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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성추행…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 박원순 고소인 측 기자회견

글 최진렬 기자

입력 2020.07.13 18:53:26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7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7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비서실 직원 측이 7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40여 분 동안 지난 4년 간 있었던 일을 되짚었다. 고소인 A씨는 편지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소인 측은 故 박원순 시장이 4년 동안 A씨에게 신체접촉과 음란한 사진 전송 등의 성추행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한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고도 했다. 50만 명의 시민이 국민청원을 통해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했음에도 서울시에서 이를 강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50만 명 청원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 내가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실감"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7월 13일 서울시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고소인 A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그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고소인을 대신해 참석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A씨의 편지를 대독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김 변호사는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의 기간, 그리고 피해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 범행 장소는 시장 직무실과 직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며 “멍든 무릎에 ‘호 해주겠다’며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고 집무실 안에 있는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인 접촉을 했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밝혔다. 

고소인 측은 A씨가 성추행 피해와 관련해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서울시에서 이를 어물쩍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수사기관의 사건 처리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고,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피해자는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당하는 등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찰에 대응 촉구

고소인 측은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 기관의 후속 대처를 요구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경찰에서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이다.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소인 측은 고소인을 대상으로 하는 2차 가해에 대해 7월 13일 고소장을 접수한 사실을 발표했다. 인터넷에 A씨의 고소장이라며 유포되고 있는 문서가 2차 가해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고소장이라고 떠돌아다니는 문건은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며 “해당 문건 안에는 사실상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문구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서울지방경찰청에 해당 문건을 유포한 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수사해서 처벌해달라는 내용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미경 소장은 “이번 사건은 성폭력 행위자가 죽음을 선택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다”며 “만약 (박 시장이)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떠한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만을 남겨 피해자는 이미 사과 받은 것이며 책임은 종결된 것 아니냐는 일방적인 해석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력으로 가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 청사에서는 박 시장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A씨가 고소장을 접수한 이튿날인 7월 9일 박 시장에 대한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됐고, 10일 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야산에서 박 시장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 뉴스1



여성동아 2020년 7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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