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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fashion

‘인스타 각’ 등산 룩, ‘고프코어’ 챙기자

글 이진수 기자

2022. 04. 28

전 국민이 어디를 가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기능성 의류를 입고 다니던 때를 기억하는가. “한국 사람들은 산악 활동을 정말 즐기는구나” 하는 ‘웃픈’ 오해를 샀던 그때 그 등산복 트렌드가 ‘고프코어 룩’으로 다시 태어났다.

물 맞아도 끄떡없을 듯한 방수 바람막이 점퍼, 투박한 핏의 무채색 팬츠, 가슴팍에 새겨진 아크테릭스(Arcteryx) 로고….

지난주 토요일 오후 기자가 지하철에서 마주친 고프코어 패션 아이템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등산복은 일명 ‘아재 패션’으로 불렸다. 요즘은 아니다. “오, 옷 좀 아네?” 싶은 사람들이 입는 세련된 룩으로 변신했다. 유행이 이래서 무섭다고 했던가. 한때 촌스러워 보이던 아이템들이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고프코어(gorpcore)의 ‘고프(gorp)’는 그래놀라(granola),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 외부 활동 시 흔히 챙기는 견과류 믹스를 일컫는다. 고프 뒤에 따라붙는 ‘코어(core)’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 ‘놈코어(normcore)’에서 가져온 것이다. 놈코어는 평범함을 추구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 이른바 ‘꾸안꾸’를 뜻한다. 정리하자면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과 개성 있게 믹스 매치해 입는 걸 의미하는 신조어다. 2017년 5월 미국 패션지 ‘더 컷’에서 처음 사용했다.

생각해보면 스포티즘의 확산으로 애슬레저 룩이 유행을 휩쓴 지 오래다.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는 일찌감치 허물어졌다. 그렇다면 고프코어 트렌드는 이미 예정된 일 아니었을까.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등산과 캠핑이 ‘힙한 취미’로 여겨지는 현실도 고프코어 유행에 힘을 보탰다. 시류에 뒤처지지 않게 “나 등산 다녀왔다” “캠핑했다” 티 내고 싶은 등린이·캠린이의 취향 저격 패션인 셈. 이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고프코어 인기는 최근 10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예쁜데 실용적이기까지 하니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런 흐름을 타고 하이엔드 브랜드 프라다, 발렌시아가, 베트멍은 물론 버버리, 펜디 등이 본격적으로 고프코어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살로몬, 노스페이스는 기능성 의류 시장을 넘어 패션계 ‘명품’ 반열에 올랐다. 질샌더, 사카이를 비롯한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가 이들과 협업하고자 눈을 빛낸다.

2022 S/S 런웨이와 해외 패셔니스타 패션에서도 고프코어 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샌디 리앙은 걸리시한 고프코어 룩을 선보였다. 아노락 재킷에 허리 스트링을 넣어 플레어 라인을 연출하고 레이스로 마감한 것. “아우, 고프코어 난 칙칙해서 싫어”라고 단정 짓던 이들까지 유혹할 만한 귀여운 아이템이다. 컬렉션 룩처럼 화이트 블라우스와 기능성 소재의 팬츠를 함께 코디해도 좋겠다. 모델 벨라 하디드는 블랙 브라톱과 네이비 컬러의 나일론 팬츠, 화이트 카디건을 심플하게 걸쳤다. 쨍쨍한 여름 뉴욕 한복판을 거닐 때 입고 싶은 쿨한 스타일이다.

#고프코어 #등산룩 #여성동아

당신을 ‘힙찔이’에서 ‘힙쟁이’로 만들어줄 브랜드 4

아무것도 모른다? 일단 고! 아크테릭스(Arcteryx)
고프코어 룩에 빠진 고린이들이 하나씩은 꼭 갖고 있는 아크테릭스.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다. 2019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크테릭스 패딩 점퍼를 착용해 국내에서는 ‘이재용 패딩’으로 한 차례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힙합 가수 아미네, 모델 벨라 하디드, 영국 해리 왕자 등 세계 셀럽들이 사랑하는 옷. 한 가지 단점은 사악한 가격이다. 고어텍스 재킷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다. 플리스 재킷은 10만~20만원대, 가방은 20만~30만원 선이니 꼼꼼히 따져 저렴한 가격에 득템하시길.

“신발 브랜드가 아닙니다” 살로몬(Salomon)
발렌시아가의 어글리 슈즈가 인기 아이템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살로몬 스니커즈가 그렇다. 기자는 뉴욕에 있는 편집 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살로몬의 신발을 처음 만났다. 매듭이 독특했는데 흔한 디자인이 아니라 좋았다. 값비싼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이 상점에서 보기 드문 20만원대 슈즈인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집에 와 살로몬을 검색해보니 매장에서 발견한 멋들어진 신발들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신발만 판매하는 힙한 스니커즈 브랜드가 아니라 아웃도어 브랜드였던 것! 슈즈부터 장비까지 풀 세트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살로몬을 눈여겨 보자.

기능성과 멋, 다크함을 원한다면 아크로님(Acronym)
캐나다 출신 디자이너 에롤슨 휴와 그의 아내 미하엘라 사첸바커가 1994년 설립한 아크로님. 디자인 에이전시로 시작해 지금은 테크웨어를 전개하는 브랜드가 됐다. 아웃도어 의류는 아니지만 패셔니스타들이 고프코어 룩에 종종 활용하는 브랜드다. 구조적인 디자인이 특징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적합한 정도의 기능성을 추구한다. 블랙과 카키색을 주로 선보여 다크한 매력이 있다.

귀여움 빼면 시체 케이코(Kkco)
옐로, 핑크, 오렌지의 화려한 색감에 한 번 놀라고, 귀여운 디자인에 두 번 놀라는 독창적인 브랜드 케이코. 이 또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니다. 기능성 하나 없지만 고프코어 룩으로 눈속임이 가능한 아이템이 있어 소개한다. ‘그로브 유틸리티’ 베스트가 바로 그것. 고프코어 룩의 정석 아이템으로 꼽히는 일명 ‘낚시 조끼’ 형태로 양쪽 팔 부분에 프릴을 달아 위트를 더했다. 넘치는 포켓과 오버핏으로 캠핑 룩에 제격이다. 재미있는 디자인과 밝은 컬러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사카이 살로몬 샌디 리앙 아크로님 아크테릭스 오프화이트 케이코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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