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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아이돌 같지 않은 아이돌들의 등장

윤혜진 객원기자

2025. 10. 23

더블랙레이블의 올데이프로젝트와 빅히트 뮤직의 코르티스처럼 날것의 아이돌들이 몰려오고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움과 그 자유로움을 더 빛내주는 실력이 무기다.

다른 차원의 아이돌들이 등장했다. 보통의 신인과 보법이 다른 올데프(위)와 코르티스.

다른 차원의 아이돌들이 등장했다. 보통의 신인과 보법이 다른 올데프(위)와 코르티스.

“분명 나쁜 아이는 아니어도 또 틀에 가두면 we break it”

자기소개이자 목표를 담은 올데이프로젝트(이하 올데프)의 데뷔곡 ‘FAMOUS’를 올여름 꽤 열심히 들었다. 지난 6월 23일 데뷔한 올데프는 애니, 타잔, 베일리, 우찬, 영서 총 5명으로 구성된 혼성 그룹이다. 처음에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총괄회장의 손녀이자 신세계 정유경 회장의 딸인 문서윤(활동명 애니)이 속한 그룹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그 그룹이 K-팝에서 금기에 가까운 혼성 그룹이라는 부분에 한 번, 신인 같지 않은 여유로운 무대 매너에 두 번 놀랐다. 서슴없이 똥 얘기를 꺼내는 타잔에 기겁하는 애니나 투닥거리는 영서와 우찬의 모습이 담긴 자체 콘텐츠에서는 추억의 ‘투애니원 티비’ 무드가 느껴졌다. 

만약 올데프가 힙합 음악을 추구한다고 해서 과격하고 다크한 분위기를 내거나, 세상의 ‘억까(억지로 까내리다)’를 딛고 성공해 재력을 과시하는 힙합 단골 레퍼토리를 들고 나왔다면 지금만큼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과도한 저항 정신과 폭력성 짙은 힙합 음악은 대중 전반에서 호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 또 재벌 3세 멤버가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인생을 노래하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정유경 회장의 허락을 받고자 열심히 공부해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 입학한 애니의 집념, 2023년 아일릿을 탄생시킨 ‘R U Next?’에 출연해 최종 2위를 기록했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 빌리프랩과 계약을 해지한 영서의 서사가 더 진정성 있다. 여기에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보여준 멤버들의 소탈한 매력과 구김살 없는 모습까지. ‘모든 경계를 허무는 창조적 실험’이라고 소속사가 붙인 팀 설명처럼 올데프에겐 세련됨과 투박함이 공존한다. 그래서 올 11월 컴백하는 올데프의 두 번째 활동이 더 기대된다. 이번 활동에선 SBS 예능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 비서진’을 통해 배우 이서진과 김광규가 일일 매니저로 나선다. 과연 ‘할배들’ 수발 들던 이서진은 야생의 타잔도 견뎌낼 수 있을까.

초창기 BTS를 5세대 스타일로 풀어낸 코르티스

올데프가 올해 신인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될 즈음 막강한 날것의 경쟁자가 등장했다. 8월 18일 데뷔한 5인조 보이 그룹 코르티스는 빅히트 뮤직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신인이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 규칙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한다’는 팀명의 의미에서 느껴지듯 코르티스도 톡톡 튄다. 일단 전원이 10대인 코르티스는 음악, 안무, 영상 등을 직접 만드는 ‘영 크리에이터 크루’를 지향한다. 2년간 약 300여 곡을 만들며 데뷔를 준비했고, 이번 앨범 제작 전반에 참여해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를 드러냈다. 멤버들이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직접 한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공식 뮤직비디오 원형으로 삼을 만큼 감도 좋다.  



