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막 시작된 3월 14일, 유튜브 ‘대치동 장원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덕진(44) 스터디피티학원 원장을 만났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을 비롯한 다양한 공부 정보를 전하고 있다.
“학원을 꼭 다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사교육은 우리가 쓸 수 있는 학습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학원으로 풀 세팅한다고 해서 모두가 의대나 서연고에 진학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좋은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존재하고요. 앞으로 계속 있을 겁니다.”
대치동에서만 13년째 사교육계에 몸담아왔지만 장 원장은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 위한 보습형 사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중학생 학부모를 위해 ‘혼공법(혼자 공부하는 법)’과 현명한 학원 선택법을 물었다.
자습서와 문제집 두 권으로 끝내는 내신
장덕진 스티디피티원장은 “중학교 때 다양한 공부방법을 시도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고등학교에서 수월하게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와 자습서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려고 하는 게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입니다. 모르는 단어를 찾고 여러 번 읽어서 자기 걸로 만드는 겁니다. 그러다 벽에 부딪히면 스스로 솔루션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메타인지죠. 혼자 내용을 파악해보려고 노력했는데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경우엔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외부 자료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
혼자 힘으로 공부하려면 우선 계획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계획이 너무 거창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집 열 권을 사서 다 풀자’는 실현 가능한 플랜이 아니죠. 내가 해볼 수 있을 만큼의 분량으로 최초 목표를 정하고 플래너에 적어보는 게 시작입니다. 또 학교 수업에 몰입해야 합니다. 입시의 최종 목표가 대학 입학이라고 한다면 고등학교 내신만 잘 받아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그 전초전이 중학교 내신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학원과 인강(인터넷 강의)만으로 자기주도학습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가 쉽진 않은데요.
그래서 예습이 필요하죠. 미리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업 시간 전에 배울 내용을 한 번이라도 읽고 가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는 모르는 단어를 한 번만 찾아보라고 강조해요. 자습서만 봐도 자세하게 설명이 적혀 있거든요. 선행학습을 많이 했건 안 했건 새 학기가 시작돼서 새로운 공부를 하다 보면 분명히 모르는 내용과 단어가 있습니다. 한번 훑어보고 수업에 임하면 학교 수업에 집중도 잘되고 수업 시간 자체가 일종의 복습이 돼요. 수업을 들으며 자신이 몰랐던 부분을 체크하고, 선생님이 전달하는 말과 교과서에 쓰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보자고 마음먹는 겁니다.
자습서가 필요하겠네요.
국영수사과 자습서는 학원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꼭 구매하라고 합니다. 공부할 때 24시간 물어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혼동하거나 잊어버린 내용을 자습서로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예전엔 대치동에선 교사용 자료집을 구해 공부하는 게 트렌드였어요. 지금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자습서 완성도가 높아요. 수업 내용과 자습서를 기반으로 복습하고, 세트로 나와 있는 평가 문제집도 풀어봐야 합니다. 지필고사 문제가 까다롭게 출제되는 특정 학군지만 아니라면 자습서와 평가 문제집, 두 권만 명확하게 자기 걸로 만들어도 무조건 상위권이 됩니다.
평가 문제집을 풀 때 요령이 있나요.
중하위권 학생들은 자습서 내용을 깨알같이 다 기억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한 필기 내용을 훑고 개념을 숙지한 다음 문제를 먼저 풀면서 개념을 다져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상위권 학생은 학기 초에 기본 문제를 먼저 풀어보는 걸 권합니다. 수능에서 처음 나온 지문을 보고 문제를 푸는 것처럼요. 그러면 실제로 학교에서 공부할 때 몰입도가 더 높아집니다.
국어를 혼자 공부할 때 유의할 점이 있나요.
국어는 문제를 푼 뒤 해설지 내용을 꼼꼼하게 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맞은 문제도 해설지를 보고 자신이 알고 풀었는지 꼭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논리가 정확해서 문제를 맞힌 게 아닐지도 모르거든요.
수학도 혼자 공부할 수 있나요.
