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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아이들이 제가 가장 잘한 일은 믿어준거래요”

3남매 서울대·MIT 보낸 양소영 변호사

윤혜진 객원기자

2025. 11. 11

한 명도 아니고 3남매 모두 서울대에 합격했다면 분명 그 집엔
남다른 비결이 있다. 올해 학원 라이딩에서 명예롭게 졸업한 워킹맘
양소영 변호사를 만나 비결을 들었다.

익숙한 얼굴의 양소영 변호사는 25년 차 이혼 전문 변호사이자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를 운영하는 사회운동가, 3남매를 둔 워킹맘이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그가 올해 큰 짐 하나를 내려놓았다. 2006년생 셋째 아들을 끝으로 길고 긴 입시 레이스를 모두 마친 것. 2001년생 첫째 딸은 국제중학교와 일반고를 거쳐 수시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지금은 졸업 후 금융 계열사에 취직했다. 언니와 두 살 터울의 둘째 딸은 정시로 서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고 졸업하면 로스쿨에 진학할 계획이다. 영재고 출신의 셋째 아들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 입학했으나 현재는 서울대 자퇴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며 첫 학기를 보내고 있다. 

성격과 성향이 다 다른 3남매는 입시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명문대에 들어갔다. 부모로서는 ‘고3 상전’ 하나 보내면 또 다른 상전이 등장하는 가운데 입시 전략마저 컨트롤 C(복사), 컨트롤 V(붙여넣기)가 안 되는 극악의 난도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고 말한다. 최근 ‘오늘도 불안한 엄마들에게’를 펴낸 양 변호사는 “아이들이 제가 가장 잘한 건 인내라더라”며 웃었다. 

‘가족 헌법’으로 아이들 간 기강 확립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자녀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반대했어요. 예전 제 유튜브 채널에 아이들 대입 관련 영상을 올렸다가 기사화가 됐는데, 그때 자랑한다고 악플이 많이 달렸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저도 박혜란 교수님의 책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읽고 희망을 얻었거든요. 제가 허니문 베이비인 첫째를 시작으로 둘째, 셋째를 낳고 키우면서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잘될 수 있을까?’ 늘 불안했어요. 저 같은 불안한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어요. 제 뜻을 안 아이들이 나중에는 자신의 얘기를 들려줘 고마웠어요.

책을 읽어보니 3남매의 성적표를 보지 않았더군요. 불안하지 않았나요.



성적표를 안 보게 된 계기가 있어요. 하루는 둘째가 시험 보고 와서 방에 들어가 울기만 하더라고요. 한마디 하려 했더니 둘째가 “지금 엄마가 더 속상해, 내가 더 속상해?” 그러는 거예요. 당연히 아이잖아요. 그때부터는 점수를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저 시험 보고 온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대충 짐작했죠. 제가 의뢰인들에게도 어항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데, 아이를 큰 물고기로 만들려면 부모가 크고 단단한 어항이 되어줘야 해요. 더불어 물이 더러우면 물고기가 병들듯, 아이에게 자율성을 주면서도 사랑으로 안정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험 성적표를 안 보다니, 자녀와의 관계가 수평적인 것 같습니다. 

엄할 땐 엄한데, 평소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했어요. 일할 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있어야 변론을 할 수 있잖아요. 일단 개방적인 자세로 대했죠. 예를 들어 우리 집만의 헌법이 있어요. 저는 아이들끼리 투덕거릴 때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모든 권력은 첫째로부터 나온다’고 정했어요. 그런데 둘째가 “언니가 권력을 너무 휘둘러서 동생들이 억울할 때가 있다”고 항의해서 개정했어요. 부모가 없을 때 권력은 첫째에게 있고, 대신 첫째의 독재 행위가 3회 이상 인정되면 둘째에게 권력을 이양하기로요.

