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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울린 친족상도례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는?

이재학 법무법인 린 변호사

2024. 07. 25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로마법에서 기원한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산범죄에 대한 형벌을 면제하던 것에 따른 불합리함이 개선될 전망이다. 

6월 27일 헌법재판관들이 6월 심판사건 선고가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6월 27일 헌법재판관들이 6월 심판사건 선고가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친족상도례 조항인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일정한 가족 간의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하도록 정한 위 조항이 7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이 조항의 적용은 중지되었고,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50억 원 횡령해도 형 면제

형법 제328조 제1항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함께 도입됐다. 위 조항에 따르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등 대부분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받도록 규정돼 있다. 참고로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이외 친족 간에 범한 앞의 재산범죄에 대해 친고죄로 규정하는데, 이 조항은 이번 헌법불합치결정의 대상은 아니다.

다시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형법 제328조 제1항, 즉 친족상도례 형 면제 규정으로 돌아오자. 예를 들어 기존에는 연예인 딸이 벌어들인 수십억 원의 재산을 아버지가 횡령하더라도 아버지는 직계혈족에 해당하여 형 면제 대상이므로 처벌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경우 딸이 아버지를 횡령죄로 고소하더라도 검사는 공소권없음 처분을 해야 하므로, 실체적 진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수 없었다. 가까운 가족 간의 재산범죄라는 이유로 국가의 형벌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했던 것이다.

본래 친족상도례 규정은 가족 내부의 문제는 자율적으로 해결하게 하고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에서 입법됐다. 또 형사처벌로 인해 가정의 평온이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법 취지도 있었다. 그러나 친족상도례 형 면제 규정은 적용 대상인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위 규정에 해당하는 이상 예외 없이 형 면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이 규정은 범죄행위의 종류, 피해의 규모,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 유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처벌을 면제하는 규정이라는 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었다.

단적으로 피해 규모 측면에서 일반인 간의 범죄와 비교해보더라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친족상도례 형 면제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 5000만 원을 횡령한다면 형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50억 원 이상을 횡령한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그런데 친족상도례 형 면제 규정의 적용 대상인 가족 간에 횡령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5000만 원을 횡령하든 50억 원 이상을 횡령하든 예외 없이 형 면제 대상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정의 관념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것이었다.

또 가족 일방이 다른 일방을 착취하는 범죄는 경우에 따라서는 비가족 간 범죄보다 한층 악랄할 수 있다. 특히 판단능력이나 대응능력이 취약한 노인이나 장애인이 가족으로부터 절도, 사기, 횡령 등으로 재산을 빼앗기는 경우 가족관계라는 신뢰 관계의 배반, 약자에 대한 은밀한 착취라는 점에서 범죄의 악성이 높을 수 있다. 게다가 그러한 피해 규모가 장기간에 걸쳐 누적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한다는 것은 분명 불합리하다.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재조명된 사건들

친족상도례 조항이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으며 가족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은 연예인의 사례가 재조명됐다.

친족상도례 조항이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으며 가족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은 연예인의 사례가 재조명됐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연예인 박수홍 씨 사건이 언론에서 재조명됐다. 이 사건에서는 박수홍 씨의 자금을 관리하고 횡령한 사람이 친형 부부인지, 부친인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여기서 박수홍 씨의 부친은 특이하게도 자신이 횡령의 범인이라고 주장했는데, 부친은 어차피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형 면제 대상이므로 친형을 구제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부친에게 박수홍 씨의 인터넷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질문했는데, 부친은 자신이 자금을 관리했다고 하면서 “그런 건 모른다”라고 답하여 의혹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 후 박수홍 씨의 친형 부부에 대해 공소가 제기됐는데, 올해 2월 1심 법원은 박수홍 씨의 친형에 대해 박수홍과 함께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자금 약 21억원을 횡령했다는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박수홍 씨 개인 자금 16억원에 대한 횡령 부분은 무죄로 판단한 판결을 내렸다. 박수홍 씨의 형수의 횡령 가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현재 이에 대한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최종적인 재판 결과로 가려질 것이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친족상도례 형 면제 규정의 적용을 계산하여 불처벌될 것으로 예상하고 “내가 범인이오”라고 나서는 사례는 사라질 것이다.

가수 장윤정 씨의 과거 인터뷰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2013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장윤정은 ‘어머나’ 곡이 인기를 끌어 많은 돈을 벌었지만 남동생과 모친이 10년간 그 돈을 다 가져다 썼고 10억 원의 빚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윤정 씨의 이러한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장윤정의 모친은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직계혈족이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헌법불합치결정으로 골프선수 박세리 씨의 사건이 회자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고소인이 박세리 씨가 아니라 별개의 법인격인 재단이므로 친족상도례의 인적 적용 요건을 결여했다. 고소 대상인 범죄도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로 애초에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인 재산범죄도 아니다. 언론보도에서 박세리 씨가 부친의 채무를 거듭하여 대신 갚아주었다는 내용을 말했는데, 이 내용만으로는 가족 간 재산범죄라고 보기 어렵다.

비단 연예인의 사례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에도 약자인 가족 구성원에 대한 범죄 예방 효과가 예상된다. 노인 부모의 재산을 자녀가 횡령하거나 공갈, 편취한 경우도 앞으로는 처벌을 당연히 면제받는 대상이 아니게 된다. 장애인 가족에 대한 착취 행위도 예방될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번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형법 제328조 제1항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던 기존 조항 대신, 이 부분을 친고죄로 개정하여 피해자의 고소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렇게 친고죄로 개정하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가해자를 엄벌에 처할 것인지, 가족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가해자의 반성 또는 피해 회복 여하에 따라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하여 사건을 종결하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안이다. 향후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한 개선 입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친족상도례 #박수홍 #장윤정 #여성동아

‌사진 뉴스1 동아DB 
‌사진출처 SBS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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