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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별책 부록│초·중등생 학습법 大백과

‘아이를 최고로 키우는 자녀교육법’

정트리오 등 7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낸 어머니 이원숙

2006. 06. 27

‘아이를 최고로 키우는 자녀교육법’

“엄마,나 이제 못하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바이올린 그만두고 싶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1969년 미국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1등을 한 뒤 세계 정상의 음악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던 무렵, 그는 영국 런던에서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다 말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화려해 보이지만 끝없는 노력이 필요한 정상의 자리가 힘겨웠던 것이다. 딸의 눈물을 본 어머니 이원숙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지금 당장 그만두자. 너를 위해 바이올린을 해야지, 바이올린을 위해 바이올린을 해서야 되겠니? 너는 정말 넘치도록 이룬 거야. 엄마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그러니 이제 그만두자.”
경화씨는 훗날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자식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움직이는 남다른 재주를 가진 분이세요. 어머니가 ‘그만두자’고 하시는 순간, 오히려 ‘내가 왜 바이올린을 그만두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날 이후 다시는 바이올린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실은 바이올린을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첼리스트 정명화(63),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59), 지휘자 정명훈(54)의 어머니 이원숙씨(89). 이씨의 자녀는 정트리오 외에도 미국에서 유명 플루트 교육자로 활동 중인 큰딸 명소씨, 종합예술 기획사업가로 활동 중인 맏아들 명근씨, 미국에서 ‘최고의 의사’로 꼽히는 막내아들 명규씨와 이미 세상을 떠난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 명철씨 등 모두 7명이다. 이씨는 이들 모두에게 적성을 찾아준 뒤, 더할 수 없는 믿음과 칭찬으로 자녀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

기회를 열어주고 무한한 믿음 주는 게 부모의 할 일
이화여전 가사과를 수석 졸업하고 교사까지 지낸 엘리트 여성이던 이씨가 자녀교육에 열정을 다하게 된 것은 당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 이씨는 이왕 가정을 꾸린다면 현모양처가 돼 남편과 자식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남편의 봉급만으로 집안을 꾸리기 어려워지자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시장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등 팔을 걷어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처음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시킨 건 주변 환경 때문이었어요. 해방 직후 먹고살 길이 막막해 시장통에 천막을 치고 장국밥 장사를 시작했는데 시장 환경이 아이들을 거칠게 만들 것 같더라고요.”
이씨는 외상으로 피아노를 사 아이들에게 레슨을 시켰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레슨 시간만큼은 꼭 옆에 붙어 앉아 지켜볼 만큼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6·25 때 부산으로 피란을 가면서 피아노를 싣고 간 일화는 유명하다. 무작정 떠난 피란 길이라 피아노를 들여놓을 집 한 칸 구할 수 없어 남의 집 처마 밑에 놓아야 할 정도였지만, 그는 자녀들에게 계속 피아노 레슨을 받게 했다.
“재능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명소는 하도 건반을 두드려 손가락이 다칠 때까지 피아노를 치고, 경화는 말을 떼기 전부터 노래를 들으면 정확히 따라 부르는 등 남다른 재능을 보였거든요. 엄마로서 그걸 최대한 키워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서양 음악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본고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60년에는 당시 17세, 13세에 불과하던 명화, 경화씨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기도 했다. 정작 이씨는 비행기 값이 없어 입양 고아를 양부모에게 인도해주는 일을 하면서 무료 항공권을 얻어 간신히 미국을 오갈 수 있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자식들을 뒷바라지했다. 그리고 62년, 나머지 자녀들까지 모두 데리고 아예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그러나 이씨가 ‘극성스럽게’ 자녀들을 독려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어떤 결정이든 최대한 자식의 뜻을 따르려 했다. 경화씨는 “어머니는 늘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셨다”고 회고했다.
한때 음악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던 명훈씨가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것 또한 어머니 이씨 덕분이었다. 일곱 살 때 서울시향과 하이든 협주곡을 협연해 ‘피아노의 천재’로까지 불리던 명훈씨는 청소년 시절 피아노를 등한시하고 운동에만 매달려 이씨의 속을 태웠다. 그때 이씨는 “왜 피아노를 치지 않느냐”며 다그치는 대신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1달러씩 받은 팁을 모아 할부로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해 선물했다고 한다.

