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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zero waste

웨딩드레스의 새로운 여정 박소영 코햄체 대표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1.03.30 10:30:01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에 함께하는 웨딩드레스. 그러나 평균 4번 사용 후엔 버려져 썩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박소영 코햄체 대표는 이 ‘비싸고 예쁜 쓰레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인생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이벤트를 꼽자면 결혼식을 빼놓을 수 없다. 영원한 사랑의 약속, 집안과 집안의 결합, 평생에 한 번(이기를 바라는) 이벤트 등 결혼식은 다층적이면서 동시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으로 신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웨딩드레스는 결혼식의 백미다. 유명인의 경우 웨딩드레스 자체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웨딩드레스에 들이는 공은 클 수밖에 없으며 가격도 수백만원에서 때로는 수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이라는 건 그만큼 잘 입지 않는 옷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웨딩드레스를 구매한 경우 결혼식 때 한 번 입고 장롱 속에서 한 번도 꺼내지 않는 일이 다반사. 대여 업체에서는 몇 번 빌려주고 나면 더러워지거나 후줄근해져 폐기하기도 한다. 한 통계에 의하면 웨딩드레스는 보통 4회 입고 버려진다고 한다. 웨딩드레스는 대개 합성섬유로 제작돼 땅에 묻어도 썩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린다. 이에 대개 소각하곤 하는데, 대기 오염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결혼식의 상징과도 같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가 ‘비싸고 예쁜 쓰레기’로 전락하고 마는 것. 

의류 업사이클링 브랜드 코햄체 박소영(25) 대표는 이러한 처치 곤란의 웨딩드레스를 업사이클링해 가방, 파우치, 액세서리로 만듦으로써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버려지는 것들에 디자인 등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며 재활용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성 제품과는 다른 유니크한 상품을 창조함은 물론 폐기물을 줄여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어 각광받는 추세다. 

2018년 8월 코햄체를 창업한 이후 박 대표의 손에서 40여 벌의 웨딩드레스가 업사이클링됐으며 새 상품은 7백여 개에 이른다. 3월 10일 대구에 있는 코햄체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원래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다”며 “우리는 모두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을 바꾸다

웨딩드레스를 업싸이클링해 만든 코햄체  제품. 
가방, 파우치로 제작된다.

웨딩드레스를 업싸이클링해 만든 코햄체 제품. 가방, 파우치로 제작된다.

웨딩드레스 업사이클링은 생소하면서도 신선해요. 어떻게 생각해낸 건가요. 

TV를 보다가 우연히 떠올리게 됐어요(웃음). 친환경 웨딩 업체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 대표가 출연한 방송이었죠. 친환경 소재로 웨딩드레스를 제작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웨딩드레스가 1년에 1백70만 벌 버려지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오?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렇게나 많이 버려진다면 저걸 다시 써봐도 좋지 않을까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사업과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은데, 추진력이 좋은가 봐요. 

학교(계명대 텍스타일디자인과) 다니면서 창업 동아리를 통해 여러 가지 창업 활동을 체험했어요.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마침 방송에서 버려지는 웨딩드레스 이야기가 나와 마음에 와 닿았던 거죠. 사실 100%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취업과 창업 중 어떤 걸 선택할지 고민하던 차였는데 우연히 맞아떨어지게 됐어요(웃음). 

훌륭한 틈새 시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업성은 좋은 편인가요. 

지금은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데, 창업 당시에는 사정이 어렵다 보니 그러지 못했어요(웃음). 사실 돈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뭔가 색다른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사업은 돈이 돼야 지속 가능하잖아요. 

2018년 사업을 시작했을 땐 적자가 엄청났어요. 처음엔 플리 마켓 같은 소규모 장터에 물건을 가지고 가서 팔았는데, 하나도 안 팔릴 때가 많았고 잘 팔려봐야 하루 매출 20만원 정도였어요. 전부 수공예 제품이라 들인 원가, 노동력을 고려하면 남는 것도 없었죠. 보통 청년 창업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지원금들이 있는데, 전 그것도 몰라서 못 받았어요. 참 힘들었죠. 그래도 2019년부터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대한민국친환경대전 등에 참가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죠. 또 SNS 판매도 병행하면서 점점 나아졌어요.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억대 매출 이런 건 전혀 아니고요(웃음). 이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 정돈 됐어요. 개인적으론 업사이클링 강의도 하니 부수입이 생겼고요. 