자녀 교육에 있어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원칙으로 삼은 게, 주어진 숙제는 반드시 다 하고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워킹맘이다 보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순 없잖아요. 한정된 시간을 숙제 검사를 하며 잔소리로 채울 것인지, 아니면 낮 동안의 아이를 믿고 함께 있을 때는 즐겁게 보낼 것인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도 제가 사법 시험을 여섯 번 떨어지는 동안 한 번도 저한테 “너 왜 떨어졌니? 공부 안 했지?”라며 혼내지 않으셨거든요. 저도 아이들을 믿고 지켜보되 힘들어하는 부분은 없는지 관찰했고, 무엇보다 “잘하지 못할 수는 있으나 성실하지 않은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어요.

잔소리 없이 어떻게 지도했나요. 

아이가 숙제를 안 하면 혼부터 낼 게 아니라 그 과목이 싫어서 안 한 건지, 숙제 양이 많은지, 매일 공부하는 게 부담스러운지 원인을 찾아보세요. 원인을 찾아 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꼭 해야 할 숙제만 남아요. 뭐든지 ‘꾸준히’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100번 시도하면 결과적으로는 300일을 해낸 거예요. 독서 습관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매일 밤 다 같이 누워 잠자리 독서 시간을 가졌어요. 저도 퇴근하고 오면 쉬고 싶잖아요. 누워서 책 읽고 얘기 나누는 거예요.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추천 독서 리스트를 강요하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재미있게 읽도록 했어요. 

세 아이 모두 서울대학교를 목표로 했던데, 아이들의 선택인가요. 

저는 일하면서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성적에 대해 느긋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첫째는 워낙 성실한 타입이라 수시로 서울대를 목표로 했고, 둘째의 선택은 좀 놀랐어요. 그래도 아이를 믿고 지켜봤더니 스스로 방법을 찾더라고요. 물론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도 있었어요. 첫째와 둘째가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하루는 성적이 떨어진 둘째가 공부 잘하는 언니와 비교된다고 느꼈는지 저보고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자기가 얼마나 괜찮은 아이인지 말해달라는 거예요. 그러면 기가 덜 죽을까 고민하기도 했으나 안 된다고 했어요. 자기가 입증해야지 엄마가 얘기하는 게 웃기잖아요.   

그런 공부 욕심이 서울대 합격 비결 중 하나 아닐까요.   

제가 여러 자녀 교육서를 읽어보니까 욕심이 없는 아이는 없대요.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절망감,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때문에 욕심이 없는 척하는 거죠. 부모가 그 부분을 잘 들여다봐야 해요. 그리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부모가 아이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도 제가 이 나이에 마라톤을 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시작하기 전까지가 힘들지 마음의 불씨를 살려주면 금방 타올라요.

가장 도움이 된 사교육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낸 데는 국어의 힘이 컸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막내가 중학교 수학 선행학습을 하면서 점점 내용이 어려워질 때, 수학 선생님이 저한테 아이가 책 읽는 걸 놓치지 않게 해달라고 특별히 부탁하더라고요. 문제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결국 문해력, 어휘력에서 오는 거니까요. 일단 책을 많이 읽히는 게 중요하고요. 아이를 내신 국어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어요. 대신 초등학생 때 독서 논술 수업은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이의 독서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혼자 읽기는 벅찰 때 모둠으로 같이 읽거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책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수업이라면 추천해요.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

의뢰인이 내 행복과 아이의 행복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나요. 

일단 의뢰인 자녀들이 미성년일 때는 아이의 행복이 조금 더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엄마가 불행해 아이를 흔들 지경이 된다면 그때는 엄마가 안정을 찾는 방법을 모색해야죠. 그런데 엄마와 아이의 행복이 분리되지는 않아요. 엄마가 아이 때문에 억지로 견디며 불행한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가져요. 그러면 아이를 우선한다는 의미가 없는 거죠, 

양소영 변호사의 가족사진. 세 남매 모두 서울대에 합격해 화제다.

양소영 변호사의 가족사진. 세 남매 모두 서울대에 합격해 화제다.

