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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타히티 섬에서 자살 결심 후 그린 대작

우먼동아일보

2012. 12. 13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타히티 섬에서 자살 결심 후 그린 대작

▲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897년, 캔버스에 유채, 139×374cm, 보스턴미술관)


타히티는 낙원이었을까?

살다 보면 “어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발버둥치고 허우적거리는 것도 지칠 때쯤이면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 하는 희한한 배짱이 생깁니다. 이상한 희망이지요.
고갱의 대작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보세요.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이 철학적인 작품은 초월의 경지에서 인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갱이 이 작품을 그릴 때,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고, 그렇게 극한을 경험한 후의 작품인지라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고갱은 타히티라는 낯선 곳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했지만, 그곳에서의 삶 역시 녹록치 않았습니다. 타히티에 온 지 6년째 되는 해, 딸이 폐렴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이 무렵 자신의 건강도 나빠졌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완전히 절망에 빠졌죠.


자살 결심 후 그린 대작
“저는 용기도 돈도 떨어졌습니다. 다락방으로 올라가 목에다 밧줄을 메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엄습해 옵니다. 저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오직 그림뿐입니다”
피사로에게 이런 고백을 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 자살을 결심하고 그 전에 마음에 품었던 대작을 완성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오른쪽의 탄생을 시작으로 왼쪽은 죽음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오른쪽에 어린이와 세 명의 여인, 중앙에 열매를 따는 젊은이, 왼쪽에 죽음을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이 보이죠.
“인간의 존재, 운명의 문제를 넘어서 무한한 신비로운 것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다”고 한 고갱의 말처럼,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 헤맸던 고갱은 시간의 흐름과 영원성을 이렇게 보여줍니다.
병고와 절망을 지나 허세도 욕심도 없는 상태가 되면 참다운 고결함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고갱은 타히티섬에서 에덴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웅대하고 낙천적인 그림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탄생됐습니다.
현실을 바라보기도 급급한 우리들에게 중요한 게 뭔가를 생각해보게 하죠? 우리는 정말 어디서 왔고,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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