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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foodie

음식에 미치다, 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

글 이미주

입력 2021.09.08 10:30:01

밍글스, 톡톡, 오네뜨 장 등의 파인 다이닝부터 식부관, 마마리마켓, 효도치킨 등의 빵집, 반찬 가게, 치킨집까지 성공적인 브랜딩엔 항상 김혜준 컴퍼니가 등장한다. 맛있는 거 사 먹기 위해 돈을 번다는, 워라밸 대신 일과 생활을 적절히 섞는 워라블(Work-Life Blend)을 선택한 전무후무 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 대표를 소개한다. 
김혜준 컴퍼니의 김혜준 대표는 푸드 콘텐츠 디렉팅과 레스토랑 브랜딩이라는 두 가닥의 업무를 거뜬히 소화하는, 최근 푸드 비즈니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푸디 중 한 명이다.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 김대천 셰프의 톡톡, 신창호 셰프의 주옥, 그리고 토미 리 셰프와 박재형 셰프의 오네뜨 장 등 국내 내로라하는 다이닝 레스토랑의 브랜딩을 담당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지만 메뉴 개발부터 공간 디렉팅, 식기 셀렉트, 패키지 디자인, 이벤트 기획 등 레스토랑 관련 A to Z가 그녀의 손길을 거쳐 제 색깔을 찾고 이야기가 입혀진다. 김혜준 대표가 김혜준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처음 진행한 레스토랑 브랜딩 작업은 바로 밍글스였다. “요리하는 지인을 통해 해외 다양한 미쉐린 레스토랑을 경험한 후 귀국한 강민구 셰프를 소개받아 인연을 맺었고 음식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조언하는 사이가 됐어요.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밍글스가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면서 민구 셰프가 콘텐츠 디렉팅을 부탁했어요.” 밍글스의 브랜딩 결과를 바탕으로 톡톡, 주옥과 자연스럽게 연결됐고 마마리마켓, 효도치킨 등 다이닝 외의 다양한 브랜드를 컨설팅할 기회도 주어졌다. “한번 인연을 맺은 브랜드는 처음 기획한 브랜딩의 의도와 컬러를 잃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편이에요. 시즌마다 새로운 메뉴를 먹어보고 피드백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요.” 음식과 브랜드를 대하는 그녀의 진심과 애정은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닿았고 그렇게 물 흐르듯 셰프가 또 다른 셰프를 소개하고, 브랜딩에 성공한 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업장을 오픈하며 지금의 김혜준 컴퍼니로 성장할 수 있었다.

특이점은 김혜준 대표가 김혜준 컴퍼니의 대표이면서 유일한 직원이라는 것. 2015년 창업 후부터 그녀는 때때로 비서이고, 부장이고, 사원이면서 그야말로 일당백 역할을 해내고 있다.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 대기업에서 적잖은 러브 콜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껏 1인 기업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김혜준 대표는 “성격이 모나서”라고 답했다. “나만의 규정 속도를 지키며 일할 수 있는 방법은 1인 기업이라는 결론을 냈거든요. 물론 매 프로젝트마다 타인의 능력과 에너지도 반드시 필요한데요. 정규 직원을 들이는 대신 각 프로젝트에 맞는 팀을 그때 그때 꾸리고 있어요. 이 방법이 비용은 더 들지만 파트너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책임감과 결과물의 퀼리티를 보장 받을 수 있으니까요.” 김혜준 컴퍼니의 강점을 묻자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일탈, 이 2가지를 꼽았다. “워낙 안정적인 상태를 좋아해서 이를 깨버리는 시도를 반복하고 있어요. 매 순간 제 자신을 달래며 일하는 중입니다.” 안정추구형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지만 그녀는 누가 봐도 모험추구형에 가깝다. 자신이 곧 회사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하는 입장인 김혜준 대표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일을 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지는 순간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공부나 여행, 출장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모든 경험을 잘 다듬고 풀어내는 사람이자 회사가 되는 것, 어렵고 현실과 동떨어진 감각이 아닌 편안하되 시선이 재미있는 디테일을 가진 공간을 만드는 것, 콘텐츠를 더욱 돋보이게 브랜딩하는 것이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서 저의 소명이자 김혜준 컴퍼니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국민육수는 유통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혜준 대표가 직접 포장한 후 택배로 발송한다.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국민육수는 유통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혜준 대표가 직접 포장한 후 택배로 발송한다.

