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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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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 발렌시아가 ‧ 발렌티노 ‧ 제이슨 우가 제시하는 패션의 바람직한 미래

글 정세영 기자

2021. 07. 12

다름을 틀림으로 말하지 않는 시대를 위해서라도 획일화된 미의 기준은 사라져야 한다. 다양성과 평등, 포용을 강조하며 동시대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포괄적 개념을 제시한 바람직한 브랜드를 모아봤다.

성의 경계를 완전히 없앤 로에베

다행히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밀레니얼식 사고방식을 통해 패션의 경계가 어느 정도 무너졌다. 또 요즘은 자유와 모험을 즐기며 유연하게 옷 입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여성의 전유물 같던 옷을 남성이 아무렇지 않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테니까. 이번 시즌 조나단 앤더슨이 선보인 로에베 컬렉션에서는 성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와 암묵적인 경계를 깨고 자신의 스타일을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는 스타일이 대거 등장했다. 풍성한 프릴 스커트가 달린 원피스를 입거나 상의 없이 스커트만 입은 남자 모델 등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룩을 줄줄이 선보인 것. 고정 관념 없이 자유롭게 모든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지금 갖춰야 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편안한 모습일 때 가장 멋져 보이니까!

패션의 미래는 남자도 여자도 없다, 발렌티노

젠더에 관한 이슈 중 지속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건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젠더 플루이드다. 패션계에서도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지 않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한 듯하다. 얼마 전 발렌티노의 공식 SNS에 올라온 캠페인 사진 한 장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니까. 모델 겸 사진작가인 마이클 베일리 게이츠가 나체로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락스터드 백을 들고 있는 캠페인 컷이 릴리스 되는 동시에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거세지자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동시대를 반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비전을 전달하는 것이 본인의 직업이라며 소신 있는 발언을 남겼고, 이를 옹호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자 논쟁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하루빨리 옷장에서 성별이 무너지고 그 누구도 여자 옷인지 남자 옷인지 궁금해하지 않는, 편견 없는 멋진 세상이 오길 바라는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마음이 조금은 전해진 듯하다. 여자 혹은 남자다움이라는 케케묵은 관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발렌티노의 캠페인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인스타그램 계정(@maisonvalentino)을 방문해보자. 뜨거운 감자가 된 캠페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해방감마저 느껴질 것이다.

나이를 뛰어넘는 패션에 대한 열정, 발렌시아가

브랜드 모델의 역할은 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모델의 존재감이 브랜드와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니까. 몇 해 전부터 플러스 사이즈 모델, 인종, 젠더리스 등 런웨이 위 모델들의 모습이 점점 다양해졌지만 나이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브랜드에서 연령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탈피한 브랜드는 많지 않았다는 것. 반갑게도 발렌시아가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는 런웨이 속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은 이후 여러 연령대의 모델을 캐스팅하는 발 빠른 대응을 통해 무엇이 오늘날의 컬렉션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 컬렉션에서는 특히 시니어 모델이 자주 등장했는데, 젊은 모델들 옆에 있어도 이질감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패션계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볼 기회를 안겨주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컬렉션과 캠페인에서 멋진 시니어 모델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다양한 인종이 지닌 아름다움의 재해석, 자라 뷰티

드디어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에서도 메이크업 제품과 도구를 포함한 뷰티 컬렉션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첫 번째 자라 뷰티 컬렉션을 세상에 내놓은 주인공은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엔 켄달이다. 그녀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은 없다. 다양한 아름다움만 있을 뿐이다’라는 모토로 다양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철학에 맞춰 인종과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갖가지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였다. 뷰티 컬렉션 오픈과 동시에 공개된 캠페인 역시 주목받았는데, 포괄성과 대중성으로 대표되는 브랜드인 만큼 스티븐 마이젤, 데이비드 심스, 나딘 리에웨레, 조 거트너, 마릴린 민터 등 9명의 세계적인 사진가와 협업해 각자의 시선에서 각기 다른 모델들의 아름다움을 해석했다. 뿐만 아니라 컬렉션에 다양성과 공존을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이유로 1백 개 이상의 컬러 제품이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양한 얼굴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소개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MZ세대들이 말하는 진정한 아름다움 아닐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할 것, 제이슨 우

이번 시즌 뉴욕 패션 위크의 오프닝 쇼를 맡은 주인공은 바로 제이슨 우다. 그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단 36명의 게스트만을 초대해 새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뉴욕 다운타운 한 건물에는 어디론가 떠나고픈 모두의 바람을 담은 듯한 작은 숲이 지어졌고, 숲은 야자수를 비롯한 열대식물로 가득 채워 ‘도심 속 지상 낙원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해줬다. 제이슨 우는 이번 컬렉션 오프닝을 장식할 인물로 논바이너리(Non-binary, 성별을 남성과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 혹은 그런 사람)이자 트랜스젠더 모델 인디아 무어를 캐스팅했다. 경계를 초월하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조망하며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행보를 보여준 것. 그뿐 아니라 컬렉션의 수익금을 성 소수자와 소외된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한다는 메시지까지 전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르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존재감을 지녔다는 것을 포용하는 쿨한 애티튜드에 박수를!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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