면서요.저희 어머니는 강하고 끈기가 있는 분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저를 따라서 성경을 읽기 시작해 7년 동안 81독을 하셨어요. “버티라”는 말이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게 정답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때 이후로 제 삶의 모토는 ‘내가 먼저 그만두지는 않는다’가 됐어요. 전방십자인대를 다쳤는데도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을 아직 하고 있어요. 그런 끈기를 엄마한테 물려받고, 또 살면서 배운 것 같아요.
연극, 예능, 가수 활동은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제가 연극영화학과를 나와서 연기의 메커니즘을 알거든요(웃음). 개그우먼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면 웃긴 캐릭터로 소비되는데, 연극 무대에서는 정극 연기자로 인정해주는 게 느껴져서 좋아요. 또 자기 이름을 건 거창한 토크쇼는 아니더라도 이경실, 이선민 씨와 저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토크쇼 ‘신여성’을 해서 행복하죠. 무엇보다 가장 재밌는 도전은 가수 활동이에요. 배운 만큼 노래 실력이 느는 것도 재밌어요. 저의 가수 활동으로 위로와 에너지를 받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좋아요.
내년에는 어떤 도전을 하실 예정인가요.
새로운 연극에도 주연으로 출연할 예정입니다.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그리고 신해철 씨의 ‘그대에게’ 같은 ‘응원가’도 음원 발매를 준비 중이에요. 사람들이 조혜련한테 기대하는 것은 에너지와 열정이잖아요. 이렇게 중년임에도 도전하는 저를 보고 젊은 사람들 역시 힘을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조혜련 #메카니즘 #신여성 #도전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출처 유튜브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