빵요정의 요리 인생

김혜준 대표는 온라인에선 필명 ‘빵요정’으로 더 유명하다. 도서 ‘작은 빵집이 맛있다’를 저술했고 로이문화예술실용전문학교(옛 인천문예전문학교) 디저트제과제빵과 전임교수로 근무했으며 월간지와 주간지에서 빵과 디저트 관련 칼럼을 연재할 정도로 자칭 타칭 빵 전문가다. 빵과 과자에 대한 흡수력과 호기심이 타고난 것이라면 르 꼬르동 블루 숙명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제과를 배우며 빵을 향한 애정이 커지고 깊어졌다. “프랑스 제과를 전공하면서 다른 분야인 제빵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됐고 기술인(제빵사)의 철학에 반한 케이스예요. 맛도 맛이지만 손이 만들어내는 결과물 그 자체가 무척이나 신기했고요.” 제과 공부를 마친 후 바로 입사한 나폴레옹과자점에서 푸드 디렉터의 면모를 조금씩 갖춰갔다. “당시 사장님이 신사업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해외에서 유행하는 레시피를 정리해 공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고, 자체적으로 마케팅 팀을 꾸려 블로그와 트위터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일찍이 그녀의 남다른 ‘떡잎’을 알아본 사장은 브런치 메뉴 개발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나중에는 함께 부동산중개업소를 다니며 신규 업장 부지를 알아보기도 했다.

국민육수 팩과 마마리마켓 라구 소스를 사용해 뚝딱 차린
 김혜준 대표의 당뇨 밥상. 무김치, 맑은 순두부 표고버섯 명란탕, 제철 뿌리채소 덮밥, 콩잎 물김치(왼쪽 시계방향).

국민육수 팩과 마마리마켓 라구 소스를 사용해 뚝딱 차린 김혜준 대표의 당뇨 밥상. 무김치, 맑은 순두부 표고버섯 명란탕, 제철 뿌리채소 덮밥, 콩잎 물김치(왼쪽 시계방향).

그렇다고 김혜준 대표의 음식 사랑이 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성인이 된 이후 다이닝에 눈을 뜬 그녀는 돈이 생기면 레스토랑에서 이를 즐겼고 블로그나 SNS에 열심히 리뷰를 기록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제 소비의 영순위는 먹는 거예요. 식재료이든 레스토랑이든 다양하게 많이 경험해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때 셰프 등 업계 관계자들과 ‘트친’ ‘페친’ ‘인친’을 맺으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인맥을 형성했다. 그리고 샘표의 장 프로젝트 매니저로 합류하며 이들과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졌고 덤으로 장과 한식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당시 해외 유명 셰프들과 교류하고 함께 전국을 누비며 우리 식문화와 장문화를 알려주는 가교 역할을 했어요. 덕분에 저도 한식의 모태를 배우는 감사한 시간이었고 이후 밍글스와 주옥의 레스토랑 브랜딩을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음식에 대한 그녀의 진정성은 최근 마켓컬리에서 육수 팩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실제로 사용 중인 이 육수 팩은 한 셰프의 고민이 시발점이 됐다. “맑은 멸치 육수를 만들기 위해 6명의 직원이 매일 두 시간씩 멸치 내장을 분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결단을 내렸지요. 지인 찬스로 좋은 중소기업을 소개받아 셰프가 직접 작성한 레시피로 제품을 만들게 됐고요.” 원래 도매로만 판매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소매를 하게 됐고 제품명에 걸맞게 마켓컬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혜준 대표가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배움이다. 뭔가를 배울 때 안정감을 느낀다는 그녀는 새로운 지식을 얻고 기술을 익히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지식이 얕아서 그렇지(웃음)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긴 했어요. 스무 살 때 한식 조리 자격증 학원을 다녔고, 학부 때 다도도 배우고 밍글스 브랜딩하면서 꽃꽂이를 배워 직접 레스토랑을 꽃으로 장식하기도 했고요. 코로나19로 인해 출장이 없어지면서 1~2년간 노영희 선생님께 한식을, 미타니 마사키 선생님께 일식을, 신계숙 선생님께 중식을 배웠어요.” 그리고 요즘은 친한 도자기 작가들이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바지런하게 챙기는 중이다.



