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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연출도 잘하네!

글 이진수 기자

2022. 01. 14

박정민, 이정재, 조진웅 등 8명의 충무로 배우가 대본 대신 메가폰을 잡았다. 연기력 탄탄한 배우가 연출한 영화는 어떨까. 갑작스러운 도전이 아니라는 이들은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연출의 꿈을 현실로 실현해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의 ‘언프레임드’

영화 ‘언프레임드’ 온라인 제작 발표회 현장.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왼쪽부터).

영화 ‘언프레임드’ 온라인 제작 발표회 현장.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왼쪽부터).

이제훈이 제작사 하드컷을 공동 설립하면서 구상한 ‘배우 연출’ 프로젝트.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 등 4명의 감독이 만든 네 편의 작품을 모아 옴니버스 단편 영화 ‘언프레임드’를 탄생시켰다. 박정민의 초등학생 누아르 ‘반장선거’, 손석구가 그린 이모와 조카의 단짝 모멘트 ‘재방송’, 최희서의 싱글맘 이야기 ‘반디’, 이제훈은 ‘블루 해피니스’를 통해 2030 취준생의 불안한 현실을 그린다. 네 사람은 2021년 10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에서 이 작품으로 첫선을 보인 후 관객들로부터 “훌륭한 배우들이 카메라 뒤에서도 훨훨 날아다닌다”는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마쳤다.

4명의 배우가 모이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박정민은 이제훈의 전화 한 통으로, 손석구는 이제훈 사무실에 놀러 갔다가, 최희서는 손석구에게 프로젝트 소식을 전해 듣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곧바로 이제훈에게 연락했다고. 하지만 이들이 어떤 준비도 없이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것은 아니다. 손석구는 10년 전부터 연출을 시도해왔으며, 최희서와 함께 시나리오 모임 활동을 한 바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다니며 연출 경험을 한 박정민은 예전에 써뒀던 시나리오를 이번 영화를 통해 작품화했다. ‘언프레임드’는 OTT 서비스 플랫폼 왓챠에서 단독으로 만나볼 수 있다.

유태오의 ‘로그 인 벨지움’

“‘로그 인 벨지움’은 유태오 감독님의 순도 100% 재능으로 만들어진 멋진 영화입니다.” 유태오의 아내이자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인 니키리가 지난 11월 5일 SNS에 남긴 말이다. 유태오는 드라마 ‘The Window(더 윈도우)’ 촬영차 2020년 벨기에를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국경이 막혀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자 15일 동안의 록다운 기간에 셀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러다 벨기에에서 죽으면 누가 나를 기억하겠나’ 싶어 하루하루를 일기처럼 기록했다고. 영상에는 스타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을 찾아가는 자기 고백의 내용이 담겼다.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오픈시네마에서 첫 공개되었으며,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에서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다.

조진웅의 ‘력사: 예고편’

배우 조진웅은 단편 연출작 ‘력사: 예고편’으로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은 제25회 판타지아 영화제와 제20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의 국제 단편 부문에 공식 초청받았다. 해외 배급사 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에 의하면, 판타지아 영화제 아시아 프로그래밍 공동 디렉터인 니콜라 아르샹보가 이 영화를 보고 “단편에 담긴 이야기 자체가 살아 있고 아름답게 연출됐다”는 호평을 남겼다고 한다. ‘력사’는 러닝타임 17분으로, 영웅 이야기를 담은 휴먼 드라마다. 조진웅이 예고편 분량의 영화를 제작한 이유는 ‘장편 영화를 만들 능력이 없어 추후 장편 초반에 쓰일 단편을 만든 것’이라고.

조은지의 ‘장르만 로맨스’

2021년 11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 영화 ‘쩨쩨한 로맨스’(2010), ‘내가 살인범이다’(2012) 등에서 주연과 조연 감초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조은지의 감독 작품이다. 스크린 활동이 뜸하던 그가 흥행 영화감독으로 멋지게 컴백한 것. 2014년 단편 영화 ‘이만원의 효과’로 감독 데뷔 후 만든 첫 장편 영화다. ‘장르만 로맨스’는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주연의 로맨스 코미디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렸다. 연인 간의 다툼, 사랑 고백 등 곳곳에 조 감독의 실제 경험담이 들어 있다. “미친 연출력, 미친 연기” “빵빵 터지며 실컷 웃고 왔다”며 관객들도 호평 일색이다. 조은지는 20대 중반부터 글을 쓰면서 연기로 해소하지 못하는 갈증을 풀어왔다. 주변 사람들이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해 연출을 시작한 조 감독은 2017년 단편 영화 ‘2박 3일’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바 있다.



이정재의 ‘헌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이정재가 액션영화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방탄소년단 버금가는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터라 첫 연출작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크다. 이정재가 제작한 영화 ‘헌트’는 국가안전기획부 에이스 요원들이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는 내용의 첩보 액션물이다. 2021년 5월 8일 촬영을 시작해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1월 13일 크랭크업했다. 주연은 역시 이정재와 절친인 정우성이 맡았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 전혜진은 “한 컷 한 컷 신경 쓰는 이정재 감독님이 대단했다”며 그의 섬세한 연출력을 언급했다. 이정재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연기, 제작, 연출에 국한되지 않는 영화인이 되고 싶다”며 감독 도전 계기를 밝혔다. ‘헌트’는 후반 작업을 거쳐 올해 개봉 예정이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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