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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column

일본 화장품은 왜 위기를 맞았나

#BOYCOTT J-BEAUT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20.01.26 10:00:01

일본 화장품은 왜 위기를 맞았나
최근 불매운동의 여파로 자동차부터 의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맥주까지 일본 제품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화장품도 예외가 아니다. ‘J뷰티’라 불리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과 관련해서 일본산 화장품들이 역풍을 맞았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매출 부진이다. 여기에 일본 여행객이 현저히 줄면서 일본에 가면 꼭 사 오는 소위 #쇼핑필수템의 인기도 시들하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1억9천6백27만 달러(약 2천2백7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3%p 감소했다고 한다. 

불매운동 초기 일본 내에서는 이런 냉각된 분위기가 금방 지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지만 그들의 기대와 달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불매운동이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지 아니면 분위기를 일신할 새로운 카드를 내놓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일본 대표 코즈메틱 브랜드인 SK-II, ‘파란 자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자외선차단제로 유명한 시세이도, 시세이도 계열의 럭셔리 브랜드 끌레드뽀 보떼, 그리고 코세 계열의 럭셔리 브랜드 코스메 데코르테도 이전 시즌보다 매출이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메이크업 브랜드 나스와 어딕션도 지난해 매출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H&B(헬스 앤 뷰티)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매출 부진도 백화점 브랜드 못지않다. 한국에서 로컬 모델까지 기용할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던 로토제약 계열의 하다라보와 아크네스, 그리고 남성용 화장품인 우르오스, 선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아넷사, 메이크업 브랜드인 마키아쥬, 세안 전용 브랜드인 센카 퍼펙트 휩과 1회용 효소 파우더로 유명한 수이사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자회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내보내 큰 물의를 빚었던 DHC는 매출 급감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거의 퇴출되는 모양새다.


방사능 검사, 엎친 데 덮친 격

모테 마스카라는 최근 방사능 물질 검출로 판매가 중단됐다.

모테 마스카라는 최근 방사능 물질 검출로 판매가 중단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일본 화장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면서 일본산 화장품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에서 J뷰티의 입지가 크게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반경 250㎞ 내 항구에서 선적된 화장품에 대해서 표면 방사선량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검사는 물체의 표면으로부터 약 10㎝ 거리에서 방사선률을 측정해 제품의 유해성 등을 판단하는데, 배경 준위(자연 상태에서 방출되는 기본 값)의 3배 이상 검출된 제품은 통관이 보류된다. 방사능 화장품이 소비자들에게 닿지 않도록 통관 단계부터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에서 매진 대란이 이어졌던 마스카라로 유명한 후로후시의 ‘모테 마스카라’를 비롯한 10개 품목에서 사용 금지 원료인 방사성 물질 토륨(Th)과 우라늄(U)이 검출되는 사태가 발생, 판매가 중단되고 전량 회수 조치 명령이 발효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때 일본 뷰티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고전하긴 했지만 지난 몇 년간은 일본 여행 후기 등의 입소문을 타고 일본 코즈메틱 제품의 인기가 다시금 올라가던 중이었다. 특히 일본 화장품 업체들은 한국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해 백화점과 면세점 진출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이 와중에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방사성 물질 검출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K뷰티 뒤에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있다!

최근 한국에 정식으로 론칭한 스쿠와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쓰리.

최근 한국에 정식으로 론칭한 스쿠와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쓰리.

이런 가운데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여행을 가면 꼭 사 오는 브랜드 1순위로 꼽혔던 자연주의 화장품 THREE(쓰리)가 한일 무역전쟁 후인 지난해 10월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일본 코즈메틱 브랜드에 대한 반감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불매운동이 일기 전에 계획된 일이기도 하고, 제품의 퀄리티만큼은 자신하는 브랜드이기에 과감하게 론칭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코덕’들 사이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 스쿠도 지난해 9월 한국에 공식 론칭했다. 

정치적 상황, 방사능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존재하는 가운데 출사표를 낸 일본 코즈메틱 브랜드들. 이런 악재 속에서도 꼭 한국에 론칭을 해야만 하는 나름의 이유와 계획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뷰티 브랜드에 있어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뷰티 업계에서는 수준 높고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한국을 하나의 ‘테스트 베드’(신제품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이 키엘 민감성 수분크림을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한 것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반응을 수렴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이러한 K뷰티 마켓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일본 화장품은 왜 위기를 맞았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20년 2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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