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이루어질지니’는 인간의 욕망을 들어주는 정령 ‘지니(김우빈)’가 감정이 결여된 인간 ‘기가영(수지)’을 만나 소원을 이뤄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선과 악’ ‘행복과 선택’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김은숙 작가 특유의 유머와 감정선으로 엮어내며 판타지와 멜로가 교차하는 세계를 펼쳤다.
극 중 김우빈은 1000년을 살아온 정령 지니로 분해 능청과 진심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웃기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유쾌한 장면에서도 따뜻한 여운이 전해진다. 김은숙 작가와 세 번째, 수지와는 10년 만의 재회 속에서 그는 코미디의 타이밍과 멜로의 온도를 정교하게 쌓아 올리며 ‘김우빈표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완성했다.
데뷔 이후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색을 확장해온 김우빈에게 이번 작품은 또 다른 도전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마음이 움직였고, 읽는 내내 유쾌하고 따뜻한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회상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태어났는지보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우빈은 지니를 연기하며 인간의 선택과 행복,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태도를 담백하게 드러냈다. 다음은 그가 직접 들려준 이야기다.
완성본을 본 소감과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연휴가 길어서 내내 반응을 찾아봤어요. 사람들이 “재밌다” “웃겼다”고 이야기해주신 게 가장 기분 좋았어요. 촬영하면서 상상했던 장면들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이야기가 회자한다는 것이 큰 보람이었어요. 무엇보다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의 노력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뿌듯했어요.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말이 사실 제일 기분 좋고,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김은숙 작가님의 로맨틱 코미디를 정말 좋아해요. 팬으로서 그 유머의 결을 잘 살리고 싶었어요. 지니는 굉장히 다양한 얼굴을 가진 캐릭터예요. 코미디를 잘 살리면서도 멜로로 이야기의 중심을 잘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코미디 부분은 사실 대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듯 연기했어요.
작가가 김우빈 배우를 선택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작가님께서 예전에 ‘신사의 품격’ 이후 전화를 주신 적이 있는데, “너는 내가 왜 이 신을 쓰는지 아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마치 유머 코드가 맞는 것처럼 작가님과 저의 뇌 회로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대본을 보면 작가님의 의도가 뭔지 바로 알겠거든요. 코미디 신뿐만 아니라 다른 신들도 헷갈리는 지점이 거의 없어서 작가님께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작가님도 저를 많이 믿어주시니까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써주셨던 것 같아요.
긴 머리, 귀걸이 등 외모 설정에서 김우빈 배우의 의견을 반영한 부분이 있었나요.
처음 램프에서 나왔을 때 발끝까지 오는 머리는 대본에 쓰여 있었고, 그 외의 귀걸이나 머리색 같은 부분은 분장팀과 상의하며 찾아봤어요. 다양한 헤어스타일(긴 머리, 단발 등)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촬영 기간 내내 가발을 붙였다 뗐다 하는 과정이 반복됐죠. 제일 긴 머리는 허벅지까지 오는데, 무거워서 쉴 때는 돌돌 말아 어깨 위에 올려놓기도 했어요. 우스꽝스럽지만 설정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라 즐겁게 촬영했어요. 현대 지니의 슈트 의상 역시 의상팀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지만 정작 그는 편안한’ 느낌이 나도록 제작했어요.
캐릭터를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둔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저희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은 어떻게 태어났는지보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저는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탄으로서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척하지만 교묘하게 타락으로 이끄는 지점에 중점을 뒀죠.
그리고 지니는 하찮다가도 갑자기 잔인해지고 무섭기도 한 감정이 널뛰는 캐릭터예요. 저는 그 중간을 잘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려 했죠. 사실 인간 김우빈으로서는 촐랑거리는 연기를 절대 못 할 거예요. 부끄러워서요. 하지만 지니로서 현장에 있으니 막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 에너지 덕분에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지 씨와는 거의 10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건데, 진짜 그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체감상 2~3년 정도 된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친해지기 위한 별도의 적응 과정 없이 바로 작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성격이나 MBTI도 비슷해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웬만하면 다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연기 호흡도 자연스럽게 잘 맞았어요.
