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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동백꽃 내 이름은 지이수

EDITOR_FASHION 정세영 기자 EDITOR_FEATURE 김지은

입력 2020.02.25 15:00:01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제시카로 이름을 알린 지이수를 진짜 ‘동백꽃 필 무렵’에 만났다. 세련된 스타일 해석과 놀라운 카메라 흡입력, 100점 만점에 1만 점을 줘도 모자랐던 그와의 촬영, 그리고 여전히 아련한 ‘동백꽃 필 무렵’ 그 뒷이야기들.



지난 2019년은 배우 지이수(29)에게 두고두고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연기자로 데뷔한 지 5년 만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제시카로 몸에 꼭 맞는 옷을 걸친 듯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딱 스무 살 나이에 모델로 데뷔해 국내 톱 디자이너들의 무대와 패션 매거진을 종횡무진 오가던 그가 연기자로 거듭나기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와의 싸움을 계속해온 그 10년의 시간이 한꺼번에 보상되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가 연기한 드라마 속 제시카가 성장하는 사이 배우 지이수도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듯 깊어졌다. 아직은 해온 것보다 해보고 싶은 것이 더 많고,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 동백의 계절을 지나 배우 지이수와 함께 여성동아에도 봄이 찾아왔다.


크롭트 톱, 팬츠, 카디건 모두 잉크.

크롭트 톱, 팬츠, 카디건 모두 잉크.

모델 일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학창시절에 꽤 오랫동안 미술을 공부했어요.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입시 미술까지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진로가 정해졌다고 생각하니 자꾸 모델 일에 미련이 남는 거예요.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합격을 해버린 거죠. 처음엔 부모님 반대가 엄청 심했어요. 내내 미술만 하던 애가 갑자기 진로를 바꾸겠다니 못 미더우셨던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일을 하면서 결과물을 보여드릴 때마다 너무 좋아하세요. 

미술을 공부한 게 모델 일이나 연기에 영향을 미치나요. 

색감을 잘 쓸 줄 아는 게 옷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연기와 미술의 공통점은 새하얀 도화지 위에 내가 원하는 색감을 사용해서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는 거예요. 하면 할수록 늘고 있다는 느낌도 좋고요. 


시스루 셔츠 티백.

시스루 셔츠 티백.

배우 김지석 씨와는 두 작품을 함께했는데, 다시 만났을 때 어땠나요. 

2015년 방영된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제 첫 드라마였는데 그때도 지석 선배가 상대역으로 출연을 하셨어요.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감독님이 “그게 아니다” 지적을 하셔도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선배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카메라 위치며 동선, 시선 처리 하나하나까지 “여기 서면 돼” “지금은 나 보면서 하면 돼”라면서 세심하게 가르쳐주셨죠. 이번 작품도 선배님 덕분에 한결 마음이 놓였던 거 같아요. 



‘동백꽃 필 무렵’이 국민 드라마로 사랑받았잖아요. 그래서인지 촬영장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고 들었어요.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더라고요. 고두심 선배님도, 공효진 선배님도 “이런 작품 자주 만나기 힘들 거다” 하셨거든요. 연기를 오래 해오신 분들조차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였으니 저는 영광일 따름이죠. 지금도 ‘동백꽃’ 식구들이랑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단톡방에서 이야기도 자주 하고. 요즘은 다들 영화 ‘기생충’에 출연하신 이정은 선배님께 축하 인사를 건네는 중이에요. 오스카상 수상을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있어요. 

다음 주엔 다 같이 강하늘 선배님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 가요. 감사하게도 표를 보내주셨더라고요. 


블라우스 앤아더스토리즈.

블라우스 앤아더스토리즈.

공효진 씨가 모델 출신 연기자라 의지가 됐을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게도 저한테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어주시고 이것저것 챙겨주셨어요. 사실 다른 연기자분들은 포항까지 내려가 며칠씩 동고동락하면서 촬영을 했지만 저는 스튜디오 신이 대부분이라 같이 어울릴 만한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랬는데도 출연진들과 MT를 갔을 때 저한테 다른 배우들과 방을 같이 쓰자고 먼저 제안도 해주셨고, “혼자 떨어져서 촬영하느라 외롭지 않았냐”며 다독여주시더라고요. “네가 그렇게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줬기 때문에 우리 작품이 잘된 거”라며 격려도 해주셨고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저를 정말 섬세하게 지켜봐주고 계셨어요.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요. 

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공효진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아, 공효진이라는 배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선배님들이 카메라 밖에서 해주셨던 것들, 정말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저도 꼭 그런 좋은 사람, 좋은 선배가 되어야겠다 다짐도 했고요. 


카디건 자라. 스커트 에몽. 스니커즈 멀버리.

카디건 자라. 스커트 에몽. 스니커즈 멀버리.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하네요. 

