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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필환경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EDITOR 한정은

2020. 01. 14

환경 보호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다. 지구 지키기를 먼저 실천한 두 가족의 사례를 들어보았다.

편리함을 버리고 자연을 택한 페달 & 하얼 가족

‘전기와 석유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답을 할 것인가. 문명의 이기는 우리에게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이로 인해 자연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다. ‘지구의 날’이 제정된 계기는 1970년에 평범한 사람들이 시작한 환경 운동으로부터 비롯됐다. 이 사례만 봐도 환경오염은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한 이슈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환경 보호 운동을 펼쳤음에도 우리는 결국 미세먼지 재난 문자를 수시로 받는 2020년을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폭주하는 열차에 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멈춰 설 때다. 우리보다 먼저 폭주하는 열차에서 내리는 삶을 선택한 가족을 만났다. 바느질하고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는 페달과 한때 나무꾼이었던 하얼, 그리고 부부의 두 아이들이다. 6년을 전기와 석유가 없는 동백숲에서 살았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엮은 책 ‘안녕, 동백숲 작은 집’(열매하나)을 펴내기도 했다. 문명의 혜택 대신 자연의 소중함을 택한 그들의 이야기를 아내 페달을 통해 들었다.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1년까지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맹렬히 달리는 기차에 타고 있었어요. 너무 빠르게 달려서 속도감조차 느낄 수 없는 기차였죠. 처음에는 기차를 세워보려고 노력해봤어요. 하지만 여전히 멈출 줄 몰랐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고, 우리는 조용히 기차에서 내리기로 했어요. 

왜 동백숲이어야만 했나요. 

처음에는 전남 담양으로 귀촌을 했어요. 하지만 몸만 시골에 있지 삶의 방식과 생각은 여전히 도시에 있다고 여겨졌죠. 이후 장흥 숲속으로 여행을 갔는데, 나무로 불을 지펴 밥을 짓고 흐르는 냇가에서 설거지와 빨래를 하는 것이 고되기보다 낭만적으로 느껴졌어요. 이 경험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 불필요한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나무와 물, 자연의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래서 망설임 없이 숲으로 들어갔어요. 

동백숲에서의 생활을 실천하려면 의견 충돌이 많았을 것 같아요. 

숲에서 자연의 힘으로만 사는 삶이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이 우리 삶을 지탱해줬어요. 하지만 30년 가까이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숲’이라는 공간에서 모든 걸 스스로 헤쳐나가기는 어려웠죠. 그럴 때마다 촛불을 켜고 날이 샐 때까지 대화를 나누면서 조율했어요. 

편리함을 등지기 위해서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했을 텐데요. 

지구가 곧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석유로 된 그 무엇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절박했어요. 하지만 행복했어요. 단지 지켜야 할 의미만 있었다면 쉽게 포기했을 텐데, 숲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재미도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숲에서의 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게 되는 것이요.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편리하게 사는데, 나는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억울하고 눈물이 났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데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괴롭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죠. 숲에서의 생활은 야생의 날것이기에 날씨 변화에 아주 민감해지더라고요. 장마가 계속되거나 가뭄이 들어 물이 끊기면 의욕이 떨어져 도시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한없는 자유와 해방감이요.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입고 싶을 때 입는…. 어떤 행동을 해도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행복했어요. 아침에 차 소리가 아닌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일어나고, 밤에는 인공조명 하나 없이 달빛이 창으로 들어오면 그것이 참으로 좋았어요. 


동백숲에서의 생활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제 저희는 동백숲을 나왔지만 마음은 늘 같아요. 

동백숲에서 나와 읍내로 거주지를 옮긴 이유가 있나요. 

오솔길이 사라지고 숲에 집이 들어서고 있어요. 그건 그분들의 선택이니 존중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게 쉽지 않았어요. 또 가뭄이 계속돼 물이 끊겨 아이들과 텐트를 짊어지고 바닷가와 계곡에서 살기도 했는데 몸도 지치고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숲 안식년을 주기로 하고 읍내로 나왔어요. 

생활 속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들이 많아요. 

아주 작은 실천이 사소해 보여도 그것이 모이면 굉장히 큰 역할을 해요. 귀찮더라도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일회용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 등 이런 작은 습관이 지구를 덜 괴롭히죠. 거칠게 말하자면 과학자들은 이제 지구의 수명이 30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해요.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 지구가 끝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찔하지 않나요?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를 알려주는 노하우가 있나요. 

지구 사진을 많이 보여줘요. 이곳이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고, 지금 많이 아프다고요. 휴지를 마구 쓰면 나무 사진을 보여주며 ‘이 휴지는 원래 나무였단다’ 이야기하고 북극 사진이나 영상도 보여줘요. 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해 곧잘 알아들어요. 그래서 오히려 아이들이 “엄마, 불 꺼야지!” 하고 가르칠 때도 있어요. 

‘여성동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환경을 지키는 것이 어렵고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내리쬐는 따뜻한 햇볕, 맑은 공기와 물, 아낌없이 내어주는 흙은 모두 우리를 위해 호혜를 베풀어왔어요. 이제 우리가 보답할 차례예요. 어머니 같은 지구를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세요.

