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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column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신박한 생존법

#show at home #physital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20.08.24 14:58:57

벨라 하디드는 영상으로 자크뮈스의 화보를 촬영했다.

벨라 하디드는 영상으로 자크뮈스의 화보를 촬영했다.

버버리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며 집앞에서 촬영한 화보.

버버리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며 집앞에서 촬영한 화보.

요즘 패션계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연기’, ‘취소’ 같은 단어들이다. 지난 3월 초 파리 컬렉션이 열릴 때까지만 해도 그것이 스케줄과 포맷대로 진행된 마지막 행사였다는 걸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년 4월 말부터 6월에 열리는 명품 브랜드들의 크루즈 컬렉션과 스페셜 이벤트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2020 도쿄 올핌픽에 맞춰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패션 및 뷰티 행사도 올림픽 연기와 함께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예정대로였다면 프라다는 올림픽 직전인 5월 도쿄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열고, 루이비통 남성복도 일본 디자이너 니고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도쿄에서 성대하게 론칭했어야 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5월 뉴욕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던 랄프 로렌도 현 상황이 무엇을 기념하거나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판단 하에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절대로 잊지 못할 50주년이 된 셈이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아 그간의 행보를 집대성한 패션쇼와 새로운 시대를 위한 패션 제안 계획을 갖고 있던 디자이너 필립 림도 일단은 하반기로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패션계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대들보인 화보 촬영 및 제작에도 코로나19의 여파가 몰아쳤다. 패션 광고와 화보 촬영의 상당 부분을 소화하고 있는 뉴욕이 록다운되면서 이동과 왕래가 어려워졌고, 특히 촬영을 진행하는 스튜디오들이 일제히 영업을 중단한 탓이다. 

패션 화보의 경우, 코로나의 영향으로 촬영이 어려워지자 매거진별로 자신들의 아카이브에서 세상 빛을 보지 못했던 숨겨진 사진들을 공개하고 과거 사진을 통해 현재의 트렌드를 재해석하는 경향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뷰티는 이번 시즌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카이브 사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매거진 및 포토그래퍼와 상의 끝에 영상통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LA, 바르샤바, 밀라노 등 각자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모델들에게 시즌 트렌드의 뷰티 제품들을 배송한 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모델들에게 전송한다. 모델들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튜토리얼에 따라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한 뒤, 자신의 집에 있는 컴퓨터 혹은 휴대전화의 화질 좋은 영상통화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카메라 앞에 앉는다. 모든 스태프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돼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가운데 포토그래퍼가 자신의 컴퓨터 스크린에 비친 모델들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이른바 ‘프레임 인 프레임(Frame in Frame)’ 촬영을 진행한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뉴욕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런던에, 포토그래퍼는 뉴저지에서 접속을 했다. 작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화질과 선명도 부분은, 단순히 컴퓨터 스크린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구도와 각도에서 촬영한 덕분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뷰티 트렌드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대의 상황도 반영돼 있어서 매거진 측의 만족도가 높았다. 

프랑스의 디자이너 자크뮈스도 ‘Jacquemus at Home’이라는 테마 아래 모델들에게 새 시즌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보내고 자신의 집에서 입거나 연출하게 한 후, 페이스 타임(Face Time)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디자이너가 직접 촬영한 화보를 선보였다. 촬영에 참여한 모델들 중 벨라 하디드는 자크뮈스의 가방으로 교묘하게 신체를 가린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찌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밀라노를 비롯해 뉴욕, 파리, 런던 등의 포토 스튜디오가 전부 문을 닫자 ‘#GucciTheRitual’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모델들이 셀프 촬영한 화보로 2020년 가을·겨울 룩북을 완성한 것이다. 버버리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을 모델로 화보를 촬영했다. 덕분에 SNS에서는 버버리 특정 직원의 팬덤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델들이 셀프 화보를 촬영하거나 직원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은 코로나 시대라는 배경이 있기에 한시적으로 용인되는 새로운 발상일 뿐,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패션계의 생태상 금방 진부한 콘셉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물간 유행, 시즌제 패션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발표한 
구찌 에필로그 컬렉션과 모델들의 셀프 촬영 화보 프로젝트 #GuccitheRitual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발표한 구찌 에필로그 컬렉션과 모델들의 셀프 촬영 화보 프로젝트 #GuccitheRitual

전례가 없는 위기 속에서 패션계에서는 기존 패션쇼 중심의 타임라인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을 포함한 40여 명의 패션계 인물들이 지금까지의 캘린더를 수정해 2월에 다가오는 봄·여름 시즌의 패션쇼를, 8월에 다가오는 가을·겨울의 패션쇼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와 영국패션협회(BFC)도 패션쇼를 연간 2회로만 진행하고, 개최지 또한 마치 올림픽의 그것처럼 한 도시로 지정해서 진행하는 것이 어떠냐는 성명을 냈다. 그간 패션 하우스들은 봄·여름과 가을·겨울 컬렉션 이외에도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피티 워모(Pitit Uomo), 프리폴 컬렉션(Pre-fall Collection), 크루즈 컬렉션(Cruise Collection) 등 상당히 많고 세분화된 쇼를 진행해왔는데, 너무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 가장 먼저 동참 의사를 밝힌 곳은 구찌다. 구찌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에 쓴 자신의 일기를 공유하면서, 패션 소비자보다 바이어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시즌제 컬렉션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것. 지난 7월에 진행된 밀라노 디지털 패션위크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발표한 에필로그(Epilogue) 컬렉션은 새로운 시대로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 디지털 쇼에 선 모델은 다름 아닌 구찌의 컬렉션을 창조해나가는 디자이너들이었고, 그중에는 한국인 디자이너도 2명 포함됐다. 

9월 밀라노 패션위크는 실제 패션쇼인 ‘피지컬(Physital)’ 쇼를 여는 브랜드와 ‘디지털(Digital)’ 쇼를 진행할 브랜드가 믹스된, 이른바 ‘피지털(Physital)’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격변하는 상황 속에서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패션은 새로운 시도를 저버릴 수 없는 산업이기에 이렇게 계속 최선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한 코펜하겐이 밀라노 디지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의상.

디자이너 브랜드 한 코펜하겐이 밀라노 디지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의상.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20년 9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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