입시를 모두 마치고 인생의 또 다른 출발선에 선 3남매에게 해줄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도 고민을 하다가 남편과 “아이들이 잘 살도록 기도해주는 일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독립해 혼자 지내다 보니 애들한테도 자연스럽게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첫째는 엄마처럼 독립적으로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잘 벌려면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유리할 거라 공부를 했대요. 저는 앞으로 세 아이는 응원해주고, 넷째라 생각하는 ‘칸나희망서포터즈’를 더 잘 키워볼 계획이에요. 그동안 한부모가정 양육비 문제에 집중했고 요즘은 청소년 멘토링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아이마다 맞는 속도가 있는데 부모들이 획일화된 잣대로 아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잖아요. 공부 때문에 불행한 아이들과 불안한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좋은 유전자와 사교육, 그 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재력으로 아이 셋을 서울대 보냈다”란 악플이 달린다면 억울하겠는데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김현철 교수가 쓴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이란 책을 보면 인생의 80%가 운으로 결정된대요. 다만 이 운을 제대로 쓰는 사람이 있고 타고난 것보다 발현하지 못한 예도 있는데, 그 원인 중에는 부모의 태도와 주어진 환경 등 불평등하게 여겨지는 면이 있죠. 하지만 불평등한 조건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성공적으로 운을 발현시키도록 이끄는 것이거든요. 물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나 단체들이 노력해야겠지만, 그 다른 요인에도 주목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운이 좋았다는 걸 부정하지 않아요. 제 경험담을 통해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안심되는 분이 있다면 보람찰 것 같아요.

3남매 명문대 보낸 공부 노하우

  유명 학원보단 애정 지닌 선생님이 중요 

워킹맘인 양소영 변호사는 엄마표를 해줄 수 없기에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해 사교육을 적절히 활용했다. 수학의 경우 유명한 학원보단 아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체크해줄 곳이 더 낫다고 생각해 동네 소규모 학원을 보냈다. 양소영 변호사는 “엄청 대단한 걸 가르치는 학원은 없다고 생각한다. 배워서 자기 걸로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면서 “애정 있는 선생님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고, 이왕이면 친한 친구와 같이 즐겁게 다니면 더 좋다”고 설명했다. 

  못하는 걸 인정하면서 시작되는 메타인지

‘수포자’가 많은데, 3남매에게 수학은 오히려 떨어진 자신감을 끌어올려 준 과목이었다. 중학생이 된 첫째는 수학이 어려워지자 초등학교 6학년 과정으로 돌아가 놓쳤던 구멍을 채워나갔다. 그 후 중2 중간고사에서 수학 100점을 맞고 자신감이 생겼다. 고3 6월 모의고사 때 수학 3등급에서 3개월 만에 1등급으로 오른 둘째의 경우 오답 노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틀린 문제는 인터넷 강의 풀이를 그대로 적고 왜 틀렸는지, 어디를 놓쳤는지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첫째와 둘째가 수학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구멍을 찾는 메타인지 덕분이다. 양 변호사는 “메타인지가 되려면 내가 못하는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왜 어려워하는지 자기 분석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모는 낮은 점수를 지적하기보다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아이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순수 공부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택은 아이 의지대로

양소형 변호사는 특목고 진학을 고민하는 주변 학부모들에게 “학습 외 다양한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인데, 아이가 지원하고 싶어 하는지 의지가 첫 번째”라고 조언한다. 신문에 난 국제중학교 기사를 보고 결심한 첫째의 경우 수학 선행학습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따라가느라 고생했다. 중학생 때부터 뒤늦게 영재고 준비를 시작한 막내아들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 그럼에도 본인의 의지로 도전했기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진짜 공부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시작

고2 때 뒤늦게 물리 올림피아드에 도전한 막내아들은 결국 아시아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다가 문제가 풀리면 바로 적어놓게 침대 옆에 종이를 붙여달라”고 할 만큼 몰입하는 성향 덕분이다. 이런 몰입 능력은 블록 조립에서 시작됐다. 밤늦게까지 블록과 씨름해도 엄마는 “그만하라”는 말보단 “지금 뭐 만들고 있어?”라고 물어보며 시간을 허락해줬다. 덕분에 놀이에서 맛본 몰입의 즐거움은 학습으로도 연결됐다. 막내는 문제를 오래 붙들고 있어도 힘들어하지 않고 궁금한 건 스스로 찾아 정리했다. 

#양소영변호사 #서울대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양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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