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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길거리 ‘4000원’ 네 컷 사진 전성시대

오한별 프리랜서 기자

2023. 04. 14

카페 갔다가 네 컷 사진 찍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요즘 애들 만남 공식? 2000년대 초 ‘스티커 사진’ 열풍과는 또 다르다. ‘소확행’ 기념품 네 컷 사진의 매력을 알아보자. 

요즘 젠지(GenZ)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조금 특이하게 마무리한다. 스마트폰 셀카가 아닌 4000원짜리 네 컷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 사진을 찍고 나면 이를 나눠 가진 뒤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젠지와 인화 사진의 만남이라, 어딘가 어색한 것 같지만 200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스티커 사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패션뿐 아니라 놀이 문화도 Y2K로 돌아간 걸까. 현재 시장엔 다양한 포토 부스 브랜드가 존재한다. 처음 네 컷 사진 유행을 선도한 ‘인생네컷’을 비롯해 밝은 조명과 필터 덕에 청초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하루 필름’, 섬세한 보정이 특징인 ‘포토이즘’ 등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바로 사진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 프레임이다. 프레임 디자인을 다변화해 소비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것. 기간과 장소가 한정된 프레임도 있어 젠지들은 해당 사진을 모으러 ‘네 컷 순례’를 떠나기도 한다.


내 옆에 ‘최애’가 서 있다?

인플루언서인 ‘빠더너스’ 문상훈도 네 컷 사진의 주인공이 됐다.

인플루언서인 ‘빠더너스’ 문상훈도 네 컷 사진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돌 그룹과 컬래버한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아이돌의 콘서트나 컴백, 생일 등 특별한 행사가 다가오면 소속사와 협업을 통해 아이돌 사진으로 꾸며진 한정판 프레임을 출시한다. 이곳은 입소문을 타 금세 덕질 명소가 된다. 인생네컷은 최근 아이돌 그룹 ‘크래비티’의 미니앨범 컴백 소식을 알리며 각 멤버의 사진과 사인이 곁들여진 프레임을, ‘세븐틴’의 예능 프로그램 ‘인더숲’ 방영을 기념하는 프레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엔 ‘스테이씨’와 ‘NCT 드림’의 컴백 기념 프레임을 제작한 바 있다. 아이돌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도 컬래버 대상이다. 대표로 인기 유튜버 ‘다나카’가 있다. 다나카는 개그맨 김경욱의 캐릭터 중 하나로, 지난 1월 그의 첫 콘서트 ‘꽃보다 TANAKA’ 현장에 다나카 프레임의 포토 부스가 등장해 기념품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111만 구독자를 둔 ‘빠더너스’ 문상훈도 포토 부스 프레임에 등장했다. 평소 유튜브 콘텐츠를 활용해 썸, 연애, 이별 등 3가지 콘셉트로 프레임을 꾸며 일주일 만에 촬영 횟수 10만을 훌쩍 넘기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프레임 열풍이 이어지면서 인기 캐릭터가 들어간 프레임도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덕·미키 마우스 등이 있는 ‘월트 디즈니’ 캐릭터, 대충 그린 것 같은 그림체와 통찰력 있는 문구의 ‘최고심’, 앙큼한 표정의 ‘잔망루피’, 모바일 게임 ‘쿠키런: 킹덤’ 캐릭터가 그 대상.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일러스트레이션, 이모티콘, 게임 캐릭터까지 동시대 트렌드가 온통 네 컷 사진의 프레임에 모이니 포토 부스를 향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 인증도 네 컷 사진으로

팝업 스토어나 전시회에서도 네 컷 사진 포토 부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팝업 스토어나 전시회에서도 네 컷 사진 포토 부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좋은 공간과 뜻깊은 순간을 기념하는 데는 사진이 제격이다. 찍고 나면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 스마트폰 사진 열 장보다 아날로그 사진 한 장이 조금 더 오래 기억되는 법. 이런 이유로 팝업 스토어나 전시회 혹은 결혼식에도 네 컷 사진 포토 부스가 등장한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포토 부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에 등장한 ‘포토매틱X더 퍼스트 슬램덩크’다. 누적 관객 수 400만을 기록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를 증명하듯 팝업 스토어가 열린 한 달 내내 긴 줄이 이어졌다. 넘치는 인파에 오픈 기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래퍼 박재범의 소주 브랜드 ‘원소주’와 맥주 브랜드 ‘테라’ 팝업 스토어도 각 브랜드 테마를 담은 포토 부스가 설치돼 찾아온 이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선사했다.



아이돌 그룹 NCT가 개최한 전시회에도 포토 부스는 빠지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진행된 전시회 ‘NCT HOME’ 포토 부스에선 오직 전시회 부스에서만 찍을 수 있는 한정 프레임이 공개됐다. ‘NCT HOME’은 아이돌 멤버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전시 콘셉트로, 포토 부스 프레임에도 그 분위기를 반영했다.

만나면 반갑다고 네 컷 사진 찍는 시대가 왔다. 그동안 타인이 찍어주는 사진 속 어색한 내 표정이 싫었다면 주변 네 컷 사진 포토 부스를 찾아보자. 카메라를 앞에 두고 온갖 포즈를 취하다 보면 조금 민망할 수 있지만 한결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새로운 날 발견할지도. 부끄러움은 잠깐이지만 추억은 영원하다. ‘한 평짜리’ 재미를 느껴보자.

#포토부스 #네컷사진 #GenZ #여성동아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사진제공 인생네컷 포토이즘 포토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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