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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쿨하고 재치 넘치는 업계 전문가 5인이 만든 와인 바 매치스 성수

정세영 기자

2025. 03. 13

쿨하고 재치 넘치는 바이브를 지닌 5명의 대표가 만든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와인과 음식, 사람들의 이야기가 미학적으로 페어링된 캐주얼 와인 바 ‘매치스 성수’를 찾았다.

생활의 미감을 끌어올리는 공간을 찾아갑니다. 트렌드는 물론 고유성과 정체성을 갖춘 디자인부터 음식, 공간 속 숨은 이야기까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보고, 듣고, 먹는 특별함을 선사합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공간을 시작해도 될까. 이승준 대표는 “그래도 된다”고 답한다. 그저 와인이 좋아 만난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와인 바 매치스 성수가 벌써 2주년을 맞았으니까. 어쩌면 하나의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건 수많은 시장조사와 입지 분석표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해낼 수 있는 용기와 그 시간을 만끽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매치스 성수는 프렌치 파인 다이닝 윌로뜨의 이승준 셰프와 나윤정 대표, 디자인 스튜디오 스팍스 에디션의 장준오와 어지혜 디자이너, 최근 향 브랜드 아뮈프레자일을 론칭한 오승철 대표가 모여 만든 와인 바다. ‘와인’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공간에 대한 열정과 재능, 감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쏟아냈다. 이는 무한한 시너지를 냈고, 공간의 특별함을 알아챈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며 매치스 성수는 단숨에 성수동 핫플로 떠올랐다.

5명의 대표는 매치스 성수가 그저 트렌디한 스폿이 아닌,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현대적 아지트’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매치스 성수의 메인 셰프 이승준 대표는 “매치스 성수는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가 공간의 중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려하고 트렌디한 비주얼보다는 와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장소로 인식되길 바라는 것. 그는 “커피 마시듯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와인 문화를 만들고 싶다”며 “매치스 성수로 인해 와인이라는 매력적인 술이 더욱 대중화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매치스 성수가 성수라는 도심 입지를 선택한 까닭을 알게 된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향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 약 10년 동안 프랑스에 살며 와인의 본질적인 매력을 깨닫게 된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다양한 와인을 알리고 그 풍미와 맛을 높일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결심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파리의 부르고뉴대학(IUVV)에 입학해 와인과 문화 교육과정(Formation continue vin et culture)을 수료했다. 또 전 세계를 돌며 수많은 와인 바를 찾아 와인 리스트, 페어링 등을 경험했다. 이승준 셰프는 “매치스 성수는 그간 쌓아온 수많은 노력과 경험의 결과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양보와 타협으로 완성한 ‘New’ 브랜드

이승준 매치스 성수 대표.

이승준 매치스 성수 대표.

멤버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나요.
오승철 대표는 브랜드 마케팅과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요. 매치스 성수의 포지셔닝을 강화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홍보에 힘쓰고 있죠. SNS에 올라온 메뉴는 물론 매장 내부에 걸려 있는 사진은 모두 오승철 대표의 작품이에요. 또 매치스 성수만의 바이브가 담긴 홈페이지도 제작했고요. 매치스 성수의 비주얼을 책임지는 스팍스 에디션은 멤버들과 함께 나눈 디자인적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해내는 역할을 해요.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하죠. 지금 매치스 성수만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임무를 소화해냈습니다. 나윤정 대표는 매치스 성수의 운영과 기획을 총괄합니다. 매장의 프로세스와 직원, 대표자 등 팀 운영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하죠. 외부 협업 및 프로모션 기획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치스 성수의 핵심인 메뉴 개발과 주방 시스템 구축을 총괄해요. 유니크하게 즐길 수 있는 유러피언 타파스 스타일의 요리를 기반으로 감각적이고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죠. 또 주방 운영의 최적화 및 품질 관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한 신메뉴를 기획합니다.

