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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삭제된 인스타그램 육아 계정, 왜?

전혜빈 기자

2024. 12. 30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육아 계정이 줄줄이 폭파됐다. 메타가 자사 정책에 따라 14세 미만 미성년자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한 것이다.
육아 계정주들은 자녀의 양육기를 담은 ‘일기장’이 사라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메타는 이용자들의 불만에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 메타의 강력한 조치는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세계적 흐름과 관련 있다. 

‘셰어런팅(sharenting)’은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의 합성어로 부모가 자녀의 일상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SNS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 부모 세대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와 관련된 게시물만 올리는 육아 계정의 수도 많아졌다. 2024년 12월 13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육아스타그램’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은 4596만 개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중순경 셰어런팅을 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줄줄이 비활성화되며 육아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 사이에서 비상이 걸렸다. 11월 19일 H.O.T. 출신 가수 문희준의 아내 소율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우리 잼잼이(딸 별명) 인스타그램 계정이 갑자기 비활성화됐다. 예쁜 사진들과 영상, 팬분들께서 그려주신 그림들이 다 없어졌다. 너무 속상하다”고 글을 올렸다. 개그우먼 홍현희 남편 제이쓴도 11월 20일 자신의 계정에 “준범이 계정 돌려주란 말이야”라며 아들 준범이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일시 정지됐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육아 계정주들은 갑작스러운 계정 비활성화 조치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음에도 비활성화된 계정주들은 메타의 이번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자녀의 사진을 부모가 올려도 되는가?’라는 물음이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면서 해당 조치에 찬성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메타의 이번 조치는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각국의 제도적 변화와 결을 같이한다.

“가이드라인 지켰는데 계정이 사라졌어요”

콘텐츠 제작 중 위험한 상황에 놓인 키즈 인플루언서.

콘텐츠 제작 중 위험한 상황에 놓인 키즈 인플루언서.

인스타그램 지침에 따르면, 만 14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으며 14세 미만 어린이를 대표하는 계정의 경우 계정 소개에 부모나 관리자가 관리하는 계정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메타의 지침을 준수했음에도 영구적 비활성화 조치가 취해진 계정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0년 전 첫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 계정을 운영했다는 A(35) 씨. 그는 본인의 생년월일로 계정에 가입했고 자기 소개란에 부모가 운영한다는 문구도 명시했지만 메타로부터 계정 비활성화 조치를 받았다. A 씨는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이 가득 담긴 10년간의 계정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셰어런팅 계정주들은 비활성화된 계정의 복구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프로필에 엄마, 아빠와 아이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고 설명에 ‘엄마가 운영하는 계정입니다’ 등의 문구를 적는 것이다. ‘아이(kid)’ ‘아기(baby)’ 등 관련 키워드를 아이디에서 삭제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러나 비활성화 조치가 해제된 후에도 다시 영구 비활성화 조치를 받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12만 팔로를 보유한 키즈 인플루언서 계정을 운영하던 B 씨 역시 가이드라인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계정 영구 비활성화 조치를 받았다. B 씨의 계정은 11월 14일 1차 비활성화 조치를 받았다. 그 후 B 씨는 메타 측에 신분증을 제출했고 비활성화 조치가 해제됐다. 그러나 12월 6일 2차 비활성화 조치가 내려졌고 메타에 다시 신분증을 제출했으나 계정이 영구 비활성화됐다. B 씨는 “해당 계정은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운영하던 계정”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조치가 부적절하다며 메타 측에 건의를 넣어봤지만 계속해서 “본사의 영구 제한 결정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다”는 답변만 얻었다.

이에 대해 메타 측은 기존의 보호정책을 적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책의 적용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부모님이 운영한다는 사실을 프로필에 표기하더라도 처음 가입할 때 14세 미만 아이의 생년월일을 입력했을 경우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며 “재심의를 신청했다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4일 메타 서울 본사에서 열린 ‘인스타그램 2024 연말결산 기자간담회‘에서 정다정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은 “인공지능(AI) 외에 계정을 검토하는 ‘휴먼 리뷰어’가 있다”며 “부모가 운영한다는 사실을 소명하면 계정을 복원해주지만 사용자가 많아서 시간이 걸리는 점은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에선 16세 미만 SNS 사용 금지

2024년 11월 28일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2024년 11월 28일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메타의 이번 조치는 아동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23년 8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를 소셜 미디어에 등장시켜 얻은 수익 중 일정 비율을 신탁·예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콘텐츠에 16세 이하 자녀가 전체 분량 중 30% 이상 등장한다면 수익의 50%를, 100%라면 수익의 50%를 별도의 계좌에 예치해야 한다. 예치 기준을 위배할 경우 부모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대상이 된다.

프랑스에서도 2020년 10월, 키즈 인플루언서를 보호하는 취지의 법안이 통과됐다.이 법안에 따르면 16세 미만의 인플루언서들의 수입을 인출하는 것이 제한된다. 또 동영상 플랫폼 측은 미성년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때 부모 동의 없이도 이를 따라야 한다.

가장 단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호주다. 지난해 11월 호주 의회가 16세 미만 미성년자가 SNS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SNS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영국도 호주와 비슷한 규제를 검토 중이다. 피터 카일 영국 기술부 장관은 16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SNS를 금지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어린이를 온라인에서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올해 1월 우리나라에서도 인스타그램의 ‘청소년 계정’을 출시한다. 청소년 계정은 청소년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한하며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사용 제한 모드가 설정되는 등 청소년을 위한 보호장치를 자동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만 17세 미만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보호장치를 관리 감독할 수 있다.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녀의 모습을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 부모의 행동에 전 세계적으로 제동이 걸리는 추세”라며 “아동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셰어런팅을 규제하기 위해 각국에서 법률적 개정과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앨범 속 사진과 달리 디지털 공간에 업로드된 사진은 영원히 박제된다. 유포된 아이의 사진이 딥페이크 합성에, 아이의 이동 동선이 드러나는 경우 납치 등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수익을 벌어들이는 키즈 인플루언서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뜻에 따라 원치 않는 촬영을 할 수도 있다. 2017년 아동보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학대 혐의로 이보람 양의 부모를 고발했다. 강도로 분장한 아빠에게 협박당해 겁을 먹고 울면서 춤을 추는 아이의 모습, 실제 차들이 달리는 도로 위에서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 등에서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 양의 부모는 학대가 아닌 자연스러운 놀이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서울가정법원은 전문적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자기결정권과 미디어 노출로 인한 부작용을 고려해 셰어런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동은 부모에게 부속된 존재가 아닌 독립적 주체로서 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적절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문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삶의 결정권은 아이 자신에게 있고, 아이를 보호할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팀장은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에 자신의 의사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아이들의 사진은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며 “육아 정보 공유를 위해 사진 업로드가 필요한 경우라면 게시물을 주기적으로 삭제하고, 잘 아는 지인으로만 공개 범위를 좁히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육아스타그램 #키즈인플루언서 #셰어런팅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AP=뉴시스
‌사진출처 SB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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