코로나19로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업사이클링이 주목받고 있어요. 원래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나요. 

원래도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점점 환경문제가 커지다 보니 업사이클링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로 웨이스트, 미니멀리즘, 비건 등 환경 관련 커뮤니티 활동 등도 하고 있죠. 일회용 젓가락 사용하지 않기 등 여러 가지를 실천하곤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언제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나는 커서 환경운동가가 돼야지’ ‘환경에 기여하는 사람이 될 거야’라는 꿈을 키우진 않았어요(웃음). 그저 평범했죠. 중고생 시절엔 미술을 공부하다 보니 입시에 찌든 학생일 뿐이었고요. 다만 봉사활동을 오래 하긴 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고, 대학에 들어가선 초등학교 벽화 봉사도 했고요. 부모님이 제가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을 중시하셨거든요. 봉사활동은 저를 바꿔준 계기가 됐어요. 전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자신감을 얻게 됐죠.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에 나가 내가 돈을 많이 벌면 더 크게 사람들을 도와야지’라고 다짐했어요.

웨딩드레스의 장식은 액세서리로 재탄생된다. 가방엔 친환경 한지 가죽을 덧대 완성한다.

웨딩드레스의 장식은 액세서리로 재탄생된다. 가방엔 친환경 한지 가죽을 덧대 완성한다.

웨딩드레스를 업사이클링하면 환경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생산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거나 맞는 체형이 없는 드레스들이 있어요. 10벌 중에 2벌은 그렇다고 해요. 이런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폐기되니까 평균 4회 정도 착용 후 버려진다고 하는 거죠. 또 웨딩드레스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땅에 묻혀도 수백 년간 썩지 않아요. 이걸 다시 사용하면 당연히 환경에 도움이 될 거예요. 요즘 플라스틱 폐기물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플라스틱 줄이기와 같은 맥락이라 봐도 무방할 듯해요. 

웨딩드레스가 업사이클링을 거쳐 다시 상품화되는 과정이 궁금해요. 

우선 웨딩드레스는 한 벌에 10만원 정도 주고 숍에서 사와요. 어차피 버려지는 것이긴 하지만 워낙 단가가 높은 상품들이기에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숍 주인과 친해지면 덤으로 몇 벌씩 챙겨주기도 합니다(웃음). 웨딩드레스를 구입한 후엔 집에서 직접 손세탁해요. 원래 세탁소에 맡겼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이후 웨딩드레스의 장식으로 액세서리를 만들고 몸통은 가방 혹은 파우치로 바꿔요. 얇은 원단, 두꺼운 원단, 비치는 원단 등 소재에 따라 완성품이 달라지고요. 예컨대 두꺼운 원단으로 가방을 만드는 식이죠. 웨딩드레스가 생각보다 튼튼해요. 세탁기를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요. 

웨딩드레스 한 벌로 몇 개의 상품을 만들 수 있나요. 

웨딩드레스의 크기에 따라 달라요. 대형 웨딩드레스의 경우 파우치만 만든다고 가정하면 약 50개 정도 될 거예요. 

상품의 가격대는 어느 정도 인가요. 

가방은 20만원쯤, 파우치는 약 2만원, 액세서리는 1만3천~1만8천원이에요. 기존엔 파우치가 잘 팔렸고, 액세서리도 출시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인기가 높아요. 선주문 후제작을 하고 있는데 미리 만들어놔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이 되네요(웃음). 

아직 스타트업이나 마찬가진데, 운영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업사이클링에 대한 편견이요. 2018년 창업했을 때 가장 많이 느꼈어요. 스타트업 지원을 받기 위해 관련 기관에서 발표를 하면 대개 “버려지는 걸 더럽게 왜 다시 쓰냐” “쓰레기로 만든 건데 뭐가 그리 비싸냐” “그런 걸로 돈을 어떻게 버냐” 등의 반응이 돌아오곤 했어요. 저는 엄연히 이걸 상품으로 만들어 사업화하려는 건데, 돈과 연관을 짓지 않고 예술이나 취미로 보는 시선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때론 ‘내가 사업가가 아니라 예술가인가’ 싶더라고요. 스트레스에 사업을 접고 취업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걸 체감해요.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등에서 중고 거래도 많이 하는데, 왜 이런 게 상품이 안 되겠어요. 