명화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피아노, 바이올린에 영 취미를 붙이지 못하던 명화씨를 데리고 첼로 연주회에 갔고, 좋아하는 눈치를 보이자 집에 오는 길에 바로 첼로를 사주었다. 명화씨는 이후 “첼로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만큼 연습에 열중해 2년 3개월 만에 서울대 주최 음악 콩쿠르에서 전 부문 특상을 석권하는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며 7남매를 키운 이씨가 모든 자녀에게 늘 전폭적인 관심을 기울이기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이씨는 ‘중점주의’를 선택했다. 그 시기에 가장 어머니를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모든 관심을 쏟는 것이다. 이씨의 이 교육법은 이후 7남매 모두가 “내가 꼭 필요할 때 어머니는 늘 내 곁에 계셨다”고 기억할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부모의 관심이 꼭 필요한 순간 함께해주는 ‘중점주의’
이씨는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자신을 개발하는 데도 게으르지 않았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을 때 나이가 이미 44세였지만 “지금 영어를 배우면 40년은 더 쓸 수 있다”며 밤을 새워 영어 단어를 외웠다. 84년 넷째 딸 경화씨가 형제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결혼한 뒤에는 67세의 나이로 신학대학에 입학해 목사 안수를 받았고, 90년 음악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끝없이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가장 훌륭한 모범이 됐다. “자신은 TV를 보면서 자녀들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하는 부모에게서 아이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담과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묶어 자녀교육서 ‘통 큰 부모가 아이를 크게 키운다’를 펴내기도 했다.

자녀를 성공으로 이끈 이원숙식 교육법
▼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성실도 습관이 된다. 이씨는 자녀들을 키우며 늘 처음 습관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 애썼다. 피란 길에도 피아노를 싣고 갔고, 여름 휴가를 갈 때도 피아노 강사를 동반해 자녀들이 하루도 연습을 쉬지 못하게 했다. ‘극성 엄마’라는 눈총도 받았지만,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면 매일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은 이후 언제나 성실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 사람이 됐다.

▼ 조기 교육에는 극성을 떨어도 좋다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물에 집어넣어 수영을 가르친다 해도 나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수영선수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이씨의 말이다. 이씨는 아이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바른 습관과 성실성을 길러줄 수 있도록 조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씨의 7남매도 처음부터 바로 적성을 찾은 것이 아니다. 엄마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세계를 접하게 해주면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발견해준 것이다.

▼ 자녀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교육의 기본은 신뢰에 있다.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과 무심코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신뢰하지 않는 부모에게 아이는 제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다. 이씨는 다섯째 아들 명철씨에게 16세 때 ‘시험 잘 보면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우등 성적을 거두자 ‘거짓말쟁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정말 차를 사준 일이 있을 만큼 철저히 약속을 지켰다.

▼ 실수를 야단치지 않는다
부모들이 저지르는 잘못 가운데 또 한 가지는 아이를 야단쳐야 할 때와 격려해주어야 할 때를 분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따끔하게 야단쳐야 하지만 실수를 할 때는 모른 척 넘어가거나 격려해주는 것이 좋다. 실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지르는 시행착오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경험하고 성장하는 존재임을 잊어선 안 된다.

▼ 칭찬거리가 아닌 것을 칭찬하지 않는다
“넌 정말 예뻐” “넌 정말 똑똑해” 하는 식으로 무턱대고 아이를 칭찬하지 말라. 자칫 아이를 오만하게 만들거나 오히려 열등감에 빠지게 할 소지가 있다. 칭찬은 아이를 격려하려고 하는 것이지 우쭐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애정과 신뢰는 표현하되 “머리를 그렇게 묶으니까 예쁘다” “한 번 들은 노래를 그렇게 잘 따라 부르니 참 똑똑하구나”와 같이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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