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00 영어 흘려듣기를 위해 CNN 뉴스를 틀어놓고 아이를 깨운다. 기분 좋게 일어나야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다. 일단 발 마사지부터 시작한다. 발이 끝나면 키를 키워주는 성장점을 자극하기 위해 무릎으로 이동했다 어깨까지 주무른다. 아이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다. 김 여사는 공부에 지친 아이를 위해 지압과 마사지법을 책과 온라인 강의를 통해 배웠다.
오전 8:00 아이를 등교시킨 후 컴퓨터를 켜고 주요 신문 교육면을 쭉 훑는다. 각종 교육 정책의 흐름과 시험 정보, 교육법을 벤치마킹하는 중요한 시간. 그런 후에 교육정보 인터넷 카페에 들러 새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단다. 학원 정보나 시험 정보는 여기만 한 곳이 없다. 아이 성적 하소연도 하고 자랑도 하고, 익명성이 보장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오전 10:00 학원 설명회에 참석하거나 아니면 정보를 공유하는 엄마들 혹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 친구의 학부모들과 브런치를 먹으며 생생한 학원 정보뿐만 아니라 아이의 학교생활을 점검한다. 오전 11시 전후 브런치 식당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앉을 곳이 없을 만큼 ‘여자 천국’이다. 2004년 서울 이태원 등에 첫 등장한 브런치 식당은 주부들의 문화 정보 공유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오후 2:00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간식과 오후 공부 스케줄, 시험 계획을 살핀다. 계획표에 따라 주중에는 영어, 수학에 집중한다. 학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엄마도 옆에서 교육 관련 책을 읽는다.
오후 5:00 학원을 다녀오거나 공부를 한 아이가 쉬어야 할 시간. 얼른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만화 방송을 틀어주거나 DVD를 틀어준다. 아이는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정해진 스케줄대로 영어 듣기 공부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오후 8:00 아이는 식사 후 학교 숙제를 마치고 학원 숙제와 정해진 영어 단어 공부, 수학 문제 풀기를 마무리한다. 수학과 영어 공부 시간을 적당히 섞어 아이가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공부하도록 배려한다.
오후 10:00 아이가 영어 단어 테스트를 마치고 수학 문제도 통과하면 오늘의 일과가 끝난다. 독서가 끝나면 영어 노래를 틀어주고 아이가 편안하게 꿈나라로 갈 수 있게 돕는다.
오후 11:00 아이의 일과를 평가하고 다음날 세부 계획을 살핀다. 영어 수학 테스트에서 부족한 점을 체크한다. 컴퓨터를 틀어 온라인 교육 커뮤니티에 새롭게 올라온 정보가 있는지 살핀 후 잠자리에 든다.
얼핏 봐도 이런 일을 다 하고 집안 살림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김 여사의 하루가 너무 빡빡한 듯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열성 맹모들에게 이런 김 여사의 일과는 전혀 낯설지 않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을 때만 해도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 대치동 엄마들의 삶은 수많은 엄마들에게 ‘강 건너 불 구경’ 또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인터넷 붐과 함께 대한민국 열성 맹모들은 자신만의 교육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했다. ‘우리도 그들처럼’이 된 것이다. 어쩌면 요즘 불고 있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자기주도학습은 아이가 아닌 정보에 발 빠른 엄마들이 주도해서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출발은 2000년 자기주도 영어 공부법을 주창한 ‘잠수네’다. 이제는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www.jamsune.com)’을 통해 영어뿐만 아니라 수학까지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법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영어책 1천 권 읽기 도전, 영어 단어 외우기, 흘려듣기, 집중해 듣기 등 영어 자기주도학습에 잠수네가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맹모들의 커뮤니티는 더욱 힘이 커지고 세졌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 ‘상위1%카페’다. 입시와 경시대회를 치르기 위한 학부모들도 가입했지만 공부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대거 가입했다. 현재 회원 수만 25만 명을 넘는다.
학원, 인터넷 강의, 교재, 특목고 기출 문제 등 사교육과 공부에 관해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하우투’도 주요 카페에 이름을 올렸다. 후발이지만 역시 회원 수 25만 명을 넘어섰다. 회원 수가 많다 보니 운영진은 회원 자격 검증이나 개인 광고 금지 등을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 검증은 엄마 몫
최근에는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일대 유명 학원뿐만 아니라 골목 학원 정보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디스쿨(www.dschool.co.kr) 사이트까지 등장해 엄마들의 정보력을 높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난무하는 교육 커뮤니티 정보는 믿을 만한 것일까.
“저는 학원을 옮길 때 반드시 카페에 물어봐요. 학원비, 레벨 테스트, 교통편, 심지어 선생님 정보까지 공유가 되거든요.” (김유정·초등 5학년 학부모)
“시험 기출 문제를 다운받으려면 교육 사이트가 최고죠. 기출 경향, 입시 정보 등 없는 게 없거든요. 사실 정보야 넘쳐나요. 우리 아이한테 맞느냐가 문제죠. 그래서 엄마들이 공부하는 겁니다.”(최진영·중학교 2학년 학부모)
믿든 안 믿든 일단 ‘눈팅’이라도 하려고 가입하는 엄마들도 많다. 엄마들 대부분은 신뢰도가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접목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데도 동의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원윤식 팀장은 교육 커뮤티니의 정보 신뢰도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학습이나 교육 커뮤니티는 학부모나 교사 등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만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카페 수가 많아 포털 측에서 일일이 정보를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믿을 만한 교육 정보를 얻으려는 학부모는 대표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 팀장은 네이버의 대표 카페는 공정한 심사를 통해 상위 0.1% 카페 중 활동이 많고 공유된 정보의 양과 품질이 우수한 카페를 선정하기 때문에 일단 정보가 믿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택과 확인 절차는 전적으로 가입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신뢰할 만하다고 해서 정확한 정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카더라’ 식의 정보도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발품을 팔아 학원 설명회, 오프라인 학부모 모임 등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 물론 여기에 전제돼야 할 것은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아이와의 교감이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한 아이가 좋은 정보를 얻게 됐을 때 성적이 쑥쑥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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