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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프로 직장인 다이어리

하루 2만 보는 기본! 안전관리자로 살아남기

심윤정 태영건설 사원

입력 2022.07.15 10:00:01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후 주목받는 직업이 있다. 현장에서 근로자 안전을 체크하는 안전관리자다. 29세, 2년 차 새내기 안전관리자가 4가지 질문에 답했다.

01 “전공이 건축인데 왜 건축을 안 하고 안전관리자를 해요?”

내가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나 또한 건축공학과 대학생 시절엔 안전관리라는 직무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공 계열 학생들은 보통 졸업할 무렵 전공 관련 기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나도 취업 준비하면서 건축기사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때 처음 건축시공 외에 안전관리라는 직무가 있다는 걸 알았다. 건축기사와 더불어 건설안전기사나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쌍기사’ 정도는 갖고 있어야 취업이 잘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다행히 건축기사 자격증만으로도 취업을 했지만 현장에서 관리감독자 업무를 맡으며 새삼 안전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안전보건 조치 확보 의무가 관리감독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어찌저찌 취직해 현장 발령을 받고 관리감독자가 됐는데, 곧바로 정신없는 현장을 맞닥뜨리니 이거 정말 ‘혼돈의 카오스’ 아닌가. 내가 뭘 관리해야 하는지도 아직 모르겠는데 안전까지 챙겨야 한단다. 그제야 관련 공부가 왜 필요한지 깨닫게 됐다.

늦게나마 산업안전기사,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안전관리자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공부하기가 비교적 수월해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참고로 안전공학과를 개설한 대학도 있지만 꼭 해당 학과 출신이 아니라도 관련 전공을 한 사람은 어렵지 않게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관련 학과’라는 말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이공 계열 학과는 대부분 가능한 수준이다.

02 “안전관리자? 그게 뭐 하는 거예요?”

직업 명칭만 들으면 현장 안전을 혼자 다 책임져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든다. 고용노동부에 내 이름이 공식적으로 등록되고, 법적으로 공사 금액에 따라 선임해야 하는 인원도 정해져 있으니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안전관리자는 기본적으로 현장 안전보건총괄책임자(현장소장)를 보좌하고 안전보건 조치에 대한 지도와 조언을 한다. 업무는 크게 현장 순회점검과 교육으로 나뉜다. 현장 순회점검을 하면서 작업 중 위험한 상황이 생기진 않을지, 혹은 안전조치가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체크하고 관리자에게 시정을 요구한다.



교육은 현장 작업의 위험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정도와 대처방안을 근로자에게 전파하는 일이다. 정기 교육, 신규 채용 시 교육, 특별 교육,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교육, 관리감독자 교육 등 종류와 내용도 다양하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안전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통계 이론 중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중대한 사고와 경미한 사고, 위험 신호(잠재적 사고)는 1:29:300의 비율로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어떤 건설 현장에서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면, 그 전에 이미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 잠재적 부상자 300명이 존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안전관리자는 위험 신호를 일찌감치 포착하고, 경미한 사고를 예방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중책을 담당한다.

03 “안전관리자에 어울리는 MBTI는?”

장난 삼아 안전관리자 동기, 선임 여러 명에게 MBTI를 물어봤지만 유효한 통계를 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당신이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E’라면 분명 메리트가 있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현장 출근 인원은 200명이 넘는다. 모든 분 이름을 일일이 외우지는 못해도 벽돌을 쌓는 분인지, 설비·배관 설치를 하는 분인지, 형틀 작업을 하는 분인지 정도는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건설업 특성상 매일 작업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바뀌는 환경에 맞게 새로운 안전관리 계획을 세우고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안전관리자가 작업 계획을 세우고 인원을 관리하지만 실제 일을 하는 사람은 현장 근로자라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하루에 많게는 수십 명과 대화하다 보면 진이 빠진다. ‘내가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게 무섭지 않은 E에 해당한다면 좀 더 편했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이 현장에서 일한 지 7개월이 넘어 웬만한 근로자를 거의 알게 된 지금은 전보다 많이 편해졌지만, 아직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낯설고 긴장된다. 현장 근로자 다수가 30~50대 남성, 그중 상당수는 외국인이니 20대 여성인 내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건설업은 흔히 경험 산업이라 불린다. 많이 경험해본 사람이 많이 안다. 그래서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반장님, 이건 왜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이건 어디에 쓰는 거예요?”

매일매일 현장에서 궁금한 게 생긴다. 질문을 하면 반장님들도 즐겁게 설명해주신다. 하지만 근로 경험이 많다고 해서 작업 습관이나 지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본인도 작업 습관이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편의성과 습관, 스케줄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안전을 잠시 미뤄두는 것이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잔소리도 하고, 부탁도 하고, 애원도 해야 한다. 때때로 수다를 떨며 ‘라포(친밀감)’를 쌓으면 개선하기 수월해질 때도 있다(물론 어떤 분은 정말 안 들어주신다ㅎㅎ).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게 내 일이다.

04 “일은 할만 해?”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현장 by 현장. 다른 직장인들도 회바회(회사 by 회사), 부바부(부서 by 부서)로 답하지 않나.

건축 현장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소장님 산하에 공사, 공무, 품질, 안전, 보건, 기전, 조경, 토목 등 담당자가 모여 팀을 이룬다. 현장 팀원들은 태스크포스(TF)처럼 모였다가 준공되면 다시 헤어진다. 그래서 ‘현장 by 현장’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나 싶다.

직무는 바뀌지 않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은 현장마다 계속 바뀐다. 직원들이 다 같이 한 건물에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 모두 다른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분위기나 환경은 제각각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도, 나랑 정말 안 맞는 사람을 만나도 헤어짐이 있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현장에서는 대개 숙소 생활을 한다. 건설 일은 아침 일찍 시작하고, 근로자들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 덕에 회사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많이 친해지기도 한다. 가족보다 팀원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말 그대로 같이 삼시세끼 함께 밥 먹는 사이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안전관리자 일은 건강에 좋다. 하루 2만 보 걷는 건 기본이기 때문. 현장에서는 오전 7시에 조회를 하기 때문에 보통 6시 30~40분 사이에 출근한다. 조회 시간에는 당일 현장에서 일할 모든 근로자, 관리자가 모여 작업 사항 안내, 위험 예지 활동, 일일안전교육 등을 한다. ‘귀찮은데 이걸 굳이 해야 하나’ 싶지만 건설업 특성상 매일매일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과 시작에 앞서 중요 공지 사항을 전달하고 위험 상황을 피하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조회가 끝나면 신규 채용자 교육, 현장 순회점검 등 데일리 업무를 수행한다. 순회점검을 하면서 전에 지적한 사항이 반영됐는지, 새롭게 바뀐 환경에서 위험한 건 없는지 체크한다. 작업자가 일하는 공간이 달라지면 나 또한 바빠진다. 가서 작업장 주변 안전시설물은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작업 도구나 동선 등에는 이상이 없는지 점검한다. 현장 업무, 서류 업무를 번갈아 하다 보면 하루 근무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건강 앱이 측정한 걸음 수가 2만 보쯤 되면 퇴근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 회사는 안전 보건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충원을 하는 등 중대재해예방을 위해 노력중이다. 평소 안전관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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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한 건설사 건축시공 직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재는 경기 과천시 소재의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 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여성동아 2022년 7월 7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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