매치스 성수를 준비하며 구성원들과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와인을 통해 어떤 경험을 선물할 것인가?”와 “공간이 와인을 기억하게 만드는가, 와인이 공간을 기억하게 만드는가?”에 대해서요. 멤버 모두 와인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지만 결국 사람, 공간이 함께해야 더욱 특별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와인 바가 그저 와인을 소비하는 곳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대화는 결론이 났나요.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공간 만들기에 뜻을 모았어요. 이를 위해 감각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우선으로 두기로 했죠. 실무 운영 체계가 어느 정도 잡히면 그때 감각적인 요소를 추가하면서 균형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완성되어가는 곳을 만들기로 한 거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의 밀도가 높아지는 형태를 목표로 삼았어요.

이승준 셰프와 함께 매치스 성수를 이끌어가는 직원들.

이승준 셰프와 함께 매치스 성수를 이끌어가는 직원들.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F&B에 도전하게 됐어요. F&B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분야가 음식과 와인이에요. 맛에 대한 호기심, 함께 먹고 마시는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F&B로 이어진 거죠. 무엇보다 음식과 공간, 분위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실력 있는 멤버들과 함께 만든 와인 바의 메인 셰프로서 부담감이 컸을 것 같아요.
맞아요. 아무리 공간과 와인 리스트가 좋아도 음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엔 문을 닫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F&B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절실히 깨달은 바죠. 저는 매 순간 메인 셰프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메뉴 개발은 물론이고 주방 시스템까지 철저하게 고민하죠. 요리는 감각적인 요소지만 운영은 현실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니까요. 또 셰프들을 위해 효율적인 동선을 짜고 서비스 속도와 조리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합니다. 함께 일하는 셰프들이 최대한 동일한 맛을 구현해낼 수 있게 주기적으로 교육하고요.

매치스 성수는 주로 어떤 요리를 선보이나요.
와인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 맛과 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리요. 이를 위해 조미료를 최소화해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구현하고 있죠. 매치스 성수의 메뉴 대부분은 유럽 로컬 시장에서 제가 직접 경험한 요리들을 바탕으로 만들고 있어요. 프랑스 파리의 트렌디한 와인 바에서 맛본 갓 구운 사워도와 버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난 가리비와 석화 요리, 바르셀로나에서 먹은 알리오 올리오 등 유럽의 맛을 그대로 담으려 노력했죠. 또 셀프 바에 버터, 파프리카 파우더 등을 추가해 유럽 어느 동네 바에 온 것 같은 느낌까지 냈어요.

와인 선별도 직접 하나요.
전 직원과 함께 직접 테이스팅한 뒤 엄선하고 있어요. 특정 품종이나 유명한 도메인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국가와 스타일을 고르게 배치하면서 희소성 있는 와인을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죠. 와인 선정의 1순위는 맛과 가격의 균형이에요. 그다음으로 공간과의 조화를 고려합니다. 매치스 성수는 시그니처 제품을 제외하고 주, 월 단위로 와인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고객들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와인을 만날 수 있도록요.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매치스 성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와인을 제공하기 위해 전 직원이 열심히 공부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멤버들끼리 트러블은 없었나요.
아직까진 없어요(웃음).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양보와 협력이에요. 먼저 모든 구성원이 기본적인 F&B 운영 과정을 함께 책임지며 행동해야 해요. 이게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개개인의 전문성을 존중받는 구조로 일해야 큰 마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희 멤버들은 타인과의 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어요. 위험 요소도 많고요.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게 일하고 배려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어요.

예술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현대적인 공간

곡선 모양의 테이블을 여러 사이즈로 분리 해 배치했다.

곡선 모양의 테이블을 여러 사이즈로 분리 해 배치했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기본 틀도 갖추고 있나요.
매치스 성수는 정해진 틀 안에서 운영하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하죠. 공간 역시 마찬가지예요. 언제든 쉽게 바뀔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들만 활용했어요. 새로운 와인과 음식, 변화하는 계절과 분위기에 맞춰 유연하게 바뀔 수 있도록요. 매치스 성수는 끊임없이 탐색하고 실험하면서 성장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셰프님 개인적으로는 어떤 와인 바를 상상했나요.
전체적인 흐름은 제가 바랐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는 격식을 강요하진 않지만 본질은 지키는 와인 바를 꿈꿨어요. 아직 완성형이라고 말하긴 이르지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시도들이 추가되며 예상 밖의 시너지가 생기고 있어요.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고요.
와인은 직접 경험하면서 기호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이 다양한 스타일을 접해보고 본인의 취향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죠. 그러기 위해선 와인 테이스팅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와인 테이스팅은 손님은 물론 저희 직원들도 너무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니즈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됐거든요. 매치스 성수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와인 테이스팅은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매치스 성수’ 하면 빨간 포스터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아요.
포스터는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에요. 공간이 가진 감각과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결과물이죠. 강렬한 붉은색은 열정과 에너지를 상징하고, 건조한 폰트와 텍스트는 공간 특유의 과감하면서도 쿨한 이미지를 표현합니다. 와인이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 번의 제스처, 뜨거운 열기와 반짝이는 시선으로 불이 붙는 공기. 불꽃이 튀고 연기가 공기 중으로 흩어지면서, 우리의 대화는 더 풍부해진다”라는 문구를 적어두었고요.

