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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파친코’ 다봤다면 애플TV+에서 뭐 보지?

글 문영훈 기자

2022. 04. 29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국민 MC’의 추악한 이면
‘지미 새빌: 브리티시 호러 스토리’

1950년대 DJ로 시작한 지미 새빌의 커리어는 여러 방송에 출연하면서 정점에 이른다. 그의 명성은 반짝 빛나고 사라지는 종류가 아니었다. 영국 국영방송 BBC의 음악 차트 프로그램 ‘톱 오브 더 팝스(Top of the Pops)’를 42년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새빌은 자선 활동가이기도 했다. 병원과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스토크 맨더빌 병원’ 척추센터를 돕는 모금 운동을 펼쳐 4000만 파운드(640억원)를 병원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 덕에 1990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러나 왕실과 셀레브리티,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국민 MC’는 아동 성추행 혐의로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성폭력 피해자는 450명에 달했다. 2013년 영국 경찰은 그에 관한 아동 성범죄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지만 두 해 전 새빌은 이미 사망했다. 새빌은 봉사활동을 다녔던 학교와 병원에서도 성폭행을 저질러 충격을 줬다. 각각 79분과 91분 두 편으로 제작된 이 시리즈는 지미 새빌의 생애와 그 뒤에 숨겨진 음험한 진실이 드러나는 내용으로 나눠진다.
‘브리티시 호러 스토리(A British Horror Story)’라는 부제는 많은 내용을 시사한다. 다큐멘터리는 전 국민이 사랑했던 새빌 뒤편 깊게 드리워진 그림자와 동시에 공권력과 공영방송이 그의 혐의가 묻히도록 도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2000년대 후반 수사 당국이 그의 성추행 혐의를 조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BBC 시사 프로그램 ‘뉴스 나이트’가 새빌의 과거를 취재했으나 윗선의 반대로 방영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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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를 미끄러지는 붉은색 자동차
‘드라이브 마이 카’

왓챠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춰 화제가 된 작품을 극장 상영 이후 독점 스트리밍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 세계 여우조연상을 휩쓴 윤여정의 ‘미나리’,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티탄’ 등이 왓챠 익스클루시브(exclusive)를 통해 공개됐다. 폭행 사건으로 얼룩진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드라이브 마이 카’도 왓챠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배우 겸 연출가인 가후쿠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지만 그 이유도 묻지 못한 채 아내와 사별한다. 2년 뒤 그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연극의 연출을 맡아 히로시마로 향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단편소설이 속한 책의 제목은 ‘여자 없는 남자들’. 이 작품을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천천히 삶을 회복해나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차세대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 “최고의 장면을 봤다는 흥분에 가슴을 진정하고 있는데 더 훌륭한 장면이 시작되고 있었다. 굉장하다”고 평했다. 가후쿠의 붉은색 자동차가 도로 위를 미끄러져 가는 장면들은 시를 연상케 할 만큼 유려하다. 하마구치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부산을 촬영 장소로 택했을 것이라고 하니, 일본 히로시마가 아닌 한국 로케로는 어떤 영화가 만들어졌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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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효리는 이효리!
‘서울체크인’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O!리지널’ 코너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 그럼에도 이효리와 김태호 PD 조합의 ‘서울체크인’을 언급하지 않고 가는 건 뭔가 찝찝하다. ‘서울체크인’은 지난 1월 파일럿 에피소드가 공개된 후 티빙 유료 가입자 수 기여도 1위를 기록했다. 4월 8일 공개된 1화 클립 영상은 누적 조회수 2000만을 돌파했다. 1998년 데뷔 후 25년째 슈퍼스타로 살고 있는 이효리의 파급력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제주에 사는 이효리가 서울을 방문해 사람들을 만나며 일상을 보내는 것. 1화 에서는 코미디언 박나래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코미디언으로서 겪는 고충을 위로한다. 2화에서는 은지원, 신지, 김종민 등 과거 방송활동을 같이 했던 동료를 만나 “나는 지난 20년간 술이 없었으면 못 버텼을 것”이라 털어놓는다. 기존 관찰 예능 포맷 그대로지만 이효리의 솔직함이 ‘서울체크인’의 무기다. 김태호 PD는 ‘서울체크인’의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효리 자체가 큰 콘텐츠다. 카메라만 들이대도 콘텐츠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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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다 봤다면
‘우린 폭망했다’

한 회사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는 동안 유니콘 한 마리가 복도를 걸어 다닌다. 다음 장면에서 유니콘의 뿔이 처참히 부서진다.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의 오프닝 장면은 이 시리즈물을 요약하는 축약본이다. 유니콘이 상상의 동물이기도 하지만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우린 폭망했다’는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창업자 애덤 뉴먼(자레드 레토)과 그의 아내 레베카 뉴먼(앤 해서웨이)의 관계가 중심 내용이다. 위워크는 한때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57조원)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2019년 취약한 재무 구조 등이 문제가 돼 상장(IPO)에 실패하고, 창업자 애덤 뉴먼은 최고 경영자(CEO) 자리에서 쫓겨난다.

각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자레드 레토와 앤 해서웨이의 연기가 비교적 심심한 플롯의 빈 곳을 메운다. 특히 자레드 레토의 공허함과 야망을 오가는 눈은 “억만 장자가 아닌 그 이상을 꿈꾸는”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에 감정 이입하도록 만든다. 배우 김의성이 손정의 전 소프트뱅크 회장 역할을 맡았다. 4월 29일 8화를 끝으로 종영하는 ‘파친코’ 때문에 생애 첫 애플TV+를 결제했다면 이번 주말을 채울 다음 선택지로 ‘우린 폭망했다’를 고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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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 애플TV+ 왓챠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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