오디션을 세 번이나 봤어요. 나중엔 자다가도 대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달달 외울 지경이었죠. 두 번째, 세 번째 오디션을 볼 땐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고요. 49kg 강박증이 있는 여자를 표현해야 하니까 몸무게도 6~7kg 정도 감량했어요.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에는 아무래도 조금 마른 게 옷을 소화해내기 좋으니까 늘 다이어트를 하며 지냈는데, 드라마를 시작하면서부턴 키도 큰데 너무 마르면 모델 이미지가 부각될까 봐 일부러 살을 좀 찌운 상태였거든요. 그러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다시 살을 뺐죠. 

제시카의 직업도 모델이었죠. 캐릭터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다이어트할 때가 제일 그랬어요. 남동생이 제 앞에서 밥 먹으면 “더 맛있게 먹어주면 안 돼?”라고 부탁했을 정도니까요. 남들 먹는 거 보면서 위안을 삼았던 거죠. 극 중에선 제시카가 SNS 중독에 ‘관종’으로 나오는데, 모델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들이 많이 봐줘야 잘되는 거라서 제시카처럼 남들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드라마에선 그런 감정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난 거고요. 

‘동백꽃 필 무렵’으로 대중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는데,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많이들 알아봐주시는 거 같아 신기해요. 드라마가 정말 잘되긴 했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 삶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에요. 평소엔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털털하게 청바지에 티셔츠, 모자 하나 쓰고 다니는 편이거든요. 이건 확실히 제시카랑 다른 면이네요. 


블라우스, 니트 베스트 모두 잉크. 팬츠 로맨시크.

블라우스, 니트 베스트 모두 잉크. 팬츠 로맨시크.

민낯인데도 피부가 정말 좋아 보여요. 특별한 관리법이 있나요. 

제일 중요한 건 클렌징인 거 같아요. 아무래도 촬영용 메이크업은 평소 메이크업보다 더 두꺼우니까 반드시 3중 클렌징을 해요. 눈가랑 입술은 전용 리무버로 닦아내고 클렌징 오일로 다시 한 번 문질러서 지워요. 미온수로 헹궈낸 후엔 클렌징 폼으로 마무리하고요. 그렇게 해도 클렌징 워터로 닦아내보면 계속 뭔가 묻어 나올 때가 있어요. 클렌징을 잘한 다음엔 보습을 충분히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꾸덕꾸덕한 질감의 보습 제품을 듬뿍 바릅니다. 

추천할만 한 보습 제품이 있나요. 

예전에 짧게 닥터자르트 모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용해본 세라마이드 성분의 제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 제 돈을 주고 구입해 꾸준히 쓰고 있어요. 이번에 ‘동백꽃 필 무렵’ 촬영할 땐 계약이 끝났는데도 브랜드에서 선물로 여러 개 보내주셔서 촬영 내내 잘 사용했고요. 

다이어트 비결 좀 알려주세요. 

식단을 잘 짜는 편이에요. 과식은 피하되 무조건 굶는 다이어트는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가급적 외식도 하지 않고요. 닭가슴살, 현미밥, 고구마, 삶은 달걀 흰자 같은 것들을 그냥 먹기보다 맛있게 요리를 하면 질리지 않고 꾸준히 다이어트를 할 수 있거든요. 가령 닭가슴살은 잘게 으깨서 당근이랑 다진 양파와 함께 버무려 구워 먹어요. 스테이크처럼요. 달걀을 먹을 땐 현미랑 콩을 1:1로 섞은 밥으로 오므라이스를 했고요. 지겨울 땐 플레인 요구르트에 콘플레이크를 섞어 먹기도 하고, 저지방 우유도 마셔요. 물론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숙면은 기본입니다. 


블라우스, 뮬 모두 자라. 팬츠 앤아더스토리즈. 이어링 앙스모멍.

블라우스, 뮬 모두 자라. 팬츠 앤아더스토리즈. 이어링 앙스모멍.

요리 솜씨가 꽤 좋을 것 같은데 따로 배운 적이 있나요.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엄마가 요리를 잘하셔서 어깨너머로 익힌 정도예요. 친구들 불러다 맛있는 거 해먹는 것도 좋아하고요. 요즘엔 유튜브를 보면서 많이 따라 해보곤 해요. 

요리 말고 또 잘하는 게 있을까요. 따로 연기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거나. 

잘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무술감독님께 액션 연기를 배웠어요. 와이어 액션을 배울 땐 다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열심히 했고요. 수영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같은 레저 활동을 좋아하는 편인데 덕분에 올여름쯤 개봉 예정인 ‘디바’라는 영화에 신민아 씨와 함께 다이빙 선수로 출연해요. 그 외엔 피아노도 배우고, 영어와 일본어 같은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차기작이 정해진 상태는 아니고, 오디션을 많이 보고 있어요. 로드 트립을 좋아해서 ‘배틀 트립’이나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기회가 없었네요. 현지인이 사는 공간으로 녹아들어가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여행이야말로 그 나라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듯해요.

사진 신유나 디자인 김영화
제품협찬 로맨시크 멀버리 앙스모멍 앤아더스토리즈 에몽 잉크 자라 티백 헤어 임안나 메이크업 유혜수 스타일리스트 장지연



여성동아 2020년 3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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