환경을 지키는 아날로그적인 살림을 권하는 이세미 가족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알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면 이세미 가족의 사례를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그들은 우연히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이후 일회용 플라스틱을 집에 들이지 않기 위해 장바구니와 물건 담을 통을 들고 시장에 나가 장을 보고, 생활 속 플라스틱을 다른 소재 제품으로 바꿔나가는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생활을 통째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면 결국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세미 씨는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낸 그들의 살림법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아날로그 살림’(센세이션)이 바로 그것. 그는 우리 모두가 지금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환경 보호는 ‘살림’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 세대의 아날로그 살림이야말로 환경을 지키는 방법이며, 과도한 편리함이 빼앗은 살림의 재미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아날로그 살림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책을 쓴 계기가 궁금해요. 

환경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어요. 제가 주부이다 보니 살림에서 그 해답을 찾았죠. 환경이란 결국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야 하기에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시도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책으로 엮었어요. 

아날로그 살림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말한 아날로그의 의미는 조금 세련되지 못하고, 조금 덜 정확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 가치가 길게 이어지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면 저희 집에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작은 괘종시계가 있는데, 매일 태엽을 한 바퀴씩 돌려줘야 해요. 번거롭지만 아직 잘 돌아가죠. 

책에서는 어머니 세대의 살림을 아날로그 살림으로 언급했어요. 

그 시대엔 당연했던 절제와 절약이 지금은 좀 궁상맞고 세련되지 못한 것으로 여겨져요. 하지만 그것이 곧 환경을 지키는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그 시절에는 뜨개질로 옷을 만들어 입었잖아요. 옷이 작아지면 실을 풀어 뜨거운 물을 담은 주전자에 뚜껑부터 주둥이까지 한 번 관통시켜 말리면 꼬불꼬불하던 실이 다시 새 실 같아져요. 이것으로 또 다른 옷을 만들어 입곤 했죠. 어떤 것이든 물건을 소유하는 것도, 버리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신중했던 것 같아요. 모든 발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누릴 수 있는 것은 감사하게 누리되, 자연과 사람을 위해 과도한 편리함을 거절하는 것이 아날로그 살림이에요. 

다큐멘터리 한 편을 통해 생활 방식을 바꾸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는데, 아시아 쪽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하와이 인근 태평양에 모이는 것을 보여줬어요. 그 크기만 해도 한반도의 6배나 된다는데 그건 드러난 표면적일 뿐이고,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끔찍하다고 해요.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이들을 자연에서 뛰놀게 해주고 싶어 찾던 공원이나 숲이 진짜 자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곳은 사람들에 의해 잘 가꿔진 곳이고, 우리가 속한 거대한 진짜 자연은 상상 이상으로 훼손되고 있구나 싶었죠. 

가장 먼저 바꾼 것은 무엇인가요. 

처음엔 정말 단순했어요. 플라스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일회용 플라스틱을 집에 들이지 말자고 생각했죠. 마트에서 장을 보면 플라스틱 케이스, 비닐, 스티로폼 등 포장이 안 돼 있는 것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장바구니와 물건 담을 통을 들고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플라스틱에만 온 생각이 집중되니 모든 플라스틱이 쓰레기 같아 보였어요. 집 안을 둘러봐도 반찬통, 세제통, 칫솔 등 크고 작은 플라스틱 물건이 너무 많았죠. 한 번에 다 바꿔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그러면 결국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 쓰고 낡아서 교체해야 하는 시점에 조금씩 바꿔나갔어요. 

그러고 나서 무엇을 했나요. 

쓰레기 양을 줄여보려고 버리는 날짜를 체크했어요. 버리는 날짜를 하루씩 늦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니 모든 문제가 연결돼 있더라고요. 한 번에 통째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하나씩 실천 과제를 정하고, 개선 방법을 연습하는 위클리 미션을 만들어 가족 모두가 지키고 있어요. 


아날로그 방식으로 살림을 바꾼 뒤 생긴 변화가 궁금해요. 

소비하기 전에 그 물건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습관이 생겼고, 덕분에 충동적인 소비가 줄었어요. 

아날로그 살림의 불편한 점은요. 

처음에는 불편한 일이 많았지만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생활이 되어 익숙해지더라고요.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불편하다 싶은 건 결국 다른 대안을 찾게 되고요. 

그렇다면 가장 좋은 점은요. 

배달음식과 반조리식품을 끊어서 조금 더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과, 쓰레기 정리하는 수고가 줄었다는 점이요. 가장 큰 장점은 살림이 참 가치 있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요즘 환경 문제와 관련해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제 생각엔 살림의 변화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기본 바탕인 것 같거든요. 그저 맡겨진 의무라고 여겼던 살림의 가치를 발견하고 능동적으로 개선점을 찾다 보니 ‘내가 중요한 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살림이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아날로그살림안내소’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 중이네요. 

혼자 여러 대안을 찾으려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환경에 대한 이슈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페의 대표적인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얼마 전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가족들이 함께 위클리 미션을 지키고 결과를 공유하는 얼스카웃을 시작했어요. ‘동네 쓰레기 줍기’부터 ‘집에 있는 재료로 장난감 만들기’ ‘안 쓰는 콘센트 뽑기’ 등 소소한 실천을 해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변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요. 동네 청소 미션을 끝낸 아이가 커서 대통령이 되면 길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에게 벌금 1억을 물리겠다고 해서 웃은 적도 있어요. 아마 벌금 1억 물리는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절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어른으로 자라진 않겠죠. 

‘여성동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시작할 때 목표를 과도하게 세우면 금방 지겹고 힘들어져요. 천천히 익숙해질 때까지 하나씩 바꿔가면 좋겠습니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센세이션 열매하나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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