코햄체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보면 이색적인 상품이 눈에 띈다. 해녀복을 재료로 한 키 링, 파우치, 텀블러 백 등이 바로 그것. 해녀복은 합성고무 소재로 만들어진다. 바닷물 안에서 해녀들의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생산성 향상을 이뤘지만, 이 역시 천연 소재가 아닌지라 버려지면 웨딩드레스와 마찬가지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박소영 대표는 여기에 주목해 2019년부터 ‘해녀복 업사이클링’을 통해 상품을 제조하고 있다. 웨딩드레스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이 지구로부터 나왔다

웨딩드레스만큼 해녀복도 독특한 업사이클링 소재 같아요. 

제가 워낙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나 봐요(웃음). 웨딩드레스에 이어 다음엔 어떤 소재로 업사이클링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대학 친구들과 사업 관련 이야길 하다 해녀복이 주제로 나와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해녀복을 구할 방법이 없어 해녀 연구를 하고 있다는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죠. 그분이 해녀들과 연결시켜주셔서 제주도로 가 직접 해녀복을 받아왔어요. 해녀들은 반농반어라고 해서 1년의 절반은 물질을 하고 나머지 기간엔 농사를 지어요. 마침 그때가 농번기여서 처음엔 제 방문을 반기지 않더라고요. 뭐라 혼나긴 했는데 제주도 방언이라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웃음). 그래도 계속 방문하니 나중엔 밥도 차려주시며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죠. 

해녀복 업사이클링 제품도 인기가 있나요. 

재질이 고무이다 보니 말랑말랑한 촉감이 좋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뒤로 방문이 어려워져 해녀복 수급이 안 되고 있어요. 남은 몇 벌은 키 링 제작 방법 강의용으로 쓰고 있긴 한데, 많은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웨딩드레스, 해녀복에 이어 도전해보고 싶은 업사이클링 소재가 있다면요. 

아직 구상 단계지만 에어백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래서 폐차장을 찾아갔는데, 그곳 사장님이 에어백을 뜯기가 힘들다며 아예 핸들을 떼 주시더라고요. 5개 정도 모았는데 일일이 분해해야 해 1개 뜯곤 힘들어서 일단 멈춘 상태예요(웃음). 에어백 소재는 굉장히 튼튼해요. 공기가 가득 들어가야 해서 그런가 봐요.

코햄체라는 이름은 폴란드어로 ‘사랑해’라는 뜻의 ‘코함 치에(Kocham Cie)’를 발음하기 편리하게 바꾼 것이다. 또 코햄체의 제품엔 ‘love people’ ‘love nature’ ‘love animal’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박 대표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다.

롤 모델이 있나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거든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이경재 대표가 롤 모델이었죠. 옥수수 전분 섬유, 천연 한지 섬유 등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 웨딩드레스를 만든다는 게 참 멋졌어요. 지금도 이 대표를 보며 인사이트를 얻고 있고요. 

창업한 지 만 3년이 다 돼가요. 올해 목표가 있다면요. 

업사이클링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요. 업사이클링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한 번에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대중이 업사이클링에 대해 알 수 있게 하고 친근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게 목표예요. 입점사를 모집하고 있고, 이름은 플래네티(Planetee)예요. 행성, 세상을 뜻하는 단어(Planet)에 사용자를 뜻하는 어미인 ‘ee’를 붙였는데, ‘지구를 빌려 쓰는 사람들’이란 의미를 담고 있죠. 제가 이름을 지은 건데(웃음), 우리가 쓰는 모든 건 지구에서 나온 것이기에 모두가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경을 보호해 지구에게 갚자는 의미도 담았어요. 4월 말 오픈 예정인데, 소비자들이 플래네티를 통해 친환경·업사이클링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길 바라요. 장기적으론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친환경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코햄체



여성동아 2021년 4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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