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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프렌치 모던 감성의 아파트 리노베이션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5. 11. 13

기존 아파트의 획일화된 구조를 허물고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부부의 집을 찾았다.
유행을 좇기보다 취향의 조각을 모아 완성한 이곳은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프렌치 무드의 거실. 가족실로 이어지는 아치형 문과 따뜻한 크림 톤의 벽, 헤링본 패턴 바닥, 골드 디테일 조명이 어우러져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프렌치 무드의 거실. 가족실로 이어지는 아치형 문과 따뜻한 크림 톤의 벽, 헤링본 패턴 바닥, 골드 디테일 조명이 어우러져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리모델링을 의뢰한다고 해서 모두가 근사한 집을 갖게 되는 건 아니다. 집주인의 확고한 취향이 공간 디자인의 밑거름이 돼야 비로소 진짜 멋진 집이 완성될 수 있는 것. 30평대 아파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자랑하는 이 집 역시 집주인의 취향과 디자이너의 손길이 믹스 매치돼 흔하지 않은 멋스러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결혼 11년 차인 고동환·박슬기 부부에게 이곳은 결혼 후 세 번째 보금자리이자 생애 첫 리모델링에 도전한 집이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이들 부부도 결혼하고 한동안은 직장 생활하느라, 첫아이를 낳고는 육아하느라 집에 공들일 여유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첫째를 낳고 연년생으로 둘째를 임신했는데, 마침 그때가 코로나19 확산 시기였어요. 갓난아기가 있고, 임신부이기도 하니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냈죠.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안 구석구석에 눈이 갔어요. 이전 집 방문 색이 짙은 갈색이었는데, 예전 같으면 눈에 거슬려도 그냥 넘겼을 그 색이 그때는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웃음). 만삭이었는데도 미색 페인트를 사다가 직접 칠했죠.” 박슬기 씨가 인테리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서툴지만 실행에 옮기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고,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더 가게 되었다고. 이 시기부터 핀터레스트나 오늘의집 등을 통해 마음에 드는 레퍼런스를 모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이 프렌치 스타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명확해진 취향은 생애 첫 리모델링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2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집수리를 의뢰했어요. 평소 제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것을 남편도 아는 터라 집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제가 정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죠. 취향을 확실하게 알고, 원하는 집의 모습이 명확하니 업체 리스트업부터 순조로웠어요. 시공 레퍼런스를 토대로 스타일에 맞는 업체만 추리면 되니까요. 시공 과정에서도, 시공을 마친 후에도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현관문 앞에는 커다란 그림을 걸어 포인트를 주었다.

현관문 앞에는 커다란 그림을 걸어 포인트를 주었다.

박슬기 씨가 리모델링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프렌치 스타일의 문을 설치할 것. 둘째, 거실과 분리된 별도의 가족실을 만들 것. 셋째, 싱크대는 음각으로 디테일을 줄 것이다. 시공을 담당한 토브디자인스튜디오의 김영미 대표는 박슬기 씨가 제시한 여러 레퍼런스와 미팅 내용을 토대로 ‘프렌치 스타일’에 방점을 찍고 디테일을 더해가며 공간에 통일감을 부여했다. 그렇게 새로운 레이아웃의 프렌치 스타일 공간이 완성됐다. 

과감한 구조 변경으로 탄생한 가족실

프랑스의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고동환·박슬기 부부의 집은 놀랍게도 방 3개, 화장실 2개인 약 115㎡(약 35평) 아파트다. 지극히 평범한 아파트가 이렇게 전혀 다른 분위기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구조 변경을 시도했기 때문. “방 하나를 터서 가족실로 만들었어요. 저희 아이들은 동성의 형제인데, 둘 다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 굳이 방을 나눠줄 필요가 없었거든요. 무엇보다 거실 외에 가족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족실에 대한 로망이 컸어요. 지금은 부부 서재로, 아이들 놀이방으로,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영화를 보는 곳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가족실은 안방으로 사용하던 가장 큰 방을 재구성한 공간인데, 거실 벽을 허물고 사이에 가벽을 세운 후 커다란 양개 도어를 설치해 완성했다. 남은 방 2개 중 하나는 부부 침실로, 나머지 방은 5세와 6세 연년생 형제의 방으로 활용한다. 보조 주방도 기존 주방 한쪽에 아치 형태의 벽체를 만들어 새롭게 꾸민 공간. 냉장고 등 주방 가전과 크고 작은 살림살이를 숨겨둘 수 있는 보조 주방 덕분에 주방은 물론 이어진 거실까지 더 넓고 쾌적해 보인다. 

