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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탈모,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정세영 기자

2023. 03. 27

머리숱 부자도 안심하면 안 된다. 개인의 노력과 무관한 다양한 이유로 언제 탈모인 대열에 합류하게 될지 모르니까. 쉽게 말해 날 때부터 대머리는 없어도 누구나 대머리가 될 수는 있다는 의미다. 부디 그 주인공이 내가 되지 않길. 

“처음엔 거의 동전 모양이었어!”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처음 탈모를 확인했을 때의 상황을 얘기하는 친구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다니. 그도 그럴 것이 정수리 부분에서 시작돼 헤어라인까지 내려온 탈모는 스물여섯 살부터 지금껏 무려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젠 크게 신경 안 써. 그냥 ‘본투비’ 헤어 흙수저로 살려고.” 슬프게도 친구는 이제 상당 부분 포기한 것 같았다.

친구는 전문병원에서 만난 담당 의사의 첫 질문에 꽤나 놀랐다고 한다. “최근 다이어트를 심하게 했나요?” 고데기 사용과 잦은 탈색으로 머리카락이 개털이 될까 봐 걱정했을지언정, 다이어트로 인해 탈모가 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 실제로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친구는 몸매가 부각되는 머메이드라인 드레스를 입기 위해 다이어트 중이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놀랍게도 삼시 세끼 제대로 된 식사를 하니 머리카락이 조금씩 다시 자라났다고. 하지만 효과는 어느 정도였을 뿐 전처럼 빽빽하고 풍성한 모발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처음 탈모를 확인했을 때 바로 병원부터 갔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괜찮아지겠지’라며 미뤄왔던 내가 바보지.”

한 선배 기자는 출산 3년 후에야 겨우 탈모임을 깨달았다. 아이가 백일이 됐을 때쯤부터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더니 욕실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그 양이 늘어났다고. 출산으로 인한 탈모는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금세 회복될 것이라 믿고 있었건만, 3년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선배의 두피를 진단한 의사가 꺼낸 첫마디는 “왜 이제 오셨어요”였다고. 이어 의사는 “보통 출산으로 인한 탈모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 빠르게 소실된 모발 중 일부는 다시 자라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빠지는 머리카락의 양이 평소보다 많다는 걸 느꼈을 때부터 적절한 케어와 치료를 병행하면 탈모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출산 후 1년 6개월까지만 유효하며 이 시기가 넘어가면 영구 탈모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단다. 즉, 출산 후 6개월 안에 탈모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는 것.

이 말을 들은 기자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출산한 지 1년 4개월, 혹시 지금 탈모가 진행 중이라면 막을 수 있는 시간이 2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출산 100일 안에 살을 모두 빼지 않으면 평생 그 몸무게로 살아야 한다는 경고는 숱하게 들어왔건만, 6개월 안에 탈모 검사를 받으라는 조언은 들어본 적이 없다. 육아서나 조리원 교육 시 필수 언급해야 할 정보임이 분명한데!



탈모란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탄력이 떨어져 모발 빠짐이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성은 대부분 정수리를 중심으로 머리카락이 서서히 얇아지고 빠지면서 부위가 확산된다. 유전적인 요인과 노화가 근본 원인으로 알려졌으며 원형 탈모, 일시적 탈모, 휴지기 탈모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닥터포헤어 서울숲점 김혜연 원장은 “요즘은 스트레스와 다이어트, 잦은 헤어 시술, 출산 등으로 인해 일시적 탈모를 경험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일시적 탈모는 원인을 제거하면 다시 건강한 모발을 되찾을 수 있으니 증상이 파악되면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을 ‘탈모’라는 단어로 묶었지만 두 경험자 역시 공통적으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자가 진단을 정기적으로 하고 조금이라도 탈모가 의심된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거나 홈 케어를 하라는 것. 헤어 컨디션을 꾸준히 확인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탈모를 가장 빨리 막을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탈모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하루에 빠진 머리카락을 육안으로 50개 이상 확인하거나, 모발을 50~100개 정도 쥔 후 당겼을 때 머리카락이 3개 이상 빠진다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또한 앞뒤 모발의 굵기 차이가 심하게 날 때, 샴푸부터 드라이 과정까지 탈락되는 모발이 20개 이상일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 탈모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을 듯. 이가자헤어 염찬영 원장은 “사람은 정상적으로 하루에 80~1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모발이 자란다”며 “3일에 한 번 머리를 감는다면 매일 빠질 머리가 샴푸할 때 한꺼번에 빠지는 것이다. 전체 탈모량과는 차이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씻고, 바르고, 문지르고

