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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review

급진이라는 가속페달 20대의 불안 종식시킬까

글 오홍석 기자

2022. 03. 08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불황에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뇌는 복잡한 사고를 어려워하고 단순한 것을 선호하게 된다. 포퓰리스트들의 공통점은 복잡한 문제에 대해 쉽고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는 점. 배럿은 “사회 혼란이 가중된 시기에 누군가 나서 ‘고난의 원인이 특정 집단에게 있다’고 지적하면 사람들은 쉽게 설득당한다”고 말한다.

3월 대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대를 분석하는 저작이 쏟아지고 있다. 1992년생 김내훈 작가는 주목 경제 시대에 음모론을 퍼뜨리는 스피커를 비판한 ‘프로보커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후속작 ‘급진의 20대’에서 20대 현상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의 ‘이대남 현상’에 대한 해석은 배럿의 관점과 유사하다. 저자는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해 불안을 느끼고 우울해하는 오늘날의 20대를 ‘위태로운 세대’로 명명한다. 위태로운 세대가 ‘공정’에 집착하는 이유는 공정이 경쟁의 룰을 안정화해 불안을 해소하는 일종의 해열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대남이 최근 보여주는 결집력을 “공정에 대한 집착을 정치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사례”로 본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혐오에 뿌리를 둔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나오는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20대의 특성으로 조명되는 ‘안티페미니즘’과 ‘능력주의 신봉’은 오래전부터 이미 20대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정서였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근 이 둘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정치인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20대는 보수화된 세대가 아닌 “나쁘더라도 새로운 것이 낫다”고 보는 ‘과격화된’ 세대다.

김내훈 작가는 극우 포퓰리즘을 극복할 방법으로 ‘포퓰리즘 이용’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위태로운 세대의 과격화에는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으니, 이들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설정해 급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저자의 이대남 현상에 대한 진단은 설득력이 있지만 근거가 빈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20대 의견을 알아보기 위한 저자의 연구는 대부분 주변인 진술 청취에 집중돼 있다. 또래 집단의 발언이 저자가 비판하는 ‘언론사 빅데이터 여론조사’보다 20대의 생각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포퓰리즘 이용을 위해 사용할, 20대를 하나로 묶어낼 의제가 무엇인지 제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계층별로 파편화돼 서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20대를 한데 묶을 의제가 애초에 존재할 수 있을까. 민주화를 지상 목표로 삼아 뭉쳤던 1980년대의 20대와 2022년의 20대는 판이한데 말이다.

#급진의20대 #김내훈 #이대남 #여성동아

사진제공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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