혼자 공부하는 학생이든, 학원에 다니든 수학은 방학 때 그다음 학기 진도를 훑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우선 풀어본 문제집이 한 권은 있는 거죠. 새 학기가 됐다고 해서 곧바로 새 문제집을 사서 풀면 안 됩니다. 그전에 풀었던 문제집 중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야 해요. 틀린 문제만 제대로 다시 풀어도 바로 문제집 3~4개를 한 번에 보는 효과가 납니다.
왜 그런가요.
사람들은 틀렸던 대로 틀리게 되거든요. 학생들은 보통 실수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틀립니다. 그건 실수가 아니죠. 보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집 개수만 늘리면 아는 문제는 더 빨리 풀 수 있지만 틀렸던 문제는 그대로 틀려서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오류를 점검하고 모자란 부분을 채운 뒤 새 문제집을 푼다면, 부족한 걸 찾아야 하는 비중이 확 줄어서 더 많은 학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겠죠. 특히 ‘혼공’ 하는 친구들은 문제집을 많이 풀고도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요. 풀었던 문제를 다시 보는 건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거든요.
“학원에서 달아준 날개, 고등학교 가면 추락”
영어 공부에 팁이 있다면요.기본적으로 단어와 숙어는 외워야 독해를 할 수 있습니다. 단어도 제대로 암기하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건 오만이죠. 그리고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이 강조하는 포인트가 있어요. 문법적 사항이나 독해 난도가 높은 문장 같은 거죠. 그걸 한 번 더 복습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어 역시 자습서 도움이 중요합니다. 문장 구조와 구문 독해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고, 학교 선생님이 시간상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도 나와 있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은 영어 본문에 필기와 자습서 내용을 스스로 채울 수 있는 데까지 공부하면 100점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자기주도학습을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나요.
중1까지는 가능합니다. 과거에 공부하지 않았던 부모도 자습서가 잘돼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티칭이 아니라 코칭의 형태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자기가 이해한 것을 설명해보라고 하는 거죠. 아이들은 보통 시야각이 좁아서 자습서에 나와 있는 내용도 꼼꼼히 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등 내신 대비는 학원 없이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 그런가요.
오히려 중학교 때는 스스로 공부에 대한 시행착오를 많이 합니다. 학원에 다니면 점수가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단점을 스스로 못 찾는 경우가 많아요. 대치동에서는 영어 내공은 없으면서 내신 시험은 잘 보는 아이들이 많아요. 학원에서 시험에 타기팅해 훈련시킨 거죠. 그렇게 시험만 잘 보면 중학교 때까지 날아다니다가 고등학교 때 떨어집니다. 학원에서 달아준 날개니까요. 혼자 공부해보면 문해력이 부족한 건지, 이론과 문제를 연결하는 연습이 부족한 건지 같은 자신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게 됩니다. 그게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죠. 공부량 자체가 많아지는 고등학교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찾기 힘든 상태에서 그냥 시험만 못 보게 될 겁니다.
공부는 결국 스스로 떠먹어야 하는 것
혼자 시행착오를 겪고 공부 방법을 바꿔봤는데 시험 성적이 특정 점수대에서 유지된다거나 하는 문제점이 명확할 때는 학원이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요즘엔 부모님들이 무조건 학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기본 세트로 생각하시는 거죠.
대치동에선 어느 정도가 기본 세팅인가요.
중학생을 기준으로 하면 영어, 수학에다 수능 난도가 높아진 국어, 이과 쏠림 현상으로 과학까지 기본 세트로 보죠. 그렇게 풀 세트를 맞추면 혼자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 학원에서 내주는 과제를 하기도 벅차요. 사실 한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다른 과목을 배려해서 숙제를 내주지는 않거든요. 자기 과목을 살리는 게 우선이니까요.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에 몇 시간이 적당한가요.
공부 가용 시간의 3분의 1, 아무리 많아도 절반을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학기 중 중학생이라면 하루에 3시간을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도 드물어요. 그러면 1시간 30분 이상을 학원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학원에 다녀와서도 배운 내용을 복습해서 내 걸로 만드는 시간과 과제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지난 과제에서 틀렸던 부분을 다시 복습까지 합니다. 그러면 혼자 공부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죠. 학원으로만 시간표가 차 있으면 그건 TV 채널을 돌려가며 멍하니 보고 있는 것과 같아요. 그러면 학교와 학원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도 어렵고 괴로워집니다. 지난번에 배웠던 게 제대로 머리에 들어가 있지 않으니까요.
