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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역도연맹 임원, 학생 성추행 무마 의혹

“배드민턴 라켓으로 쓰다듬으며 ‘다리 벌려’” vs “그 정도 신체 접촉은 항상 있는 일”

오홍석 기자

2023. 05. 04

인천의 한 고등학교 코치가 훈련 중 여학생의 특정 신체 부위를 배드민턴 라켓으로 쓰다듬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인천광역시역도연맹에 해당 코치에 대한 ‘징계’ 권고를 통보했지만, 연맹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인천의 한 고등학교 코치가 훈련 중 여학생의 특정 신체 부위를 배드민턴 라켓으로 쓰다듬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코치가 훈련 중 여학생의 특정 신체 부위를 배드민턴 라켓으로 쓰다듬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역도부 코치이자 인천광역시역도연맹 임원이 여학생들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인천광역시역도연맹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학생들은 연맹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해당 코치와 연도연맹 내부 인사들의 친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학생들에 따르면 A코치는 자세를 바로 잡아준다는 명목으로 여학생들의 엉덩이와 다리 등을 배드민턴 라켓으로 쓰다듬으며 여러 차례 “다리 벌려”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라켓으로 머리를 가격하기도 했다. 양 손에 바벨을 들고 있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손으로 허벅지 안쪽을 만지기도 했다.

결국 한 학생이 학교장에게 A 코치의 신체접촉에 대해 불쾌함을 호소했고, A 코치는 구두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지도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후에도 A 코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학생에게 “넌 뱃살 많은 게 좋아, 없는 게 좋아. 여자가 뱃살 많으면 좋겠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A코치는 학생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자율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소극적으로 훈련을 지도했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 측은 “사실상 학생들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A코치의 소극적인 지도에 학생 측은 2022년 4월 학교 측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해당 사안은 규정에 따라 인천광역시교육청에 회부됐으나 교육청은 학교와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성희롱·성폭력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교육청에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경위를 묻자 “성 비위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 자세한 조사 과정은 당사자에게만 알려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생 측은 교육청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 “교육청은 역도부 학생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였는데, 좁은 업계 특성 상 학생들이 코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주장했다.

“터치 없이도 충분히 지도 가능”

스포츠인권센터는 ‘성폭력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성적 언동, 상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로 정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센터는 ‘성폭력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성적 언동, 상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로 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20년 가까이 청소년 역도 선수들을 지도해온 한 지도자는 “A 코치 같은 훈련법은 아주 옛날에나 하던 방식”이라며 “요즘처럼 청소년 선수들의 감수성이 민감한 시대에 용납되지 않는 훈련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여자 역도선수를 길러낸 이 지도자는 “신체 접촉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훈련법이 아니더라도 선수들을 잘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역도부 학생들은 훈련 기간 중 합숙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집에 올 때마다 울면서 ’코치님의 훈련방식이 이상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해당 사안은 같은 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 회부됐다. 스포츠인권센터는 ‘성폭력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성적 언동, 상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로 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 ‘불쾌한 성적인 언어를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조사 결과 A코치의 폭력, 성폭력, 성희롱, 험담 혐의를 인정하며 A코치가 소속돼 있는 인천광역시역도연맹에 징계위원회 기능을 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권고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인천광역시역도연맹은 12월 2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피해 학생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연맹 측은 “그 정도 신체 접촉은 항상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폭력 및 성희롱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라며 A코치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A코치와 학생들의 의견이 상충하는 가운데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인천광역시교육청 판결을 핵심 증거로 채택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학생들은 바로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2월 24일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다시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위원회는 ‘성희롱, 성추행 사건은 일단락 됐다’는 이유로 재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A코치의 소극적인 훈련 지도만을 의제로 다뤄 ‘견책’ 징계를 내렸다. A 코치가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된 기간 피해 학생들은 다른 지도자에게 훈련받다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야했다.

공정위의 결정에 대한 피해 학생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공정위 당시 위원들이 A 코치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A 코치는 인천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해 연맹 내 공정위원들과 친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형식적으로 피해 학생 측의 의견을 들은 뒤 스포츠윤리센터 징계 통보 이전에 이루어진 교육청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A코치는 현직 인천광역시역도연맹 임원이자, 인천에서 20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인천광역시역도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소속 한 위원은 “위원들은 2년마다 바뀌며 해당 징계 사안을 위해 임의로 공정위원들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취재진은 공정위에 위원 목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위원은 “연맹이 목록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며 거부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8에 따르면 체육 지도자가 소속된 기관은 스포츠윤리센터가 문체부를 통해 징계를 요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한다. 문체부는 인천광역시역도연맹의 무혐의 조치에 대해 “그 결과가 합당한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에선 대기발령, 해외선 자격정지

한편 지난해 4월 부산시체육회 한 실업팀에서도 남성 지도자가 막대기로 여성 선수들의 신체를 접촉하며 지도하다 논란이 된 바 있다. 불편함을 호소한 여성 선수 3명이 팀을 떠났고, 부산시체육회는 해당감독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캐나다역도연맹 산하 지역 역도 팀에서 3명의 여성 선수들이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남성 코치가 등과 다리를 손으로 만지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역 법원은 남성 코치에게 무혐의 판결을 내렸지만, 역도 팀은 내부 윤리 강령(성적수치심 유발 발언)을 어겼다는 이유로 코치에게 8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스쿨미투 #역도성추행 #인천광역시역도연맹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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