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정영애 후보자는 1955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와 여성학 박사를 취득했다. 특히 여성학 박사 학위 취득은 국내 최초(1997년)다. 1983년부터 덕성여대‧한양대‧이화여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2002년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위원을 거쳐 2003년부터 3년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냈다. 잠시 학계로 복귀해 서울사이버대 부총장을 맡았다가 2007년 다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돼 지난해까지 활동했다.
저출산 해결 위해선 남녀 모두의 돌봄권 확보해야 한다 주장
정 후보자는 학자로서 주로 여성과 여성의 노동문제를 연구해왔다. 1997년 이화여대 박사학위 논문 ‘생산중심적 조직 내의 성별관계:공식부문 경력여성을 중심으로’를 통해 ‘국내 여성학 박사 1호’가 된 뒤 ‘여성의 배려적 노동과 비교가치론’ ‘산업화와 여성노동’ ‘노동시간단축과 성별 분업의 변화’ 등 다수의 논문과 저술을 남겼다. 해당 자료엔 제도적 조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여성과 남성의 노동가치 불평등, 조직 내부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심층 분석했다. 지난해 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전체 워크숍에서 발표한 ‘성평등한 저출산정책 추진을 위한 과제와 쟁점들’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해당 발표 자료에서 그는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의 예를 들며 성평등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라 주장한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양육수당, 난임정책,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등 성평등 사업에 있어 제도상으로는 부족한 게 없지만 장기적 비전과 단기‧중기적 과제 간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해법들이 개별 사업 및 단기 사업 수준에서 다뤄지고 문제의 원인보다는 결과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또 ‘2018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서 2017년보다 경력단절 여성 인구가 증가한 사실을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성평등이 아닌 경력단절 여성 지원에 초점을 맞춰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분석하기도 했다. 노동시장의 성평등을 전제하지 않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탄력근로제 등이 여성을 주 돌봄자로 상정, 2차적 노동자로 고착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정 후보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성이 주 돌봄자 겸 보조 부양자, 남성이 보조 돌봄자 겸 주 부양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통념을 바꿔 남녀 모두의 돌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보육 정책을 맞벌이 부부 기준으로 하거나 그렇진 않더라도 과도기적으로 유리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방향이 남녀 모두 일하고, 돌보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또 미국의 여성주의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의 ‘부부간 소득 격차에 따라 세금 비율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인용, 대안이 될 만한 예시로 들었다. 남편과 아내의 소득 차이가 크게 날수록 세금을 더 많이 물려야 한다는 것으로, 외벌이 가정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
정영애 후보자가 넘어야 할 산
12월 7일 청문회 준비를 위해 사무실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정영애 여가부 장관 후보자. [뉴스1]
이정옥 장관과는 다른 소신을 피력한 그가 위기에 처한 여성부의 존재감을 되살리고 양성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내 논의를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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