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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V배우들의 한국 역습, 어린이도 볼 수 있는 유튜브에서 ‘섹스 테크닉’ 가르친다고?

글 이현준 기자

2020. 08. 13

시미켄tv의 섬네일과 제목. [유튜브 캡쳐]

시미켄tv의 섬네일과 제목. [유튜브 캡쳐]

‘외모만으로 야한 여자를 구별하는 방법’, ‘두번째 ㅅㅅ(성관계를 뜻하는 은어)를 부르는 삽입 기술’, ‘섹스의 핵심은 타액’. 

보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법한 문구. ‘성인사이트 게시물 제목인가’ 싶지만 이는 일본 AV(성인물)배우(시미켄, 메구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시미켄tv, 메구리튜브)의 영상 제목들이다. 메구리튜브의 영상 중 최고 조회수(596만회, 8월 7일 기준)를 기록한 영상의 내용은 ‘섹스 테크닉’과 관련된 것이다. 영상에선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은 메구리가 등장해 손과 혀, 표정 등으로써 노골적인 성 묘사를 행하고 있었다. 응당 연령제한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해당 영상은 전 연령이 시청 가능한 상태였다.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성의식 심을 우려 있어

츠보미tv의 섬네일과 제목. [유튜브 캡쳐]

츠보미tv의 섬네일과 제목. [유튜브 캡쳐]

우리나라 유튜브로 진출한 일본 AV배우들은 빠르게 구독자수를 늘려왔다. 20년 넘게 AV배우로 활동하며 약 1만 개에 가까운 성인물을 촬영, 업계의 ‘황제’라 불리는 시미켄은 지난해 2월 우리나라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8월 7일 기준 구독자는 62만 명에 달하고 영상 65개의 조회수 총합은 5천9백만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밖에도 오구라 유나, 메구리, 츠보미, 다카스기 마리, 카토 타카 등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일본 유명 AV배우들의 유튜브 채널 또한 적게는 2만~3만에서 많게는 30만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영상들 역시 인기가 높아 대개 수십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주로 AV배우로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일본 AV업계 현황 등을 담은 콘텐츠를 내세우며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려가는데, 구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성교육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라에서 신의 은총이자 동시에 축복이다”, “아인슈타인에게 상대성이론을 배우는 것과 다를 바 없을 만큼의 명강의다” 등의 댓글이 수백 개의 추천을 받을 정도. 성에 대한 새로운 지식 및 일본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하다는 것이 긍정적인 평가의 근거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의 영상 중엔 전 연령대가 시청 가능한 영상임에도 노골적인 성 묘사, 과도한 노출 등이 버젓이 나오고 있는 것이 많다. 그래도 영상은 일부나마 연령제한이 걸려있지만, 섬네일과 제목은 제한이 없어 자극적인 내용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인은 무심코 지나칠 내용일지라도, 어린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에 음란물에 중독될 우려가 있다. 또한 호기심이 많아 영상에 나오는 성적인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며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이러한 콘텐츠를 못 보게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계정 폐쇄, 벌금 부과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경자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또한 “어린이들은 아직 옳고 그름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돼있지 않기에 왜곡된 성 관념이 생겨날 수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 측은 공식입장 외엔 의견 없어

메구리튜브의 영상. 전체연령이 볼수 있는 영상이지만 노골적인 성 묘사가 있다. [유튜브 캡쳐]

메구리튜브의 영상. 전체연령이 볼수 있는 영상이지만 노골적인 성 묘사가 있다. [유튜브 캡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현재로선 기술적 문제로 인해 직접적인 규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영상에 대해서는 사후심의 후 접속차단조치를 요구하는 ‘시정요구’를 통해 접속차단 조치를 한다. 다만 유튜브의 경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보니 기술적 미흡함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과 협의를 해가며 그들의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튜브 측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유튜브 사이트 내 허용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판단된 콘텐츠는 삭제된다. 반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용자의 계정은 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한국의 정부 기관과 협력하여 성인 콘텐츠 시청 전에 성인 인증을 요구함과 동시에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콘텐츠를 걸러 내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영상을 신고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에 ‘여성동아’가 “제목과 섬네일에도 유해 소지가 있는 내용이 있으며 연령제한이 걸리지 않은 영상에도 노골적인 성묘사가 있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묻자 유튜브 측은 “공식입장 외엔 추가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로선 유튜브의 자율규제 외엔 뚜렷한 제제수단이 없는 상황. 박경자 교수는 “뚜렷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아이들이 던져진 상태”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렇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 박 교수는 무조건 막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좋은 방법도 아니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무조건 쉬쉬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를 단절시킬 수 있다. 또한 부모를 피해 혼자, 혹은 또래들과 함께 시청하면 문제만 더 커진다. 이는 부모의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교수도 “부모가 이를 다 막을 순 없다”며 “일본 AV배우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콘텐츠를 자극적으로 만들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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