역삼동 함바집의 당뇨 밥상

지난봄 김혜준 대표가 제철 매실로 담근 매실주와 우메보시(왼쪽). 김혜준 대표의 작업실 전경. 책상 바로 옆에는 냉장고가 위치한다. 옵션으로 제공된 오피스텔 냉장고 용량이 너무 작아 이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하자마자 새로 구입했다.

지난봄 김혜준 대표가 제철 매실로 담근 매실주와 우메보시(왼쪽). 김혜준 대표의 작업실 전경. 책상 바로 옆에는 냉장고가 위치한다. 옵션으로 제공된 오피스텔 냉장고 용량이 너무 작아 이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하자마자 새로 구입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김혜준 컴퍼니 사무실은 일명 역삼동 함바집으로 불린다. 긴 직사작형의 원룸 구조로 사무실 가운데 키친과 응접실이 있고, 육수 포장 박스가 쌓인 작업실과 우메보시와 담금주가 놓인 서재 겸 음악감상실이 양옆에 자리한다. 인스타그램에 #역삼동함바집을 검색하면 솥밥, 김치, 파스타, 샐러드 등이 등장하는데 솜씨 좋은 주인장 마음대로 그날그날 메뉴가 달라지는 아주 모던한 함바집 이미지가 떠오른다. 사무실을 고를 때 키친의 크기와 채광만은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이었기에 정말 많은 매물을 본 뒤 올해 4월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역삼동 함바집의 메뉴는 신선한 제철 채소가 메인이다. 여기에 육단백질 또는 생선(해산물) 단백질을 함께 구성하는데 음식마다 정갈하고 정제된 ‘건강식’의 냄새가 난다. 알고 보니 김혜준 대표는 작년 봄에 당뇨 진단을 받고 저염과 저탄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있었다. “당뇨 진단 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일종의 직업병인데, 제가 사랑하는 이 일을 지속하려면 건강부터 되찾아야겠다 싶었어요.” 이후 사무실이나 집에서 식사를 하는 빈도를 늘리고 식단을 철저하게 지키려 노력한다. 대신 일 때문에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냉정하게 식단은 잊고 본분에 충실한다.

김혜준 대표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릇들. 몇몇은 실제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사용 중이다. 남미혜 작가의 나전월광문반과 코스터, 유남권 작가의 RYU Project 버블 컵&시호 시리즈 옻합&지태칠기, 이악(Iaac) 전현지 작가의 오벌 플레이트, 이혜미 작가의 펄 라인 플레이트(왼쪽 위 시계 방향).

김혜준 대표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릇들. 몇몇은 실제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사용 중이다. 남미혜 작가의 나전월광문반과 코스터, 유남권 작가의 RYU Project 버블 컵&시호 시리즈 옻합&지태칠기, 이악(Iaac) 전현지 작가의 오벌 플레이트, 이혜미 작가의 펄 라인 플레이트(왼쪽 위 시계 방향).

역삼동 함바집에는 음식 외에도 새벽 꽃 시장에서 사 온 꽃과 작가들의 그릇, 음식과 식문화에 대한 신간, 조카의 손 편지, 그리고 BTS의 앨범과 굿즈 등 김혜준 대표가 사랑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매번 새로운 브랜딩을 위해 긴장의 끈을 조여 매면서도 시시때때로 그녀를 무장해제시키는 것들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두세 번씩 다녔던 출장이 영감의 원천이었어요. 어떤 나라와 도시를 가든 조식을 먹고 공원을 산책하고 빵집에 들러 빵을 사요. 하루에 한 곳 정도는 다이닝을 경험하고 늦게까지 서점에서 음식 관련 책과 잡지를 쓸어 담아요. 슈퍼마켓과 백화점 식품관,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샘플들 때문에 돌아올 때 짐은 늘 32kg 가득했고요. 그때가 참 그리워요.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일상이 반복되겠지만 루틴에서 벗어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본캐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이나 빵요정, 함바집 사장님 등 부캐 부자인 김혜준 대표에게 요리는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다. 식(食)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영감의 원천이면서 커리어의 자양분이고, 음식을 매개체로 하는 일은 놀이이며 휴식이고 취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혜준 대표는 애써 삶과 일을 분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역삼동 함바집은 오늘도 구수한 밥 냄새로 가득하다.

사진 홍태식 



여성동아 2021년 9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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