피해야 하는 학원이 있나요.
부모님 중에는 선생님이 카리스마가 넘치고 화를 내야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건 과거의 기준입니다. 결핍이 있는 시대에는 통했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공부 의욕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어요. 선생님이 혼내면 학원 다닐 때는 그 과목을 열심히 하겠지만 그게 계속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또 부모님이나 학생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이야기했을 때 솔루션을 곧바로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1차 솔루션을 제시할 수 없는 경우엔 그다음 솔루션도 없다는 이야기가 되죠.
인터넷 강의는 어떤가요.
중학생이 인강을 듣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컴퓨터로 집중해서 강의 듣는 게 힘들잖아요. 인강은 부모님이 보이는 곳에서 듣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인강의 장점도 있어요. 자기가 부족한 부분만 체리 피킹할 수 있는 거죠. 이후를 생각해서 인강 듣는 습관을 만들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수업을 잘하는 일타강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콘텐츠가 온라인에 있잖아요. 수능 준비를 위해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돈과 학원에 가는 시간을 동시에 아낄 수 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선행학습을 시작합니다. 적절한 선이 있나요.
목표와 실제 학습 능력 사이에 맞춰야 합니다. 최근 의대 광풍이 불면서 초등학교 때 미적분을 끝내야 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렇다고 한들 하루아침에 가능한 게 아니죠. 선행 목표를 설정해두는 건 좋지만 소화할 수 있는 양은 학생마다 달라요. 외고나 국제고에 진학하려고 하는 학생은 고등학교 영어 단어 정도는 중학교 때 미리 공부해야 할 겁니다. 대신 한 번에 막힘없이 간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면 뒤로 다시 돌아가야 하고요.
선행학습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나요.
선행학습 학원에 다닌다면 수업을 막 시작한 1~2주 차에 아이가 복습을 제대로 하는지, 숙제를 잘하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삽질하는 케이스는 다 달라요. 개념 소화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너무 고난도 문제를 풀어서일 수도 있고요. 그걸 체크하지 않고 넘어가면 앞으로의 수개월이 날아갈 수 있어요.
또 커리큘럼이 끝나기 1~2주 전에도 해당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배운 개념을 자기 입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틀렸던 문제를 다시 풀어서 맞힐 수 있는지 보는 거죠. 중학생이 고등학교 수준을 선행한다면 모의고사나 내신 문제를 수월하게 푸는 정도는 아니어도 기본 문제는 풀어내야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학원에서 피드백을 주지 않나요.
학원에서 대놓고 아이가 못한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부모님이 궁금한 게 있으면 아이의 단점을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부모님이 “잘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못하고 있다”고 하기 어렵죠. “아이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해결이 됐나요?”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선생님도 오히려 편하게 이야기해줄 겁니다. 기왕 학원에 다녀야 한다면 현명하게 이용하는 게 좋죠.
학원에 보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군요.
재화를 구입한다고 그 가치가 저절로 발현되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해요. 부모님들은 돈을 냈으니 학원에서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지만, 학원이 학습의 메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완벽하게 맡긴다는 건 환상이죠. 학생도 부모님도 학원은 학습 내용을 쉽게 떠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스스로 공부해서 자기가 입에 넣어야 하죠.
장 원장은 사교육을 자전거 보조 바퀴에 비유했다. 그는 “자전거를 잘 타려면 오히려 보조 바퀴를 떼고 앞으로 가다가 넘어져보는 경험도 필요하다”며 “특히 중학교 때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게 많은 시기”라고 말했다.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합니다.
항상 걱정이 많으시죠.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혹은 뭔가를 해주지 않아서 우리 아이가 잘못되지 않을까, 나중에 원망을 듣지 않을까.’ 그런데 학생은 성장하는 과정에 있잖아요. 시행착오를 겪는 게 당연하고요. 그러면서 어떤 스타일의 공부가 자기와 맞는지 찾아가는 겁니다. 깨지지 않으면서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도 그걸 감안하시고 너무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더 비싼 학원, 더 어려운 학원, 더 빠른 진도를 나가는 학원에 의존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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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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