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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끝나지 않는 ‘화양연화’, 부산에 온 시대의 아이콘 양조위

“아직 배우로 할 일이 많아…연쇄 살인마 역 해보고 싶어”

문영훈 기자

2022. 10. 07

10월 5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량차오웨이.

10월 5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량차오웨이.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는 단연 량차오웨이(양조위)다. 그는 5일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아시아영화인상은 매해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 영화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 시상에 앞서 헌사를 낭독한 배우 한예리는 량차오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의 몸짓은 여백을 남겨두는 동시에, 헤아릴 수 없는 크기의 슬픔을 연기한다. 많은 감독이 그를 통해 영화라는 꿈을 이어왔다.”

1982년 드라마 단역으로 데뷔한 량차오웨이는 1989년 대만 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 ‘비정성시’에서 ‘문청’ 역할을 맡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1994) ‘해피투게더’(1997) ‘화양연화’(2000) 등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그 외에도 홍콩 누아르(‘첩혈가두’ ‘무간도’), 무협(‘영웅’ ‘일대종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홍콩 영화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 됐다. 처진 눈꼬리와 우수에 찬 눈망울, 작은 키에도 단단함을 내뿜는 몸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할리우드는 동양배우의 캐릭터를 제한해요.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적어요.”

18년 전 량차오웨이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 ‘상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웬우’ 역을 맡아 전 세계, 전 세대에 얼굴을 각인시켰다. 40년 연기 인생의 첫 할리우드 진출 영화인 것. 그는 아시아계를 차별 대우하는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거절해왔다. 최근 할리우드의 다양성이 커진 탓일까. 그는 10월 6일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 “글로벌 관객에게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마블을 선택했다”며 “작품은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인연이 나타난다면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 일본, 대만 등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송강호‧전도연과 연기하고 싶어”

2004년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한 량차오웨이. 그는 18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2004년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한 량차오웨이. 그는 18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량차오웨이는 부산과 인연이 깊은 배우다. 1997년 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총 네 차례 영화제에 참석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처음 부산을 찾았을 때 열정적인 팬들로 인해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다”며 일화를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과 함께 그에게 ‘양조위의 화양영화’라는 특별 섹션을 선물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그가 직접 선정한 영화 6편이 상영된다. ‘해피투게더’ ’2046’(2004) 등 그의 영화 인생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포함됐다. 이 중 의외로 화제가 된 작품은 그의 코미디 연기를 볼 수 있는 ‘동성서취’(1993). 량차오웨이는 “다양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 많은 장르를 골랐다”며 “많은 관객들이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기자회견에서 량차오웨이는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 ‘8월의 크리스마스’ ‘올드 보이’를 꼽았다. 이어 그는 “송강호‧전도연 배우를 매우 좋아한다. 꼭 함께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환갑을 맞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내게 악역 대본은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 신작을 촬영하면서도 감독님께 다음 작품으로 연쇄살인마가 나오는 대본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되게 무섭기도 하다(웃음). 여전히 연기가 좋고, 배우로서의 역할을 즐기고 있다. 아직 배우로서 할 일이 많다.”

#양조위 #량차오웨이 #부산국제영화제 #왕가위 #여성동아

사진 뉴스1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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