안방을 재구성한 가족실. 거실과 안방 사이 벽을 허문 후 아치형 도어를 설치해 전형적이지 않은 아파트 레이아웃을 만들어냈다. 

안방을 재구성한 가족실. 거실과 안방 사이 벽을 허문 후 아치형 도어를 설치해 전형적이지 않은 아파트 레이아웃을 만들어냈다. 

곳곳에 숨은 프렌치 라인의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여겨볼 곳은 바로 문! 가족실과 보조 주방 모두 아치 형태로 문과 입구를 연출했는데, 집 전체에 통일감을 주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이국적인 첫인상을 남긴다. 아치형 문 사이로 보이는 뷰도 놓치지 않았다. 보조 주방 입구 뒤로 보이는 벽면에 빈티지 감성의 패턴 벽지를 시공한 덕분에 문과 벽지가 조화를 이뤄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아름답다. 이 외에도 클래식 무드의 주방 후드와 옐로 컬러의 주방 하부장, 헤링본 패턴 원목마루 등 곳곳에 배치한 프렌치 디테일이 우아한 공간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3m가 넘는 대면형 아일랜드 테이블이 중심을 잡아주는 주방. 패턴이 아름답고 다루기 쉬운 무광 세라믹 상판을 썼다.

3m가 넘는 대면형 아일랜드 테이블이 중심을 잡아주는 주방. 패턴이 아름답고 다루기 쉬운 무광 세라믹 상판을 썼다.

주방에서 바라볼 뷰까지 고려해 디자인한 보조 주방. 벽면을 빈티지 패턴의 실크 벽지로 시공해 아치형 입구를 통해 바라본 주방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주방에서 바라볼 뷰까지 고려해 디자인한 보조 주방. 벽면을 빈티지 패턴의 실크 벽지로 시공해 아치형 입구를 통해 바라본 주방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영리한 베리에이션

이 집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가구와 장식이다. 공간 곳곳에 쓰인 몰딩과 손잡이는 프렌치 감성을 한 스푼 더한 장식적인 디테일로 골랐다. 다만 가구는 단순하고 명쾌한 디자인을 일부 가미해 과하지 않은 모습의 프렌치 모던 스타일을 선택했다. 프렌치 인테리어는 오브제와 디테일이 중요한데, 흔히 볼 수 있는 가구에 손잡이만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바꿔줘도 프렌치 무드를 자연스레 살릴 수 있다. 벽지 등 마감재를 활용하는 것도 가성비를 끌어올리는 방법. 빈티지한 느낌의 패턴 실크 벽지를 소량 구매해 포인트 벽지로 활용하면 오브제 느낌이 나 공간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빈티지 감성의 패턴 벽지와 타일, 몰딩 디테일의 중문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현관. 미국 디자인 호텔의 화장실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공용욕실. 모던한 가구와 거울, 클래식한 수전의 조화가 멋스럽다. 무광 골드 수전들이 따뜻하면서도 클래식한 무드를 자아내는 부부 욕실. 세면대는 이케아 제품으로, 빈티지한 느낌의 손잡이를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빈티지 감성의 패턴 벽지와 타일, 몰딩 디테일의 중문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현관. 미국 디자인 호텔의 화장실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공용욕실. 모던한 가구와 거울, 클래식한 수전의 조화가 멋스럽다. 무광 골드 수전들이 따뜻하면서도 클래식한 무드를 자아내는 부부 욕실. 세면대는 이케아 제품으로, 빈티지한 느낌의 손잡이를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인테리어 트렌드는 매년 빠르게 바뀌어간다. 자신의 취향 없이 트렌드만을 좇아 집을 꾸민다면 유행이 변했을 때 그 공간이 더 이상 눈에 차지 않을 터. 그런 관점에서 고동환·박슬기 부부의 집은 유행과는 별개로 늘 애정이 가는 공간이 될 듯하다. 무엇보다 집은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동환·박슬기 부부. 그래서일까. 부부의 프렌치 하우스는 정겨운 느낌으로 가득하다.

#아파트인테리어 #프렌치모던하우스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제공 토브디자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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