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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러닝과 럭셔리의 운명적인 만남

오한별 객원기자

2025. 11. 11

하이패션과의 협업과 고가 러닝웨어 브랜드의 등장으로 러닝이 새로운 럭셔리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온러닝x로에베 ‘클라우드틸트(Cloudtilt)’ 스니커즈

온러닝x로에베 ‘클라우드틸트(Cloudtilt)’ 스니커즈

달리기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일상적인 취미였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포용적인 특성 덕분에 매년 수많은 새로운 러너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글로벌 러너 플랫폼 ‘스트라바(Strava)’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러닝 클럽 참여율과 활동 빈도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으며, 러닝 기반 이벤트와 완주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미국 주요 러닝 대회의 참가자 수는 평균 10~15% 상승했다.

한국 역시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추세다. 2024년을 기점으로 러닝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SNS의 ‘#러닝’ 해시태그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지역별 러닝 크루와 커뮤니티도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러닝코어(running core)’ 트렌드는 이제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 셈이다.

성장하는 것은 러너뿐만이 아니다. 패션 하우스들 역시 러닝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한때 일상복에 어울리는 스니커즈 협업에 집중했던 이들이 이제는 러닝슈즈와 퍼포먼스 웨어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스위스 러닝웨어 브랜드 온러닝은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와 3년째 협업을 이어가며 ‘러너스 럭셔리’를 제안하고 있다. 두 브랜드가 선보이는 한정판 컬렉션은 매 시즌 완판 행렬을 이어갈 정도. 특히 클라우드틸트(Cloudtilt) 스니커즈는 0.25kg의 가벼운 무게와 편안한 착화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발매가는 80만 원대지만, 리셀 시장에서는 100만~2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로로피아나 ‘360 플렉스 러닝화’ 159만원

로로피아나 ‘360 플렉스 러닝화’ 159만원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로로피아나는 캐시미어 소재를 적용한 ‘360 플렉스 러닝화’를 출시해 러닝화를 명품 신발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가격은 159만 원대로, 투박한 러닝화의 이미지를 벗어나 단정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마르니는 퍼포먼스 슈즈 브랜드 호카와 손잡고 ‘마르니×호카 본디 B3LS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고무 아웃솔과 EVA 쿠셔닝 인솔, 가볍게 패딩 처리된 폴리에스터 어퍼에 마르니 특유의 맥시멀리즘 감성을 더해 기능성과 미학을 모두 잡았다.



이 흐름 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협업은 태그호이어와 뉴발란스의 만남이다. 두 브랜드는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칼리버 E5×뉴발란스 에디션’을 통해 시계와 러닝화의 경계를 허물었다. 뉴발란스 스니커즈는 아직 국내 출시가 미정이지만,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칼리버 E5는 301만 원대로 출시됐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은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면서 희소성과 상징적 가치가 배가된다. 한정판 제품은 소장 심리를 자극하며 리셀 시장에서도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칼리버 E5×뉴발란스 에디션’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칼리버 E5×뉴발란스 에디션’

프랑스 프리미엄 러닝 웨어 브랜드 ‘새티스파이’

프랑스 프리미엄 러닝 웨어 브랜드 ‘새티스파이’

장비가 만든 ‘러닝 계급도’

러닝의 럭셔리화는 브랜드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흐름이 러너들의 소비 습관과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장비발’이다. 최근 러너들 사이에서는 ‘러닝 계급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 관심을 끌던 ‘자동차 브랜드 계급도’처럼 자신의 러닝 수준과 장비를 등급으로 나누어 비교하는 문화다.

나이키 ‘알파플라이 3’ 33만9000원

나이키 ‘알파플라이 3’ 33만9000원

계급도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기록 계급도’. 10km 완주 시간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남성 기준 37분 이하면 1등급, 38~43분은 2등급으로 분류된다. 다른 하나는 ‘아이템 계급도’다. 해외 리뷰 사이트 ‘런리핏(RunRepeat)’의 평점과 후기를 바탕으로 러닝화를 데일리, 슈퍼 트레이너, 레이싱 3단계로 구분한다. 상위 등급일수록 고가 제품이 대부분이다.

온러닝 ‘클라우드 붐 스트라이크 라이트 스프레이’  40만9000원

온러닝 ‘클라우드 붐 스트라이크 라이트 스프레이’  40만9000원

이 같은 ‘급 나누기’ 문화는 러너들의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 선수가 아니더라도 기록을 단축하고 싶은 마음에 상위 등급 장비를 구매하는 것. 예를 들어 온러닝의 ‘클라우드 붐 스트라이크 라이트 스프레이’는 레이싱용 모델로, 발매가가 40만 원대지만 리셀 시장에서는 60만 원을 웃돈다. 나이키의 ‘알파플라이 3’ 역시 마라톤 엘리트 선수들이 착용하는 최첨단 러닝화로, ‘러닝화의 슈퍼카’라 불린다. 정가가 30만 원대임에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리셀가는 수십만 원대까지 오르기도 한다.

프랑스의 프리미엄 러닝웨어 브랜드 새티스파이는 이런 흐름의 정점에 서 있어 ‘러닝계의 에르메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2026년 국내 상륙을 앞둔 이 브랜드는 티셔츠 한 벌에 20만 원, 쇼츠는 30만 원대지만,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서 거래량이 1년 새 5000% 이상 증가했다.

과거엔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던 러닝이 이제는 장비와 브랜드로 급이 나뉘는 시대가 됐다. 기술, 디자인, 기록이 교차하는 흐름 속에서 러닝은 취향과 계급의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러닝코어 #러닝화 #로에베 #여성동아

사진제공 나이키 뉴발란스 로로피아나 로에베 마르니 새티스파이 온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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