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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이현준의 랜덤박스(9)

‘딸랑!’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 체험기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0.12.24 15:09:56

연말이면 낯익은 ‘빨간’ 풍경이 있으니 구세군 자선냄비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 연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유난히 추운 상황. 일일 자원봉사자로 자선냄비 모금활동에 나섰다.
*이현준의 랜덤박스
이번엔 뭐가 들었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랜덤박스처럼, 매번 색다른 체험을 전합니다



‘딸랑! 딸랑!’

매 해 12월이 되면 들려오는 귀에 익은 소리.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빨간 옷을 입은 채 종을 울리는 사람과 빨간 냄비가 보인다.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풍경인 구세군 자선냄비다. 

구세군은 개신교의 한 교파로, 1865년 7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에 의해 감리회에서 분립돼 창설됐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1891년 겨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객선이 표류했을 때 구세군 사관 조지프 맥피가 난민들을 돕기 위해 부둣가에 솥을 걸어두고 모금활동을 벌인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세군의 대외적 이미지 대부분을 맡고 있는 브랜드이자 마스코트다. 12월 한 달간 모금활동을 벌이며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사회 소외계층 및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줄어든 이번 겨울엔 따뜻한 기부의 손길도 얼어붙고 말았다. 구세군 대한본영 관계자에 따르면 12월 20일 기준 거리모금액은 14억5천만원으로 전년 동기(19억 2천만원)대비 25% 감소했으며 모금소는 전년 3백50곳에서 올해 2백50여 개로 축소됐다. 자선냄비 모금활동 참여 자원봉사자 역시 전년 4만8천여 명에서 올해는 2만3천여 명으로 추산될 만큼 절반 이상 급감했다. 힘든 시기는 어려운 사람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보다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자는 생각에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

구세군 냄비에 기부하는 모든 사람이 아름다워 보인다!

기자가 배치된 곳은 서울지하철 3호선‧신분당선 양재역 모금소. 역 내부 개찰구 앞(5‧6번 출구로 향하는 통로에 위치)이었다. 오후 6시부터 두 시간동안 봉사하기로 했다. 모금소에 도착해 빨간 패딩으로 갈아입고 종을 건네받았는데, 경쾌한 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가볍게 움직이세요” 연신 둔탁한 소리를 내는 기자에게 현장의 구세군자선냄비본부 관계자가 조언을 건넸다. 이를 따르니 조금씩 익숙한 ‘그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딸랑! 딸랑!’ 힘차게 종을 흔들며 기부의 손길을 기다렸다.

지하철이 양재역에 설 때마다 개찰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사람들 중 누군가 기부를 해주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설렜다. 지하철 위치를 알려주는 모니터를 연신 바라보며 ‘언제 지하철이 올까’하고 기다리게 됐지만 기대만큼 모금활동이 잘 되진 않았다. 적어도 2~3분에 한 명 정도는 기부를 하지 않을까했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나마 사람이 가장 몰린다는 퇴근시간대가 이 정도라니. 확실히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소리도 외치고 종도 맹렬히(?) 울리고 싶었지만 구세군자선냄비본부 관계자가 “너무 시끄럽게 하면 민원이 들어오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해 그럴 수도 없었다.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구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대신 뜸하나마 다가오는 기부의 손길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누가 봐도 초‧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나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이 돈을 넣기도 했다. 흔히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정말 이해가 됐다. 구세군 냄비에 기부하는 모든 이들이 아름다워보였다.

10분에 한 명꼴로 기부…아쉬움이 남아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종을 울리는 데 금방 익숙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나빠졌다. 특히 오후 7시를 넘어 퇴근시간대를 조금 벗어나자 유동인구가 급격히 적어져 자연스레 기부도 줄었다. 모금소 앞에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ATM에서 돈을 뽑을 때마다 기대를 했지만 허사였다. 모금소 앞을 지나는 시민이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지갑을 꺼낼 때도 설렜지만 기대는 매번 실망으로 바뀌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취객이 다가와 길을 물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오후 7시 30분 무렵이 되자 역 내부가 한산해졌다. 피크타임이 지나 긴장이 풀려서일까. 다리에 슬슬 욱신한 고통이 밀려왔고 종을 흔들던 팔도 아파왔다. 8시가 임박하자 구세군자선냄비본부 관계자가 와서 “이제 철수하겠습니다”라며 종료를 알렸다. 두 시간 동안 13명의 시민이 기부에 동참했다. 약 10분에 한 명꼴인 셈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퇴근시간대가 포함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반성도 됐다. 지금까지 나는 타인에게 따뜻한 시선이나 손길을 얼마나 건네 왔을까. 주변의 어려움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자원봉사활동을 하고나서야 이런 마음이 든 게 부끄러웠다.

최철호 구세군 커뮤니케이션부장 인터뷰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 온라인으로도 기부 가능”
통계청의 ‘2020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5분위)의 월 평균 소득은 1천39만7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반면 하위 20%(1분위)는 1백63만7천원으로 1.1% 감소해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에 추위까지 겹쳐 몸과 마음 모두 ‘꽁꽁’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주변을 둘러보면 어떨지. 최철호 구세군대한본영 커뮤니케이션스부 부장과 관련 질의응답을 나눴다.

-구세군 자선냄비 시행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에서 거리모금을 진행합니다.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합니다.

-모금소 한 곳에선 하루에 얼마 정도가 모금되나요. 

평균 40만~50만원 정도 모금됩니다.

-온라인으로도 기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네이버 해피빈, 구세군 홈페이지 캠페인(일시후원, 정기후원) 그리고 구세군 자선냄비 특별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온라인 기부방법, QR이미지를 통해서 온라인 기부가 가능합니다. 또 ARS 전화로도 모금활동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QR코드 기부는 올해부터 생긴 건가요. 

그렇습니다. QR모금(제로페이, 네이버 페이 등)은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리모금 현장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모금소는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나요. 

네. 자원을 받아 운영되는데, 구세군 소속(교회 출석교인 포함) 자원봉사자가 70%, 일반 봉사 신청자(비 구세군 소속)가 30% 정도입니다.

-자원봉사 신청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VMS)또는 1365 자원봉사포털 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봉사시간 인정을 받을 수도 있나요. 

네. 마찬가지로 VMS와 1365 자원봉사포털 사이트에서 인증이 가능합니다.

-자원봉사자로 지원하면 원할 때 활동이 가능한가요. 

지원자가 원하는 지역과 시간을 지정해 신청하면 이를 반영해 배치됩니다. 단 일정이 맞지 않을 경우 다시금 이를 조율할 수 있도록 전화연결을 통해 안내를 드립니다.

-모금소엔 항상 구세군 관계자가 동행해 자원봉사자들에게 모금활동 관련 교육을 해주나요. 

네. 모금소마다 담당자가 있으며 지원자가 지정된 시간에 오면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위축된 기부활동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어려운 시기에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더욱 많아진 상황인 가운데, 이들을 위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박해윤 기자



여성동아 2021년 1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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