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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오르기 전 미리 챙겨야 할 ‘쟁여템’

정세영 기자

2025. 10. 16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전격 타결한 한미 관세 협상이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과 물가 상승 전 구입해두면 좋을 리스트를 알아봤다.

관세 상승의 여파로 제약 바이오 산업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의 건강기능식품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관세 상승의 여파로 제약 바이오 산업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의 건강기능식품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한미 관세 협상이 지난 7월 31일 일단락됐다. 그 결과 25%로 예고됐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관세는 주로 국내 산업 보호, 세수 확보, 무역 정책 수단 등으로 활용된다. 특히나 가격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증가하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는 것으로 합의하며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관세율 15%는 대미 수출의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다. 

소비자에게 ‘관세 떠넘기기’ 우려

관세 상승은 국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미 미국 내에서는 ‘스닉플레이션(sneakflation)’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sneak’은 ‘몰래, 살며시’라는 뜻으로, 직역하면 ‘슬금슬금 다가오는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물가가 한꺼번에 뛰는 게 아니라 기업과 유통망을 거쳐 소비자에게 조금씩 전가되는 가격 인상을 뜻한다. 미국 보도전문채널 CNN은 “경제 데이터, 학계 연구, 기업 비용, 소비자들의 실제 경험에 따르면 관세 인상으로 외국 수출업체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아 미국 수입업자와 소매업자, 소비자가 비용을 떠안고 있다”며 “결국 부담은 수입업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류·유통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이 즉각적인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계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른 뒤 생활비가 크게 증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고기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해 수출하는 ‘가공 중심 제조국’을 지향한다. 아예 국가 차원에서 ‘제조 혁신을 위한 국가 네트워크(NNMI)’ 등의 정책을 펼쳐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을 지원한다. 포인트는 원재료를 해외에서 들여다가 미국 내에서 가공한 후 수출한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원재료를 수입할 때 높은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제조 원가가 상승하고, 이후 제품을 미국에서 해외로 수출할 때 그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화장품, 건강식품, 가공식품군··· 관세 붙기 전 사둬야  

가격 인상이 피부로 느껴지는 제품군은 소비재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제품은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제품군은 화장품이다. 미국이 특정 화장품이나 의약품을 만들 때 활용하는 원료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0여 개 가까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글로벌 뷰티 그룹인 에스티로더가 대표적이다. 에스티로더 그룹에 속한 브랜드 중 인도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조달되는 원료도 많아 관세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크리니크·글램글로우·톰 포드뷰티·라메르 등은 뉴욕, 맥·오리진스·아베다 등은 펜실베이니아와 미네소타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1분에 9병씩 팔린다는 에스티로더 갈색병을 비롯해 라메르 크림, 아베다 샴푸, 맥 립스틱, 톰포드뷰티 향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외에 로레알그룹의 어반디케이, 프랑스 브랜드지만 미국에서 제조하는 나스 등도 향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제조일로부터 2~3년까지 보관 가능하고, 개봉 후에도 6개월에서 1년까지 사용 가능하니 항상 쓰는 제품은 미리 구매해둘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전 미리 구비해둬야 할 것으로 화장품, 식품류 등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한 뒤 미국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해 수출하는 제품군이 꼽힌다. 

물가 상승 전 미리 구비해둬야 할 것으로 화장품, 식품류 등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한 뒤 미국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해 수출하는 제품군이 꼽힌다. 

제약 바이오 산업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의 의약품도 눈여겨봐야 한다. 진통제 애드빌이나 알레르기 치료제 알레그라, 소화제 텀스, 근육통 완화에 좋은 파스 벤게이 등이 입소문을 타며 직구템으로 인기를 얻어왔다. 그러니 가격이 조정되기 전에 상비약을 점검하고 보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이 해외 직구로 많이 구매하는 영양제도 마찬가지다. 네이처메이드·솔가·나우푸드 등 미국 브랜드의 비타민제, 오메가3, 유산균 등은 어느 가정이나 한 번쯤은 구매해봤을 만큼 인기가 높고 소비량도 많다. 이 제품들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면 미리 구매해두는 편이 현명하다. 

관세로 인한 나비효과는 식탁 물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가공식품군에서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 오레오와 리츠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과자류 브랜드의 경우 밀가루와 설탕, 코코아 등 핵심 원재료를 전 세계에서 수입한 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아몬드를 비롯한 견과류는 캘리포니아가 주산지지만 이를 가공해 만드는 시리얼이나 그래놀라 등은 밀가루, 설탕, 소금, 양념류의 가격 변동에 따라 향후 소비자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케첩이나 머스터드 등으로 잘 알려진 하인즈 등 소스 브랜드의 경우에도 토마토는 멕시코에서, 겨자씨는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하므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외에 버번위스키, 와인 등도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오크통이나 일부 첨가물 등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소스, 주류 등 장기 보관이 가능한 제품 중심으로 팬트리를 채워놓는 것도 추천한다. 엄지용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 대표는 “미국산 소고기나 유제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호주산 등의 대체품이 있는 만큼 가격 인상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트럼프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에스티로더 오레오 하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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