로코에는 심쿵 모멘트가 반드시 등장하잖아요.
수지 씨와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3부 엔딩의 첫 키스신을 잘 찍고 싶다고요. 저는 지니도 거기에서 확 사랑의 불씨가 생겼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음을 잘 모아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촬영 감독님과 앵글 이야기도 하면서 되게 공들여서 찍었던 것 같아요. 또 ‘더 글로리’ 패러디 후 수지 씨와 “작가님이 보고 계시잖아” 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서로 너무 재미있어했죠. 저 역시 대본으로 봐도 재미있었고, 이걸 잘 살리고 싶다는 욕심이 많이 났어요.
아랍어로 연기한 장면도 화제가 됐습니다.
익숙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아랍어 대사가 52마디 있었는데, 1마디마다 녹음 파일을 1000번씩 들었죠. 대본에 있는 아랍어 마디를 다 합치면 5만2000번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 항상 아랍어 선생님이 계셨고, 심지어 아랍 배우분도 계셔서 제가 틀린 발음을 교정받으며 진행했어요. 특히 황금 비가 내리는 신의 경우 아랍어 대사에 감정까지 격해야 해서 부담이 컸어요.
황금 비 신(무타립을 죽이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의 폭발점 같은데요.
대본을 보며 가장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장면이 설득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부담이 너무 크더라고요. 아랍어로 연기해야 했고, 등장인물도 많았어요. 심지어 하루 만에 찍을 수도 없는 분량이었죠.촬영 일주일 전쯤, 불 꺼진 세트에 혼자 가서 1시간 반 정도 리허설을 했어요. 혼자 동선도 만들어보고 연기하고 상상하면서요. 그렇게 하니 비로소 조금 길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촬영 전에 감독님께 “감독님, 저 감독님 믿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저 믿어주세요”라고도 처음으로 부탁했어요. 서로 믿고 다 같이 만들어내는 작업이었죠.

김우빈은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를 연기했다.
두바이는 촬영 초반에 가서 3주 정도 머물렀어요. 하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사막이 다 두바이는 아니에요. 한국에 세트를 지어서 찍기도 했어요. 왈츠를 추는 장면은 수지 씨와 세트에서 촬영했고요. 해외 촬영분은 3주 안에 찍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트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국에서 해결했어요. 두바이에서는 정말 거기여야만 가능한 장면, 예를 들어 제가 과거를 바라보는 광장 신의 앞뒤 부분 위주로 촬영했어요
이루고자 하는 3가지 소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작가님이 대본 작업할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하셨는데, 제 대답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첫 번째는 ‘모든 사람이 100세까지 건강한 거. 물론 저 포함해서’예요. 제가 아파보니까 다 필요 없더라고요. 건강한 게 제일 중요해요. 건강해야 일도 하고 사랑도 하죠. 두 번째는 ‘이들이 100세까지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돈. 물론 저 포함해서’이고요. 세 번째는 아직 아까워서 못 정했어요.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날마다 감사 일기를 쓴다고요.
저는 이전에는 ‘남을 위해 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하게 배려하고, 대비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항상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았는데, 요즘은 오늘을 위해 오늘을 살아요. ‘남한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나를 위해 살아보자’고 마음먹으니 제가 되게 좋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것도 말하고, 필요한 것도 얘기하고요. 감사 일기는 데뷔 때부터 썼어요. 그때는 거창한 일, 예를 들면 광고나 큰 캐스팅 등에 대한 감사를 적었죠. 이제는 점점 더 소소한 것, 너무 감사한데 잊고 지냈던 것들 위주로 바뀌었어요. 모델로 활동할 때는 하루 한 끼 먹기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네 끼도 먹고 잠도 많이 자고 그래요.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 것들을 자꾸 저를 위해서 주입하는 거예요. 거창한 목표가 없어지고 그날그날에 충실하다 보니까, 제가 진짜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진짜 개인적 소원은 없나요.
저에게 ‘다 이루어질지니’는 갓 태어난 자식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 소원을 빈다면, 전 세계에서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이루어질지니’를 재미있게 보면 좋겠어요(웃음).
#김우빈 #다이루어질지니 #넷플릭스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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