마사지나 헤어 케어 제품, 스케일링만으로도 탈모를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마사지나 헤어 케어 제품, 스케일링만으로도 탈모를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헤어 케어 제품이나 마사지, 스케일링만으로도 탈모를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샴푸를 선택할 때는 덱스판테놀, 나이아신아마이드, 살리실산 등 식약처 고시의 탈모 기능성 성분을 함유했는지 살펴볼 것. 탈모뿐만 아니라 호르몬 질환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인공 향료나 색소, 실리콘, 합성 계면활성제 SLS·SLES 등이 배제됐는지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샴푸는 하루 종일 쌓인 노폐물이 제거될 수 있게 밤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의 온도는 미온수가 최적. 두피에도 준비운동이 필요하니 샴푸 전 30초 정도 미리 머리를 적셔두자. 샴푸 후에는 3분 정도 그대로 방치했다가 헹구는 것이 좋다. 피지 제거는 물론 세정력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드라이나 스타일링 제품 사용 후 샴푸할 때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혜연 원장은 “머리는 찬 바람으로 말리는 게 좋다. 찬 바람은 두피 열감을 내려주고 모발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면서 “드라이기를 사용할 때는 머리에서 10cm 정도 띄워서 말려야 두피 자극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헤어스프레이나 젤 등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했을 때는 더욱 꼼꼼하게 샴푸해야 한다. 잔존물이 두피에 남아 있으면 모공이 막혀 탈모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 “스타일링 제품은 에탄올, 향료가 많이 함유되어 두피를 건조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점도가 높아 모발에 치명적이다.” 박수정 헤어스타일리스트의 설명. 그는 “스타일링 제품을 바른 날에는 샴푸 후 수분감이 많은 트리트먼트를 장시간 머리카락에 도포해 모발을 더욱 촉촉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새싹은 자라고 머리카락은 빠지는 봄

샴푸할 때 마사지를 곁들이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염찬영 원장은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그 중심에는 혈액순환이 있다”며 “우리는 직립보행 인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로 가는 혈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피 쪽의 혈류량을 늘려야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두피가 건강해진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샴푸 전에 브러시나 마사저로 두피를 두드리거나 목 또는 어깨를 주물러준다. 특히 목은 심장에서 두피로 혈액이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에 긴장된 승모근을 풀어주면 혈액이 모발까지 원활하게 순환된다”고 덧붙였다.

스케일링 제품을 사용해 두피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면 헤어 제품의 영양 성분이 더 잘 흡수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정수리를 중심으로 스케일링 제품을 도포한 뒤 관자놀이부터 정수리까지 손끝으로 눌러준다. 마지막으로 두피 전체를 가볍게 두드리며 지압한다. 스케일링은 일주일에 2~3회를 넘기지 말 것. 자극이나 열감이 느껴진다면 즉시 중단한다. 과욕은 참사를 부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탈모를 드라마틱하게 개선하고 싶다면 시술을 눈여겨봐도 좋을 듯. 모낭 주위 주사, 헤어셀이 대표 시술로 탈모 초기에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낭 주위 주사는 모발 성장에 도움을 주는 영양 물질을 탈모 부위 주변에 직접 주사해 증모를 유도한다. 헤어셀은 두피에 자기장을 형성해 모낭 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미세혈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탈모를 예방한다.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모낭 주사는 두피 상태에 따라 2~4주에 한 번, 헤어셀은 일주일에 한 번 받는 것을 추천한다”며 “재발 가능성도 있으니 처방약을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봄철 불청객 황사, 미세먼지는 피부는 물론 두피도 위협한다. 또한 건조한 날씨 탓에 피지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각질이 쌓이고 유해 물질이 모공을 막아 세균이 번식할 뿐 아니라 비듬, 탈모 등 두피 트러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탈모 시그널에 따라 먹고 바르는 등의 처방은 달라지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본적인 케어는 단연 두피 관리다.

데일리 헤어템만 잘 선택해도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등의 현상을 조금씩 개선할 수 있다. 박수정 헤어스타일리스트는 “봄철 탈모를 완화하려면 모근을 튼튼하게 만드는 비오틴이나 판테놀 같은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비듬이 고민이라면 항균 성분이 든 안티댄드러프 샴푸를 추천한다”고 조언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정수리가 후끈거리고 기름이 많이 낀다면 두피 사막화가 오고 있다는 징조일 수 있다. 두피 사막화는 두피의 수분이 증발하고 영양분이 손실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탈모를 가속화하는 공포스러운 신호이니 당장 빡센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두피 쿨링과 진정에 좋은 성분들이 포함된 스프레이, 샴푸 등으로 머리를 감아보자. 오이나 민트같이 찬 성질을 지닌 재료를 물에 타서 그 물로 두피를 헹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탈모 환자는 24만여 명, 3년 전에 비해 8.1% 늘어난 수치였다. 탈모 질환의 53%는 20~30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잠재적 탈모 인구는 1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풍성하고 윤기 있는 모발이 새로운 미학의 기준이 된 요즘 이게 무슨 비극인지 모르겠다.

탈모를 경험하는 2030 세대가 늘며 ‘영(young)탈모 세대’라는 서글픈 신조어가 생겼다. 정수리가 신경 쓰여 가르마를 바꾸거나, 드라이 후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개수를 세어보는 일이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감추고 혼자 속앓이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젊은 층이 탈모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오픈하자 뷰티업계는 영탈모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반응 역시 뜨거웠다. 2020년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두피 스킨케어 브랜드 라보에이치의 탈모 증상 완화 샴푸는 전년 대비 매출 규모가 360% 가까이 증가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론칭한 뷰티 브랜드 로이비의 기능성 샴푸는 출시 2개월 만에 초도 물량을 완판했다. 즉, 젊은 층의 탈모 고민이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 탈모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2030 세대가 뷰티업계의 큰손이 됐다.

영탈모 세대를 위한 국가 지원 소식도 쏠쏠히 들려온다. 서울 성동구는 올해 3월부터 성동구에 주민등록을 한 만 39세 이하 주민에게 약제비에 한해 1인당 구매 금액의 50%를 연 20만 원까지 지원한다고 알렸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청년 탈모는 개인의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져 취업 등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심리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젊은 층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탈모 #영탈모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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