빨간 성냥, 뒤엉킨 손 등 포스터에는 유니크한 요소들이 가득해요.
독특해 보이는 각 요소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성냥은 ‘작은 불씨가 더 큰 즐거움으로 번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뒤엉킨 손과 클로즈업 얼굴은 인간적인 감정, 강렬함, 예측 불가능성 등 감각적 요소를 시각화한 결과물입니다. 포스터를 너무 트렌디하고 무겁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하게 ‘이 공간에 머무는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짓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와인이 만드는 감각적인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포스터.

와인이 만드는 감각적인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포스터.

면적이 좁은 편인데도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네요.
통유리 덕분이에요. 외부와 내부를 통유리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확 트인 분위기를 연출했죠. 또 노출 콘크리트를 기반으로 벽과 바닥은 무채색 톤으로 통일해 차분한 무드를 자아냈어요. 곳곳에 붉은색 요소들을 넣어 활력을 더했고요.

테이블 모양이 제각각이에요.
나윤정 대표의 아이디어예요. 공간을 가로지르는 곡선 모양의 테이블을 2~4인이 앉을 수 있는 사이즈로 분리했어요. 개별로 배치된 테이블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최대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하나의 테이블이 완성되죠.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손님들은 더욱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테이블을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어요. 단순한 가구 배치를 넘어 공간의 유연성과 운영의 능률을 고려한 전략의 일부죠.

주방은 어떤 모습인가요.
해외에서 일하며 익힌 시스템을 바탕으로 주방을 완성했어요. 요리할 때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 동선의 효율성과 기능성이에요. 아무리 멋진 주방이라도 실제 요리하는 사람이 불편하면 아무 의미가 없죠. 따라서 함께 일하는 셰프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요리할 수 있는 동선을 짜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했어요. 주방이 큰 편은 아니지만, 셰프들이 완벽하고 속도감 있게 메뉴를 완성할 수 있는 동선은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해요. 또 손님들에게 셰프들의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해 반 오픈 주방으로 설계했고요.

매치스 성수에서는 와인 테이스팅도 이뤄진다.

매치스 성수에서는 와인 테이스팅도 이뤄진다.

매치스 성수를 운영하며 힘든 순간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이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요.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요. 매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은 대표의 역할이지만, 공간의 이미지를 만들고 완성도를 높이는 건 결국 직원들의 몫이더라고요. 매치스 성수를 오픈한 해부터 지금까지 곁에서 매장을 함께 이끌어주는 6명의 직원이 있어요. 저는 이들이 매치스 성수의 진짜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발휘하며 매장 운영을 주도하는 모두가 이곳의 대표인 거죠. 자신의 공간처럼 여기는 우수한 직원들 덕분에 매치스 성수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매치스 성수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한국 F&B 시장에 다양한 예술이 상업적으로 융합되는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고 싶어요. F&B 공간 컨설팅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요. 손님들에게는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공간으로 남고 싶어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며 오랫동안 기억되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그간 팝업, 굿즈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올해는 어떤 재미있는 일이 펼쳐질까요.
아트페어와 함께하는 미식 협업, 뮤지션들과의 팝업, 영화제와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어요. 또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마켓과 사람들이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먹거리와 일상용품을 소개할 계획이에요. 이 밖에 매치스 성수 특유의 짓궂은 바이브를 녹인 톡톡 튀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매치스성수 #성수맛집 #와인바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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