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고증 일러스트.
역사적 아픔은 때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찬란한 불교문화를 향유한 고려는 13세기 원나라의 침략으로 고난을 겪었다. 1270년 결국 고려는 몽골에 복종을 선언했다. 고려가 원의 부마국이 되면서 문화적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다. 그때 탄생한 것이 몽골풍(몽골에서 고려로)과 고려양(고려에서 몽골로)이다.
상류층 여성 고려양 평상예복 일러스트.
‘부활하는 고려, 달빛머문 연꽃밀회-고려 고증복식 & 고증일러스트’전이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 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블랙핑크를 비롯한 아이돌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 화제에 오르지만 이는 주로 조선시대 복식인 경우가 많다. 고려시대 특유의 문화가 꽃피웠음에도 불구하고 상세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시를 준비한 최정 원광대 패션디자인산업학과 교수는 익숙하지 않은 고려 복식을 잘 전달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통해 스토리텔링한다.
상류층 남성 몽골풍 평상예복 일러스트.
배경은 13세기 말, 원의 공녀 차출 압박이 거세지던 시기다. 고려가 자주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가문과 친원파로 부를 쌓은 가문이 있다. 정치적 입장은 다르지만 공녀 차출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딸과 아들을 정략혼인시키기로 한다. 고려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름은 각각 ‘준경’과 ‘은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5월 연등회에는 각기 다른 계급과 직업을 가진 둘의 친구와 친척들이 참석한다.
반비 제작과정.
13세기 말 연등회에서 21세기 서울로 소환된 이들은 고려양 반비와 위금 치마, 고급 고려 직물로 지은 몽골풍 남성 복식 등을 입고 있다. 최 교수는 고증 일러스트와 실물 복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려의 고문헌, 파편 유물, 불화 등을 이용했다. 재현된 복식의 금박은 실제 고려불화와 고려 불복장의 직물 문양을 응용해 새로 제작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6월 ‘푸른 구름의 나라-고려복식 고증일러스트’전의 후속 전시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2D·3D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모두 녹여내 제작한 콘텐츠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며 “각각의 캐릭터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제 1926년 5월 열린 연등회 기록에 남아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상세히 재현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따라 고려 상류층 가문의 파티가 열리는 13세기 말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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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