패션은 코르티스를 논할 때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바지를 골반에 걸치듯 내려 속옷이나 이너 팬츠가 보이도록 입는 새깅(sagging) 스타일을 일상에서도 즐긴다. 그래서 상의, 중의(속옷을 지칭), 하의라는 자신들만의 용어도 만들어냈다. 얼마 전 ‘추석 패션’이란 제목의 자체 콘텐츠에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새깅 한복 스타일을 창조하는 코르티스를 보면서 웃었지만, 그들이 우스워 보이진 않았다. 그 이유는 패션에 나름의 철학을 담았기 때문이다. 코르티스의 노래에는 패션에 관련된 내용들이 제법 있다. 아예 제목부터가 ‘FaSHioN’인 곡에는 ‘내 티, 5 bucks/바지는, 만원/My vision, 몇 억s/몇 조s, Bezos’란 가사가 나온다. 5달러짜리 티셔츠와 1만 원짜리 바지를 입어도 꿈은 아마존 창립자인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 못지않다. 어떤 옷을 입어도 자신이 넘친다. ‘GO!’의 가사 ‘바지 내려 입고 우린 studio로 가지’ ‘우린 모자 눌러쓰고 new era 추진해’처럼 말이다.  

파격과 논란 복잡미묘한 경계

하루가 멀다고 아이돌 컴백 소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올데프와 코르티스는 “아이돌 같지 않다” “이런 아이돌 처음 봤다” 등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아이돌이지만 아이돌 같지 않은’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일단은 아이돌다워져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기본 실력을 갖춰놓고 응용문제를 푸는 것과 기본도 안되면서 응용에 도전하는 건 천지 차이 결과를 낳는다. 세상에 없던 아이돌이 목표여도 아이돌로 데뷔하는 이상 팬들이 바라는 기본 자질은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올데프 멤버 타잔에 대한 지적이 연이어지고 있다. 팬 소통 플랫폼에서 “와 이거 jonna 웃기네”라고 욕설을 사용한 행동은 애니의 지적으로 귀엽게 넘어갔지만, 손가락 욕을 하고 찍은 사진들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1일 인천 ‘아트 나이트’ 행사장에서 배우 박서준과 함께 찍은 사진 속 타잔이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는 포즈를 취해 한바탕 기사화됐음에도 연이어 같은 포즈를 취해 더 말이 나온다. 힙합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고자 했을 수 있으나 아이돌이 어린 팬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굳이 그 동작이어야 했을까. 지난 9월 20일 가수 박재범도 자신이 제작한 아이돌 그룹 롱샷과 함께 전원이 손가락 욕을 한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박재범은 이 사진에 대해 “우리 애들 잘생겼죠. 제일 잘 팔릴 자신은 없는데 제일 멋있게 케이팝 할 자신 있어요”라면서 ‘#middle fingertothenorm(평범함에 가운뎃손가락을)’ ‘#thekpopdemons(K-팝 악령)’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롱샷은 내년 1월 정식 데뷔할 예정으로, 데뷔 전 행사들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였다. 최근 사진을 보면 비주얼도 훌륭하다. 그런데 롱샷을 몰랐던 이들에게는 손가락 욕 사진이 첫인상으로 남게 됐다. 만약 박재범이 롱샷이란 그룹 자체를 알리는 데 목적을 뒀다면 성공이다. 제일 멋있는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실제로 그 게시물에는 “초면에 욕먹었네요. 손가락 욕만 아니었으면 충분히 색깔 있어 보였을 것 같은데 제가 꼰대인가요” “손가락 욕이 멋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감다뒤” 등의 혹평과 “다짜고짜 첫인상이 손가락 욕하는 아이돌이라니 지쟈스. ‘아이돌은 이런 거 하면 안 되는데’ 그 범위를 깨는 시작이길” 같은 기대감이 뒤섞여 있다. 파격과 논란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울 땐 아이돌이란 기본을 지키는 게 나을 수 있다. 트렌디한 새깅도 과하면 걷다가 넘어진다. 

#올데이프로젝트 #코르티스 #여성동아

사진출처 올데이프로젝트 코르티스 박재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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