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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워런 버핏도 즐기는 ‘멍때리기’, 어디까지 해봤니?

윤혜진 객원기자

2025. 03. 07

너나없이 멍때리기에 진심인 요즘이다. 최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간한 ‘유물멍’ 책까지 등장했다. 왜 현대인들은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할까. 어떤 효과가 있을까. 

오전 9시 출근해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덧 퇴근할 시간. 멍때릴 시간조차 없이 바쁜 날이 계속되면 체력 방전은 물론, 번아웃까지 올 수 있다. 끊임없이 돌아가던 뇌에 휴식을 줘야 한다. 바쁜 현대인에게 멍때리기가 점점 필수가 되어가면서 그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클래식한 불멍부터 물멍, 산멍, 소리멍, 그림멍, 식물멍 등 온갖 멍이 유행이다.

하지만 뇌에 휴식을 주고 생각을 멈추는 일은 쉽지 않다. 뇌는 하루 종일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에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잠들면 렘수면을 통해 필요한 기억은 남기고 쓸모없는 기억은 편집한다. 심지어 멍때리는 순간에도 뇌는 일을 한다. 2001년 미국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가 있음을 알아낸 후 해당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명명했다. 이후 여러 전문가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뇌가 초기화되고, 이를 통해 창의성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컴퓨터로 치면 잠깐 이용하지 않을 때 절전모드를 해놓으면 전력 낭비를 막고, 컴퓨터의 수명을 연장하며, 다시 작업 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 김세희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뇌 전체를 끌 수는 없고, 뇌가 어떤 작업을 하게 만듦으로써 뇌의 다른 기능을 끌 수는 있다. 생각의 전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바쁜 현대인일수록 잠시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면 인지 기능이 회복되고 집중력이 좋아져 실수가 줄어든다. 또 신체적·심적으로 누적된 긴장이 완화되면서 피로도도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가만히 천장을 30분간 바라보는 멍때리기로 하루의 시작을 열었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들이 멍때릴 때 도움이 될까. 멍을 제대로 때린다는 건 의외로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10주년을 맞은 ‘멍때리기 대회’의 경우 1시간 30분 동안 독서, 음악감상 등 어떤 행동과 생각도 하지 않고 최대한 오래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규칙이다. 졸거나 휴대전화를 확인하면 탈락이고, 90분 동안 심박수가 가장 안정적인 참가자를 우승으로 정한다.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지 않고 지루함을 잘 참아내는 사람이 멍때리기에 유리하다.

내면에 집중하는 명상, 아무것도 안 할수록 좋은 멍때리기

바라만 보아도 좋다. 가만히 바라볼수록 더 좋다. 유물, 예술작품으로 멍때리는 방법이다. 오른쪽은 원앙모양 향로 뚜껑.

바라만 보아도 좋다. 가만히 바라볼수록 더 좋다. 유물, 예술작품으로 멍때리는 방법이다. 오른쪽은 원앙모양 향로 뚜껑.

제대로 멍을 때리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대상이 관건이다. 김세희 교수는 “뇌에 들어오는 시각적인 정보가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것, 나에게 큰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텍스트가 없는 말끔한 벽이나 천장, 잔잔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불꽃이나 강물, 형체가 튀지 않는 논·밭·산 등을 바라보는 식이다.

이때 형체가 있는 대상이더라도 자신을 괴롭히던 생각에서 빠져나와 다른 생각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 멍때리기 대상이 된다. 이른바 좋아하는 예술품을 바라보는 그림멍, 유물멍의 원리다.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은 최근 박물관이 발간한 ‘유물멍’에서 “생각이 이리저리 일어날 때는 유물 앞에 가만히 있어보라”며 “앙증맞은 형태나 재치 있는 표현이 와닿아서든 어떤 기억을 불러와서든, 내 마음을 끄는 유물을 바라보다 보면 잡다하게 일어나는 생각이 잦아든다. 모닥불이나 숲,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고요해진다”고 밝혔다.

한편 ‘마음을 비운다’는 측면에서 비슷해 보여도 멍때리기는 명상과는 다르다. 김세희 교수는 “멍때리기의 기본 개념은 아웃포커싱”이라고 말한다. “멍때리기는 하고 있던 생각이나 현실로부터 멀어져 아무것도 안 하고 뇌를 쉬게 한다면, 명상은 오히려 포커싱을 통해 내면에 집중하고 깊게 탐구해나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명상은 어두울 명(冥)과 생각 상(想)으로 이뤄진 단어다. 외부 자극을 차단해 생각을 어둡게 가둠으로써 잡념을 걷어내고 나에게 집중한다. 명상은 동적인 명상도 가능하다. 달리기, 걷기, 요가 등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내면의 평온을 얻어 자신에게 몰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자주 멍한 상태가 된다고 해서 이를 명상 중이라 착각해선 안 된다. 특히 머리에 안개가 낀 듯한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브레인 포그’는 뇌에 휴식을 주는 긍정적인 의미의 멍때리기라고 할 수 없다. 브레인 포그는 뇌신경의 미세한 염증으로 인해 집중력 장애, 기억력 저하, 피로감, 졸림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는 멍하니 있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운동을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멍때리기 #불멍 #명상 #여성동아

취향 따라 골라 하는 멍때리기 4

야외를 좋아한다면 별멍·양멍
멍때리기는 특별할 게 없는 시골일수록 오히려 좋다. 불멍, 밭멍 등이 가능한 촌캉스의 진짜 백미는 별멍이다. 시끄러운 음악과 환한 불을 끄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작은 별도 다 보인다. 풀멍과 구름멍이 가능한 목장과 넓은 정원도 멍때리기 좋다. 지난해 대관령 양떼목장에서는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양을 세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인천시 강화군 화개정원에는 아예 선베드, 해먹, 흔들의자 등을 설치한 멍때리기 존이 있다. 멍때리기 존에서 편히 쉬다가 워크형 전망대에서 구름멍까지 즐기면 금상첨화다.

도시가 좋은 감성파라면 카페에서 어항멍·숲멍
숲멍·물멍 하기 좋은 카페로 반나절 나들이를 떠나보자. 수족관 카페는 아쿠아리움보다 가만히 앉아서 물멍하기 좋다. 대전 쿠 아쿠아, 김포 수풀림아쿠아카페&펍, 체인점인 아쿠아가든 등을 추천한다. 숲멍하기 좋은 공간으로는 넓은 통창을 낸 대형 카페들이 제격이다. 이때 아무리 인테리어가 아름다워도 인생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은 잠시 미뤄둘 것.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면 멍때리기는 불가능하다.

내 안을 채우는 감성 충만 ‘예술멍’
강원도 평창군 모나 용평 내 위치한 뮤지엄망고는 ‘신비한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지닌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화려한 미디어 콘텐츠가 빚어낸 불멍과 물멍, 숲멍이 묘한 느낌을 준다. 전북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 가면 1차로 그림멍을, 2차로는 숲멍을 즐길 수 있다. 갤러리 곳곳 통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면 마치 솔숲을 담은 또 하나의 회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집콕’을 좋아한다면 불멍·모래멍·모빌멍
시중에서 판매하는 소품을 활용하면 멍때리러 일부러 외출할 필요가 없다. 에탄올 화로, 실내용 왁스 버너, 티 캔들을 활용한 불멍부터 오일 타이머로 하는 젤리멍, 모래시계와 샌드아트 액자로 하는 모래멍 등 종류도 다양하다. 천장에 달거나 탁자에 세워둘 수 있는 모빌은 집 안에 생기를 가져오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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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뮤지엄망고 아쿠아가든 칼리아 국립중앙발물관 SNS 강화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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