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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롱패딩 걸치고 길거리 등장한 프란치스코 교황?

인문개의 밈사이드4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2023. 05. 23

프란치스코 교황, 해리 포터, 침착맨이 발렌시아가 롱 패딩을 걸쳤다. 대중이 가짜 이미지에 열광하는 이유.

AI가 생성한  발렌시아가 패딩을 입은 교황.

AI가 생성한 발렌시아가 패딩을 입은 교황.

“교황이 흰 롱 패딩 입고 길거리를 돌아다닌다고?”

3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사진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흰색 발렌시아가 롱 패딩을 걸치고 번화가를 활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이 사람이 진짜 교황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사진의 비밀은 바로, AI가 생성한 가짜 이미지라는 것.

때아닌 명품 소동을 겪은 건 교황만이 아니다. 발렌시아가 옷 입히기가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자 우리나라 TV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나 유튜브 채널 ‘침착맨’ ‘피식대학’ 멤버도 대중의 상상 속에서 발렌시아가를 입게 됐다.

이처럼 AI로 발렌시아가 옷을 입히는 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2015년부터 꾸준하게 SNS를 통한 ‘밈베이팅(meme-baiting)’ 마케팅을 시도했다. 밈베이팅은 대중에게 밈이라는 미끼(bait)를 던져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학습시키는 전략이다. 이는 패션 브랜드 베트멍의 전 CEO인 뎀나 바잘리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밈베이팅의 귀재로 알려진 바잘리아는 본인 브랜드인 베트멍의 성공도 밈베이팅을 통해 이뤘다.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물류 브랜드 DHL 등 주변서 흔히 보이는 저가 브랜드 로고를 활용한 옷을 제작해 수십 배의 높은 가격에 팔거나, 미국 래퍼 카니예 웨스트 등 유명인의 SNS를 통해 홍보하는 식이다. 베트멍은 밈을 통해 젊고 힙한 이미지를 얻으며 대중의 소비 욕구를 사로잡았다.

발렌시아가 옷 입히기 놀이는 바잘리아표 밈베이팅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중이 옷 입히기 밈을 즐길수록 브랜드는 은연중에 홍보 효과를 누린다. 가상현실로 만든 발렌시아가 착장이 공유될 때마다 대중의 눈에 상표와 디자인이 각인되는 것. 자발적으로 무한히 증식되는 바이럴(viral) 광고인 셈이다. 최근 명품 브랜드 불가리도 밈베이팅을 시도하며 캐릭터 ‘잔망루피’와 협업한 메신저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이름값 따지는 사회 풍자해

가상으로 생성된 해리포터가 발렌시아가 옷을 입은 모습.

가상으로 생성된 해리포터가 발렌시아가 옷을 입은 모습.

명품을 사는 이유는 ‘이름값’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도 “현대사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생산물이 아니라 기호”라고 말하지 않았나. 대중에게 얼마나, 어떻게 주목받고 있는지에 따라 상품 가치는 달라진다. 역사가 긴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도 대중에 섞이길 자처한다.

옷 입히기의 유행이 더 재밌는 이유다. 이 밈 뒤편엔 허영심을 전시하는 사회에 대한 자조가 숨어 있다. AI 명품 옷 입히기 밈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명품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교황만 해도 명품을 과시하는 모습보단 청렴결백한 종교인의 자세가 떠오른다. 그런 이들이 보란 듯 명품을 휘감고 뽐내는 어색한 모습이 웃음을 준 것이다. AI 명품 옷 입히기 밈은 SNS에서 비치는 모습에 따라 서로를 판단하는 우리 모습을 꼬집는다.

#발렌시아가 #AI #SNS #여성동아

사진제공 인터넷커뮤니티 유튜브Demonflying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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