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씨 아저씨·관식이 엄마… ‘폭싹 속았수다’를 빛낸 명품 조연들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아이유와 박보검은 물론 물오른 연기력을 갖춘 조연들의 활약상도 화제다. 애증의 ‘학~씨!’ 아저씨와 미워할 수 없는 은명·현숙 커플까지. ‘폭싹 속았수다’는 평범해 보이는 삶도 각자의 빛이 있다는 진리를 조연들을 통해 보여준다.  

“학~씨! 나 도동리 부상길이야!” 

‘학~씨’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배우 최대훈

부상길 역할을 맡은 최대훈(45)은 2002년 단편영화 ‘자반 고등어’로 데뷔한 후 주로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동하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2012년 KBS 드라마 ‘각시탈’에서 친일파 가문의 망나니 아들 이해석과 2019년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윤세리(손예진)의 다혈질 큰오빠 윤세준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2022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의 얄미운 라이벌 동료인 장승준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화제를 모았다. 2013년 tvN 드라마 ‘미친 사랑’에서 만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장윤서와 2015년 결혼해 올해 9살 난 딸을 두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말끝마다 “학~씨!”를 연발해 ‘학씨 아저씨’라 불리며 그야말로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어린 오애순(아이유)과 맞선을 보는 ‘젊은 학씨’부터 손주를 둔 ‘노인 학씨’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으로 최대훈은 5월 5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넷플릭스 시리즈 ‘더 원더풀스’ 출연을 확정하는 등 배우 인생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바당에 혼자 물질하는 잠녀 봔?” 

해녀 이모 삼인방 백지원, 이수미, 차미경(왼쪽부터)

해녀 친구인 광례(염혜란)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애순을 지키는 해녀 이모 삼인방은 드라마에 온기를 더한다. 이들은 애순과 울고 웃으며 ‘혼자 사는 인생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익숙한 얼굴로 능청스러운 제주 방언을 내뱉는 연기도 일품. 이들은 ‘폭싹 속았수다’ 출연 전부터 ‘안 나오는 데 빼고 다 나오는’ 명품 조연으로 이름을 날렸다.

충수 역할을 맡은 차미경(60)은 2007년 영화 ‘밀양’으로 데뷔했다. 2020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요식 기업 ‘장가’를 키운 투자자 김 여사와 2021년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서 홀로 연수(김다미)를 키워낸 할머니 역할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차미경은 지난해에만 영화 ‘장손’, SBS 드라마 ‘굿파트너’ 등 11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작 배우로 거듭났다. 이번 작품에서는 애순에게 뼈 있는 조언을 건네는 충수 역할을 맡아 무게감 있는 첫째 이모의 모습을 연기했다.

“관식이 배가 만선!”이라며 기뻐하던 최양임을 연기한 이수미(52)는 2005년 영화 ‘그때 그사람들’로 데뷔했다. 2020년에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준(조정석)의 가사도우미 왕이모 역할을 맡아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2023년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는 교도소 내 최고 권력자 안은숙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작품에서도 에너지 넘치는 양임 역할로 애순에게 든든한 힘이 됐다.



백지원(52)은 임상춘 작가와 2017년 드라마 ‘쌈, 마이웨이’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1996년 연극 ‘떠벌이 우리 아버지 암에 걸리셨네’로 데뷔한 그는 연극 ‘내 심장을 쏴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비Bea’ ‘사막 속의 흰개미’ 등 유수의 작품에 출연해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2019년에는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타짜 경력이 있는 수녀 인경 역할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법무법인 한바다 대표 한선영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뽐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너희 엄마가 상길이 아저씨랑 결혼해볼까 했다”고 말해 애순의 아들 은명에게 충격을 안기는 장난스러운 경자 이모 역할로 반대되는 매력을 뽐냈다.

“너는 내 프라이드야!”

금명이의 시어머니가 될 뻔한 ‘영범이 어머니’ 강명주.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을 못마땅해하며 악담을 퍼붓는 예비 시어머니 역할을 맡은 강명주. 특히 자기 아들인 영범(이준영)에게 “너는 내 프라이드”라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못된 예비 시어머니이자 아들 가슴에 돌을 얹는 엄마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극에 과몰입하게 만들었다. 1992년 연극 ‘쿠니, 나라’로 데뷔한 그는 연극 ‘구일만햄릿’ ‘피와 씨앗’ ‘인간이든 신이든’ 등에 출연하며 연극계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이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판사 역할을 맡으며 브라운관으로 무대를 옮겼다. 2024년 MBC 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 권선율(차은우)의 어머니 역할을 맡아 아들을 향한 모성애 연기를 펼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폭싹 속았수다’ 출연을 마지막으로 올해 2월 암 투병 끝에 향년 54세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이에 ‘폭싹 속았수다’ 제작진은 13회 말미에 “세상의 ‘에메랄드’, 우리의 ‘프라이드’였던 강명주 배우님을 기억하며”라는 자막으로 애도를 전했다.

애순의 시어머니로 분한 오민애.

오민애(60)는 독립영화계의 대모로 불린다. 국내 영화제의 단편 섹션에 반드시 노미네이트되는 배우로 알려져 있을 만큼 다양한 수상 경력과 촘촘한 필모그래피가 눈에 띈다. 45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2022년 ‘윤시내가 사라졌다’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2023년 ‘딸에 대하여’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대중에게는 2023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폭 가해자였던 박연진(임지연)의 시어머니 역할과 영화 ‘파일럿’에서 한정우(조정석)의 엄마 역할로 이름을 알렸다. 냉철한 시어머니부터 코믹한 현실 엄마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던 오민애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바라기’인 관식이의 엄마 권계옥 역할을 맡았다. 자기 아들보다 “개가 낫다”고 말하며 애순을 미워하는, 그 시절 시어머니의 모습을 위트 있게 소화했다. 극 중에서 아들 동명을 잃은 애순에게 “살면 살아진다”는 대사로 담담한 위로를 건네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미워할 수 없는 커플, 이수경과 강유석.

반항적인 부상길의 딸 부현숙과 스위트하지만 철없는 오애순의 아들 양은명. 부모끼리 맞선을 본 사이라 도동리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불리던 그들은 결국 속도위반으로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어엿한 부모로 성장한다. 현숙 역할을 맡은 이수경(29)은 2012년 단편영화 ‘여름방학’으로 데뷔한 후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주인공 일영(김고은)과 함께 자란 거친 여자 쏭,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는 연애 ‘허당’을 연기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같은 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성덕선(이혜리)과 몸싸움을 펼친 성노을(최성원)의 노란 머리 여자 친구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7년 영화 ‘침묵’에 이어 2021년 영화 ‘기적’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조연상을 2차례 수상했다. 넷플릭스 유튜브에 출연한 중년 양관식 역할을 맡았던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 최고의 발견으로 이수경을 꼽으며 연기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양은명 역을 연기한 강유석(31)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다. 2018년 OCN 드라마 ‘신의 퀴즈 : 리부트’로 데뷔한 후 2020년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와 KBS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등 15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탄탄하게 연기의 기초를 쌓았다. 2023년에는 SBS ‘법쩐’으로 ‘SBS 연기대상’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4월 12일부터 방영 중인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아이돌 출신 산부인과 레지던트 엄재일 역할로 출연하며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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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넷플릭스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