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바라본 와인 라벨 속 춤. 전 세계 와인과 그에 얽힌 춤 이야기를 연재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 면세점에서 상그리아 피에스타 브라바 블랑카(Sangria Fiesta Brava Blanca)를 만난 것부터가 큰 수확이었다. 와인병 전체를 흰색과 검정색 바탕이 감싸고 그 위에 흐드러지게 핀 붉은 꽃이 그려져 있다. 흰색 바탕은 화이트와인, 검은색 바탕은 레드와인이다. 초보자라면 상그리아 화이트와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상그리아는 스페인 가정에서 만들어 마시는 전통 음료로, 와인을 베이스로 하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과일을 얇게 잘라 넣어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상그리아 와인은 고대 로마인들이 와인에 허브, 과일, 향신료를 섞어 ‘히포크라스(Hypocras)’라는 혼합물을 만든 것에서 출발해 이베리아반도에 널리 퍼졌다. 19세기에 스페인 사람들 사이 과일, 감미료, 향신료를 첨가한 와인이 인기를 끌자 상그리아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됐다. 상그리아는 1964년에 열린 뉴욕세계박람회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금세 스페인을 상징하는 와인이 됐다.
상그리아는 스페인어로 ‘피(blood)’라는 뜻의 상그레(sangre)에서 유래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과일 빛깔이 섞인 레드와인으로 시작됐으며 현재는 화이트와인 생산도 활발하다.
상그리아 피에스타 브라바 블랑카는 알코올 도수 7%로 계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와인병 입구는 유리 마개에 철사를 연결한 허메틱 뚜껑(Hermetic Lid)으로 되어 있다. 와인의 라벨은 작은 타원형 안에 춤추는 여인을 실루엣으로 그려놓았다. 붉은 꽃을 귀에 꽂고 부채를 든 채 두 손을 높이 들고 있는 여인이 꽤나 매혹적이다. 잘록한 허리와 넘실대듯 풍성한 프릴 치맛단이 대조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그 아래에는 스페인 화이트와인으로 만들었다고 적혀 있고, 뒷면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로보데가스 에스엘(Eurobodegas SL)에서 생산됐다는 설명이 있다.
부채는 15~16세기 실크로드를 따라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졌으며, 18~19세기에는 유럽 여성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부채는 단순히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가 아니라 여성들의 새로운 소통 수단이 됐다. 특히 사교 활동이 이루어지는 무도회장에서 부채는 진가를 발휘했다. 마음에 드는 남성이 춤을 추자는 제안을 했을 때, 여성이 자신의 왼쪽 뺨에 부채를 갖다 대면 좋다는 허락의 의미다. 함께 춤을 추고 난 뒤 여성이 부채 손잡이를 입술에 살짝 갖다 댄다면 키스를 해도 좋다는 뜻이다. 그리고 부채를 오른쪽 뺨에 가져가 긋는 듯한 행동을 한다면 사랑한다는 수줍은 고백이다. 당시 유럽 여성들은 기분을 표현하거나 마음을 드러낼 때, 반대로 회피하거나 완곡히 거절할 때도 부채를 활용했다.
부채는 발레 작품에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돈키호테’ ‘카르멘’을 들 수 있다. ‘돈키호테’ 여주인공 키트리는 밝고 적극적인 성격을 부채로 표현하는데, 스페인의 열정적인 기질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다. 팜 파탈의 전형을 보여주는 ‘카르멘’은 천재 안무가 롤랑 프티(1924~2011)의 손에서 모던발레로 재탄생했다. 카르멘의 관능적인 아름다움과 돈 호세와의 비극적인 결말은 카르멘이 든 검은색 부채로 드러난다. 두 작품 모두 스페인의 정열과 그 못지않게 뜨겁고 화려했던 스페인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회화 작품에 등장하는 부채를 만나보자. 스페인에서 만난 호세그라시아 라모스의 ‘세비야의 고전 무용수 커플’(1885)은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붉은 꽃으로 머리를 단장한 채 부채로 수줍은 듯 얼굴을 가렸다. 다른 하나는 디에고 로페즈 가르시아의 ‘정원(파티오) 안의 세비야 여성’(1918)이다. 몸을 틀어 한 팔을 괸 채 앉아 있다. 훤히 드러난 앞가슴에 붉은 큰 꽃을 꽂고 부채를 든 팔은 살짝 늘어트렸다.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듯하다. 그 외에 파리의 오르세미술관과 오페라가르니에미술관에서 부채를 든 채 미소를 머금고 멋진 포즈를 취한 스페인 댄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부채는 다양한 작품에서 인물을 대변하는 장치로 쓰였다.
스페인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즐기고픈 상그리아 피에스타 브라바 블랑카. 그 라벨 자체가 플라멩코를 추는 스페인의 여인을 닮았다. 붉은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 뜨겁게 삼켜지고 또 시원하게 갈증을 달래주는 것처럼 말이다.
#와인 #와인과춤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상그리아 피에스타 브라바 블랑카
상그리아는 스페인 가정에서 만들어 마시는 전통 음료로, 와인을 베이스로 하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과일을 얇게 잘라 넣어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상그리아 와인은 고대 로마인들이 와인에 허브, 과일, 향신료를 섞어 ‘히포크라스(Hypocras)’라는 혼합물을 만든 것에서 출발해 이베리아반도에 널리 퍼졌다. 19세기에 스페인 사람들 사이 과일, 감미료, 향신료를 첨가한 와인이 인기를 끌자 상그리아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됐다. 상그리아는 1964년에 열린 뉴욕세계박람회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금세 스페인을 상징하는 와인이 됐다.
상그리아는 스페인어로 ‘피(blood)’라는 뜻의 상그레(sangre)에서 유래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과일 빛깔이 섞인 레드와인으로 시작됐으며 현재는 화이트와인 생산도 활발하다.
상그리아 피에스타 브라바 블랑카는 알코올 도수 7%로 계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와인병 입구는 유리 마개에 철사를 연결한 허메틱 뚜껑(Hermetic Lid)으로 되어 있다. 와인의 라벨은 작은 타원형 안에 춤추는 여인을 실루엣으로 그려놓았다. 붉은 꽃을 귀에 꽂고 부채를 든 채 두 손을 높이 들고 있는 여인이 꽤나 매혹적이다. 잘록한 허리와 넘실대듯 풍성한 프릴 치맛단이 대조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그 아래에는 스페인 화이트와인으로 만들었다고 적혀 있고, 뒷면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로보데가스 에스엘(Eurobodegas SL)에서 생산됐다는 설명이 있다.
디에고 로페즈 가르시아의 ‘정원(파티오) 안의 세비야 여성’(1918), 스페인 세비야미술관.
에두아르마네의 ‘로라 드 발렌스’(1862), 오르세미술관.
호세그라시아 라모스의 ‘세비야의 고전 무용수 커플’(1885), 스페인 세비야미술관.
스페인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즐기고픈 상그리아 피에스타 브라바 블랑카. 그 라벨 자체가 플라멩코를 추는 스페인의 여인을 닮았다. 붉은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 뜨겁게 삼켜지고 또 시원하게 갈증을 달래주는 것처럼 말이다.
#와인 #와인과춤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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